[리뷰]이름처럼 시리즈의 미래를 파괴해버린,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뉴 건담 브레이커'

등록일 2018년07월05일 10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1979년 첫 애니메이션 시리즈 방영 이후 약 40년의 세월 동안 프랜차이즈를 유지한 '건담' 시리즈는 세계를 대표하는 로봇 중 하나다. 그 인기에 걸맞게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기체들을 직접 조립하여 만들 수 있는 '건담 프라모델', 통칭 '건프라'의 인기 역시 상당하다.

 

접착제와 도료를 비롯한 각종 준비물이 필요한 기존의 프라모델과 달리, 니퍼만 있으면 누구나 그럴듯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과 호환이 자유로워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건프라' 만의 매력. 최근에는 '건담' 시리즈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건프라'의 매력에 끌려 시리즈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건프라'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건담' 기체가 주인공이 아니라 '건프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건담 빌드 파이터즈' 시리즈 등의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도 했다. 특히 '건프라'를 소재로 한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만의 건프라를 만들고 이를 조종하여 전투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나름대로의 사랑을 받았다.

 

'건담 브레이커'가 신작 '뉴 건담 브레이커'로 돌아왔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아니라 '뉴'가 붙은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3대 3 배틀 시스템을 새롭게 추가하고 전작의 아쉬운 부분들을 보완하고자 했지만 유저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하다. 전작에 비해 퇴보한 게임성, 빈약한 스토리와 잦은 프리징 현상 등으로 인해 메타크리틱 45점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를 파괴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빈약한 스토리와 히로인 시스템

 



 

이번 작품은 '건프라'로 유명한 '사립 건브레 학원'을 배경으로, 학원에 새로 전학을 온 주인공과 그의 주변을 둘러싼 히로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미연시)' 적인 요소를 가져와 각 히로인 별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하고 히로인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실제 게임 속에서는 다양한 히로인들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싱글 플레이에서는 각 히로인 별로 루트가 구별되어 있으며, 자신이 파트너로 데리고 가고 싶은 히로인의 루트를 선택해 건프라 배틀을 진행하게 된다. 배틀 이외에는 히로인과의 일상적인 대화나 선물을 주고 받는 등의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히로인에게서 매력을 느끼거나 히로인을 공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싱글 플레이 진행 도중 주인공의 대답을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대답을 해도 전체 스토리나 호감도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는 점 역시 '미연시'로서의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이다.

 



 

스토리 역시 빈약하다. '뉴 건담 브레이커'는 '사립 건브레 학원'을 배경으로, 건프라 배틀을 통제하고 학교를 지배하는 학생회에 맞서 주인공과 히로인이 팀을 결성하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라이벌들을 쓰러트려 나가는 진부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스토리 못지 않게 등장인물들의 설정 역시 작위적이다. 라이벌은 전부 '주인공 일행의 앞을 가로막지만 알고 보니 좋은 친구'이며 이들이 딱히 주인공 일행에게만 악독하게 구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이 부족하다.

 

번거로운 파츠 수집 과정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의 재미는 적 건프라를 파괴하여 파츠를 수집하고, 수집한 파츠를 통해 나만의 건프라를 만들어가는 데에 있다. 그러나 '뉴 건담 브레이커'에서는 파츠를 수집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게 바뀌었다. 플레이어가 전투 중에 한번에 보관할 수 있는 파츠는 5개로 한정되어 있으며, 더 많은 파츠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파츠를 필드 내에 존재하는 컨테이너에 넣어야 한다.

 



 

전작에서는 컨테이너에 따로 파츠를 보관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많은 파츠를 입수하기 위해 컨테이너까지 왕복하는 과정이 추가되어 파츠를 수집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컨테이너에 파츠를 넣는 과정은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메인 미션과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한창 전투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좋은 파츠를 입수하면 컨테이너로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게임의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컨테이너로 이동하는 과정 역시 험난하다. 컨테이너는 한번 파츠를 넣고 나면 사라졌다가 랜덤한 위치에서 등장하는데, 전투가 진행되는 맵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컨테이너를 찾아가는 과정부터 고난을 겪게 된다. 여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피해를 입을 경우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파츠를 떨어트리는데, 전체 필드에서 아군을 제외한 모든 AI가 플레이어를 노리고 움직이기 때문에 온전하게 컨테이너까지 파츠를 가져가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싱글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는 적군과 제 3세력 AI를 피해 파츠를 수집하고 전투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스코어를 올리는 것은 아군 AI가 수행하는 기묘한 장면이 연출된다. 아군 AI는 플레이어의 파츠 수집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기껏 좋은 파츠를 발견해 입수하러 가는 길에 미션이 종료되기도 하는 등 파츠 수집 과정에서 여러모로 짜증나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했다.

