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 지난 3일 이촌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센터 개소 5주년을 기념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게임과몰입힐링센터(이하 센터)의 과거와 미래: 게임과몰입의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센터의 지난 5년 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방향성과 미래를 고민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개최되었다.
현장에는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조현래 콘텐츠정책국장, 박승범 게임콘텐츠산업과장,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등 기관 관계자 및 정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해 이번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와 관련된 관심과 중요도를 엿볼 수 있는 자리로 꾸며졌다.
또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게임과몰입힐링센터장을 맡아 꾸준히 관련 연구를 해 나가고 있는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등 다수의 관계자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경일 교수 "게임 과몰입은 결과일 뿐 원인 아냐, '명사 낙인효과' 우려돼"
먼저 아주대 김경일 교수가 '게임 과몰입이란 무엇인가? 몰입+몰입≠과몰입'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관계주의와 게임 과몰입의 연관성에 대해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김 교수는 "몰입(flow)을 만들어내는 변인(성질이나 모습이 변하는 원인)과 과몰입을 만들어내는 변인은 완전히 다르다"며 "몰입은 본래 긍정적인 요소이다. 긴 시간을 통해 개인의 내적 동기와 자아가 투영되는, 장기간의 정신적 경험이다. 하지만 모든 과몰입은 반응이 즉각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과몰입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며, 관계적 문제로부터 출발한 수많은 결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명사 낙인효과'에 대해 설명하며, 특정 명사가 결정되면 더이상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A가 사람을 죽였대' 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유를 묻는다. 하지만 'A가 살인자래' 라고 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명사는 결론이 났으니 더 이상 논의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하고, 생각을 끝내는(종결하는) 인간의 언어 활동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중독, 과몰입, 질병 등 부정적인 명사로 낙인이 찍히면, 앞으로 더 이상 올바른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루어지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 과몰입이 물론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만 중독, 질병 등이라는 명사로 인해 관계를 증명하거나 알아가려는 노력, 또는 기회를 없애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김 교수는 '월경 전 증후군(PSM)'을 들었다. 월경 전 증후군은 월경 시작 며칠 전 시작되어 시작 후 몇 시간 만에 끝나는 신체적, 심리적 증상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러한 월경 전 증후군으로 인해 여성들이 일을 함에 있어 퍼포먼스가 저하되는 요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1차, 2차 대전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필요성에 따라 월경 전 증후군을 내세워 여성들의 일자리를 뺏거나 또는 권장하는 '사회적 관점'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과잉 간섭이나 ADHD 등 '공존 질환' 해결하면 '게임 과몰입' 자연스레 없어져
이어 한덕현 교수가 자리에 올라, 센터 개원부터 지금까지 거쳐온 과정들을 되짚어보며 센터에서 어떤 사람들을 보았고 어떤 방법으로 치료 및 관리를 해왔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교수는 "게임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병원에 방문하면 치료를 했다. 중독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원자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다"라며 "중독이나 과몰입의 문제가 아니다. 내원객의 통계일 뿐이며, 이러한 통계가 향후 게임 이용 장애의 진단 기준을 세우는 데 있어 힌트가 되고 반영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일반적으로 내원하기 전에 상담 센터 등을 거쳐 병원에 온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단순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나 사회에서 겪는 문제들이 섞여있어, 소위 말하는 상담 센터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수년 동안 '게임 문제'로만 생각해왔지만, 센터에서는 병적 공존질환에 대한 평가와 그룹 치료, 약물치료 등을 했다. 강조하지만, 게임 때문에 그런 치료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센터에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총 17,000건의 상담이 이루어졌다. 또 진료 건수는 약 6,000건이었으며, 등록 환자는 약 900명, 예방 교육은 약 11,000명에게 이루어졌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10대(41%), 20대 초반(28%), 20대 중반(24%), 30대 이상(7%) 순으로 많게 나타났으며, 성비는 남자가 98%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중 90%에 육박하는 내원자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아스퍼거 장애, 불안장애 등 공존 질환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과잉 간섭)나 방치, 부모의 게임에 대한 무지나 과도한 두려움, 부부간의 불화 등 가족 환경이 불우한 경우도 63.3%에 달했다.
성적이나 또래들과의 관계, 학원 스트레스 등 학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는 68.2%를 기록했고, 직업이 없어 겪는 문제는 82.4%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존 질환이나 환경적 문제들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게임 과몰입도 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 교수는 덧붙였다.
한 교수는 "앞으로 센터는 게임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함께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며,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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