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가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면서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는 시선도 조금은 변한 것 같다.
기존에는 자사 퍼스트 파티 타이틀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닌텐도였지만, 주식회사 포켓몬이 5월 29일 진행된 '포켓몬 사업 전략 발표회'를 통해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다수를 공개한 것.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나 PC나 콘솔을 추월할 정도로 성장하는 만큼, 닌텐도가 노선을 바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팬들의 반응은 미묘하다. '포켓몬스터' 정식 시리즈의 팬들이 원하는 '포켓몬스터'의 모바일 게임과 달리, 주식회사 포켓몬이 공개하는 게임 대부분이 본가 시리즈보다는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미니 게임에 가깝기 때문. 그렇기에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정식 모바일 게임 중 '포켓몬 GO'를 뛰어넘을 만큼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준 게임은 없다.
주식회사 포켓몬이 5월 22일 구글 플레이에 출시한 '포켓몬 대격돌 SP' 역시 이런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게임이다. '포켓몬 대격돌 SP'는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트레이너가 되어 수수께끼의 섬을 탐험하고 포켓몬을 모아 더욱 강력한 포켓몬에게 도전해야 한다.
기간한정으로 진행되는 등수 경쟁이 중심이 되는 게임 시스템이나 간단한 조작으로 즐길 수 있는 액션 게임이라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게임임에도 팬들이 바라는 점들을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귀여운 장난감이 된 포켓몬,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포켓몬 대격돌SP'는 닌텐도 3DS로 발매된 바 있는 '슈퍼 포켓몬 대격돌'에 기반한 게임이다. '슈퍼 포켓몬 대격돌'은 본가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외전 작품으로, 플레이어는 장난감이 된 포켓몬을 수집하고 이들을 조작해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장난감이라는 설정에 맞게 게임 내에 등장하는 포켓몬은 머리 이외의 나머지 몸통 부분이 단순하게 구현되어 있다. 원작의 포켓몬의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자주 보고있으면 묘하게 정이 간다.
게임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세로 인터페이스 상에서 각 포켓몬은 자동으로 이동하고 화면을 터치하면 공격한다. 화면을 스와이프하면 회피도 가능하지만, 상성을 잘 맞추거나 평균 이상의 능력치를 지닌 포켓몬을 데려가면 사실상 게임 오버를 경험할 일이 없기 때문에 액션 게임이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포켓몬 대격돌SP'의 장점이다. 초심자에게 어려울 수 있는 상성 관계도 게임 내에서 추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니,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
포켓몬 게임에서 익숙한 디아블로의 향기가 느껴진다
전반적인 게임성은 단순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블리자드의 인기 횡스크롤 RPG '디아블로'의 느낌을 크게 받았다. 단순히 탑 뷰 시점에서 게임이 진행된다는 것 이외에도 전반적인 시스템이 '디아블로'와 상당 부분 닮아있다. '포켓몬 대격돌SP'의 핵심은 특정 기간을 주기로 열리는 미지의 섬을 탐험하는 것으로, 해당 기간에만 수집할 수 있는 포켓몬이 별도로 존재한다.
특이한 점은 기존에 플레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포켓몬은 새로 열린 섬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생태계 보존이라는 그럴듯한 설정이 붙어있는데, 아무리 오랜 기간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새롭게 열리는 기간 한정 이벤트에는 모두가 동등한 출발점에서 시작한다는 부분은 특정 시즌마다 새롭게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디아블로'의 시즌 제도가 연상된다. 기간 한정으로 열리는 섬에서 습득한 포켓몬은 랭킹전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처럼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고 매번 유저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기간 한정 이벤트는 장기간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언제 게임을 접하더라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
수집하고 성장하는 재미 부족, 팬이라면 실망할 수도
다만, '포켓몬 대격돌SP'가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포켓몬을 수집할 수 있다는 핵심은 그대로이지만, 강화 시스템이 생략되어 포켓몬에게 애정을 느끼기 힘들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포켓몬을 얻더라도 CP(능력치)가 낮을 경우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특히 포켓몬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는 '진화' 시스템도 사라졌기 때문에 원작을 기대하던 팬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게임성이 단순해지면서 전략적인 요소가 단순해진다는 점도 '포켓몬 대격돌SP'의 한계다. 기존의 4개였던 기술 폭을 2개로 줄이고 난타전 위주로 게임성을 바꾼 '포켓몬 GO'가 아쉬운 평가를 들은 바 있는데, '포켓몬 대격돌SP'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기술이 하나로 축소되었다. 공격 속도나 속성, 범위를 제외하면 기술에 따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본가의 매력 중 하나인 치밀한 심리전도 부족하다.
과도한 현금 결제를 요구한다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새 지역이 열리면 기존에 획득한 포켓몬을 사용할 수 없지만, 포켓몬의 능력치를 높여주는 기어는 공유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필드를 돌면서 기어를 획득하는 것이 핵심인데, 게임 상에서 원석을 가공해 기어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현금성 재화를 통해 시간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며 최대로 보관할 수 있는 개수도 3개뿐이라서 금세 부족해진다.
IP 매력 못 살린 '포켓몬 대격돌SP', 좀더 고민이 필요하다
'포켓몬 대격돌SP'는 결국 팬들의 마음에 들기에는 부족한 게임이다. 간단한 조작에 기반한 가벼운 게임성이나 기간 한정 이벤트에 집중한 게임 내 콘텐츠는 분명 인상적이지만, '포켓몬스터' IP를 사용한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다. 특히 원작의 핵심인 성장 및 진화 관련 콘텐츠가 생략되었기 때문에 원작의 팬들이라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본가 팬들이 원하는 것은 '포켓몬스터'를 모바일 디바이스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간단한 해답을 주식회사 포켓몬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업설명회를 통해 공개된 신작 모바일 게임 다수가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모습. '포켓몬스터'의 탈을 쓴 미니게임 대신 진짜 '포켓몬스터' 모바일 게임을 만나고자하는 팬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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