 

개성보다는 능력이 중요

 



 

이번 작품에서도 기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획득한 파츠를 통해 나만의 건프라를 만들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우선 전작에서 존재했던 파츠 강화 시스템이 삭제되고 각 파츠 별로 고유한 능력치들이 부여되었다. 때문에 나만의 개성 있는 건프라를 만들고 싶어도 성능의 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전작에서는 파츠 강화를 통해 처음 입수 시 능력치가 좋지 않더라고 성장시켜 사용할 수 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강화 시스템이 사라져 좋은 파츠와 나쁜 파츠가 구분되어 있다. 근접 무기 계열에서는 '히트 호크'가 압도적인 성능을 지니고 있어 대체할 수 있는 파츠가 없다. 원거리 무기 역시 빔 바주카 등의 범위 공격형 파츠들이 효율이 좋아 다른 무기를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팔, 다리, 몸통 등의 파츠 역시 성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블리츠 건담'의 팔 파츠는 단독으로 특수한 기술인 EX 스킬을 약 4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 물론 게임에 입장할 때는 하나의 EX스킬을 선택해야 하지만, 방어력이나 기타 능력치 면에서도 다른 파츠에 비해 높은 능력치를 지니고 있어 커스터마이징 시 성능을 위해 외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파츠 강화의 경우 전작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존의 시스템으로 회귀한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전투 도중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받으면 파츠가 파괴되는 시스템 역시 문제다. 파츠가 파괴되면 해당 파츠를 필드 내에서 입수할 수 있는 다른 파츠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필드 내의 모든 적 AI가 플레이어를 노리기 때문에 여러 적에게 둘러싸이면 금세 프레임만 남게 된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아무 파츠나 장착해 누더기가 된 건프라를 보고 있자니 애써 개성 있는 건프라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허탈함을 느꼈다.

 

전반적으로 미흡한 게임 완성도

 



 

전투를 진행하면서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먼저 오브젝트나 상대를 조준하는 '록 온' 시스템이 미완성에 가깝다. 필드 내에서는 총 6명의 플레이어 이외에도 '제 3세력'이라 불리는 중립 건프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투가 난전의 형태로 진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타깃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조준점을 고정하는 '록 온' 시스템이 필수적인데, 내가 원하는 건프라에게 타깃을 고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록 온'을 사용하면 무조건 가장 멀리 있는 타깃을 고정하기 때문에 정작 가까이에 있는 건프라를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여기에 '덴드로비움'이나 'PG급 건프라' 등 크기가 큰 건프라에게 시점을 고정할 경우 카메라가 너무 위를 올려다보고 있어 정작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체력을 회복하거나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오브젝트에는 '록 온'이 불가능해 AI에게 오브젝트를 모두 빼앗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

 



 

스테이지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역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소. 공중에 떠다니며 필드 내의 플레이어들에게 공중 사격을 퍼붓는데, 공격 범위가 상당히 넓은데다가 공격력이 높아 방심하다가는 자신의 파츠는 물론 건프라가 파괴되는 일도 잦다. 그렇다고 모빌 아머를 파괴하기에는 모빌 아머의 체력이 너무 높으며 모빌 아머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부스트 게이지가 부족해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원거리 무기는 데미지도 약할 뿐만 아니라 재장전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빌 아머를 상대하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다.

 



 

EX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스킬 레벨을 올려야 하는 시스템 역시 불편하다. '뉴 건담 브레이커'에서는 각 파츠 별로 존재하는 EX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매 전투 시작 시 스킬 레벨이 1레벨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스킬의 레벨을 높여야 EX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스킬의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드 내에 존재하는 오브젝트를 파괴해야 하는데, 레벨이 상승하더라도 개방되는 EX스킬이 무작위이기 때문에 '샤이닝 핑거', '새틀라이트 캐논' 등의 '건담' 시리즈 대표 기술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 시간도 길어 한 게임 내에서 아무런 EX스킬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전투가 단조로워지는 경우도 많았다.

 



 

쓰러진 적을 공격할 수 없는 시스템도 문제다. 빠른 전투를 지향하는 게임의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게 바닥에 쓰러진 적을 공격할 수 없어 상대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페어 플레이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아예 이를 이용해서 일어나지 않고 버티면서 상대의 애를 태우는 '침대 건담' 작전까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 전작에서는 쓰러진 적에게 즉사기를 시전할 수 있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리즈에 와서 오히려 전투 측면에서 여러모로 퇴보한 모습을 보여준 점은 실망스러웠다.

 

프리징 현상 역시 심각해 본격적으로 필드가 넓어지고 많은 유닛이 등장하는 우주 맵 부터는 1분에 한번 꼴로 게임이 멈추는 현상이 발생한다. 상기한 시스템 적인 문제는 기획 단계에서 일어난 불협화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게임이 1분마다 멈추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완성도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치명상 입은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 재활 가능할까

 



 

사실 전작 '건담 브레이커'는 게임성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지만, 후속작 '뉴 건담 브레이커'의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오히려 좋은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 건담 브레이커'에서 시리즈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3대 3 전투를 통해 멀티플레이에 집중하려는 기획 의도는 느낄 수 있었지만, 기본적인 '록 온' 시스템의 문제점이나 빈약한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성, 강화 시스템을 삭제하는 등 전작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대거 변경한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또한 다운 상태의 적을 공격할 수 없거나 비정상적으로 강력해 대응이 힘든 일부 모빌 아머의 밸런스 설정 등 게임 전반적으로 미완성 상태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반다이 측에서는 '뉴 건담 브레이커'에서 '록 온' 시스템을 개선하고 프리징 현상을 수정하겠다는 공지를 발표했지만 미흡한 게임성을 비롯한 전반적인 완성도 부족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더욱이 이번 작품의 평가가 사상 최악을 기록함에 따라 앞으로의 후속작이 출시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 과연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는 '뉴 건담 브레이커'라는 치명상을 극복하고 재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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