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7일, '원신'의 미국 내 퍼블리셔이자 호요버스의 자회사인 코그노스피어가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을 위반하고 루트박스(뽑기) 판매와 관련해 소비자를 오도했다며 2천만 달러(한화 약 292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FTC 소비자 보호국 사무엘 레빈(Samuel Levine) 국장은 "'원신'은 어린이, 청소년 및 다른 이용자들에게 희박한 확률의 경품을 위해 수백 달러를 소비하도록 유도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만적인 거래 비용에 대해 '다크 패턴'을 사용하는 기업은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법무부가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요청에 의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코그노스피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코그노스피어 LLC는 '원신'을 어린이를 대상으로 적극 마케팅하고 COPPA 규정을 위반하며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또 5성급 루트박스 경품의 획득 확률과 그에 필요한 비용을 기만적으로 안내했으며, 루트박스를 열기 위해 복잡한 가상 화폐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여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소장에서는 '원신'의 구매 과정은 소비자들에게 '5성' 경품(캐릭터 등)를 얻기 위해 실질적으로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으며, 일부 아동은 이를 위해 수백 또는 수천 달러를 소비한 사례도 보고되었다고 밝혔다.

고발장에서는 "이 시스템은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 혼란을 주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실제 화폐를 가상의 화폐로 교환하고 이를 다시 여러 번 환전해야 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복잡한 체계는 소비자가 루트박스(뽑기)에 얼마를 지출했는지, 또는 특정 경품을 얻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돈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 FTC는 '원신'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밝고 다채로운 그래픽과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게임 내 가상의 '이벤트 배너'를 통해 제한된 시간 동안만 획득 가능함을 홍보하거나 소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루트박스(뽑기)를 여는 행위의 흥미를 강조하는 방식이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튜브, 틱톡, 트위치 등의 플랫폼에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를 고용하는데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며 게임을 홍보했으며, 이벤트 배너와 인플루언서 캠페인이 이용자들에게 특정 5성급 경품을 얻을 확률이 실제보다 더 높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출된 소장에서는 호요버스가 COPPA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OPPA는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서비스, 웹사이트가 어린이로부터 수집하는 개인정보에 대해 부모에게 통지하고 개인정보 수집 및 사용 전에 부모의 검증 가능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원신'은 13세 미만 어린이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므로 규정에 따라 부모에게 이를 알리고 동의를 얻어야 했으나, 호요버스는 이를 알고도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부모 동의 없이 사용하는 등 COPPA의 요구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

더불어 호요버스는 사용자 ID, 기기 관련 영구 식별자를 제3자 분석 회사 및 광고주와 공유하며 플레이어의 진행 상황, 구매, 설정, 친구 목록을 추적했다.

이에 대해 FTC는 호요버스에 대해 아래와 같은 여섯 가지의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FTC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조치를 승인했으며, 연방 판사의 최종 승인을 받은 후 발효된다.

▲루트박스(뽑기)를 가상 화폐가 아닌 실제 화폐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할 것

▲루트박스(뽑기)의 획득 확률, 가격 및 기능을 오도하는 행위 금지

▲루트박스(뽑기)의 획득 확률과 다단계 가상 화폐의 교환 비율 공개

▲13세 미만 어린이로부터 이전에 수집한 개인정보는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삭제할 것

▲COPPA의 통지 및 동의 요건을 포함한 모든 규정을 준수할 것

이에 대해 호요버스는 코그노스피어 명의로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합의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입장문의 전문이다.

코그노스피어의 미국 FTC 합의에 대한 입장문(발표일 2025년 1월 18일)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과 쇼는 전 세계 관객과 다양한 연령대의 플레이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원신'은 청소년과 성인을 위해 설계된 인기 있는 무료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우리는 FTC의 주장 중 많은 부분이 부정확하다고 생각하지만, 커뮤니티의 신뢰를 소중히 여기고 플레이어를 위한 투명성에 대한 약속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 합의에 동의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몇 달 내에 미국 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연령 제한 및 부모 동의 보호 조치를 도입하고, 향후 가상 화폐 및 보상에 대한 게임 내 공시를 강화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