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게임, 더 많은 이들에게' 시각장애인용 게임 개발사 '다누온' 김용태 대표를 만나다

등록일 2017년10월20일 17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은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문화콘텐츠이자 여가문화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도 게임은 젊은이 그리고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들의 전유물일 뿐 이런 게임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시각이나 청각장애인들이다. 영화, 음악, 방송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비해 아직 게임산업에서는 비장애인들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 

게임포커스는 창간 7주년을 맞아 '게임, 더 많은 이들에게'라는 슬로건 아래 이런 장애인들을 위한 우리의 게임산업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살펴봤다.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다.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빠르게 우리네 삶 속에 녹아 들었고, 이후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주요 전자제품이 되었다.

2017년 현재,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스마트폰은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보는 것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이다.


스마트폰은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재로 하기에,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어느덧 1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능은 글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TTS(Text-To-Speech), 소리를 글자로 변환해주는 STT(Speech-To-Text) 기능이나 '빅스비', '시리' 등 음성인식 가상 비서에 그치고 있어 불편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데 제한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또한 그 숫자가 매우 적어 원활한 사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듯 정보가 곧 힘인 시대에서 정보 습득과 자유로운 문화 콘텐츠 향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힘쓰는 기업이 있다. 바로 지난 2013년 설립된 다누온이다.


다누온이라는 기업명에는 '다 함께 누리는 따뜻한(溫) 콘텐츠'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기업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누온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은 물론이고,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 '소울메이트 리나와 하나', '지음', '풀메탈 러너'를 개발하는 등 '배리어 프리'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배리어 프리' 운동이란,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 지장이 되는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을 뜻한다.

다누온의 편견 없는 사회를 위한 활동들은 연혁을 살펴보면 더욱 그 진가가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제2회 대한민국 기능성 게임 아이디어 공모전' 장애재활분야 부문 우수상을 비롯해, 미국 비영리단체 'B랩(B Lab)'이 사회적 기업에 수여하는 'B 코퍼레이션' 인증, 2017년 국가생산성대상 스마트혁신 우수기업 부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도 수상했다.

게임포커스는 설립 이후 꾸준히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문화 향유와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다누온의 김용태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편견 없는 세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 세계 시각장애인 2억 8천여 명,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 사용합니다"
다누온은 2013년도 사회적 기업과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한 회사다.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그 개수가 수백만 개가 넘고 전 세계적으로 2억 8천여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지만, 그들도 사용할 수 있는 앱은 다누온의 조사 결과 약 2,000개로 극소수다. 이에 다누온은 모바일게임 '소울메이트 리나와 하나'를 시작으로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소울메이트 리나와 하나'는 시각장애인이 외부보행을 할 때 불편한 요소와 도움되는 요소를 비장애인들에게 게임을 통해 설명하기 위해 개발됐다. 김 대표는 게임에 대해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게임으로 구현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라고 회고했다.


그래서 다누온의 두 번째 게임은 비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도 함께 할 수 있는 장르의 게임으로 개발됐다. 국악을 소재로 한 리듬게임 '지음'이 그것이다. '입체음을 이용한 모바일 리듬게임 장치 및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도 등록되어 있다. 출시 후 수익이나 홍보 효과는 미비했지만, 다누온의 도전은 계속됐다.

횡스크롤 러닝게임 '풀 메탈 러너'는 다누온이 만들었던 게임 중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게임이다. 미국의 웹 기반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 소개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지만, 다누온은 완성도가 아쉽다는 생각에 후속작을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2억 8천여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그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지만, 비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시각장애인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하지만 그 수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진단했다.

아이폰에 내장된 접근성 기능 'Voice Over'

발달장애인의 직업교육을 위한 VR 시뮬레이션 개발
세 번째 게임이었던 '풀 메탈 러너' 이후 다누온은 오디오를 활용한 액션게임 '귀무사'와 발달장애인의 바리스타 직업교육을 위한 VR 시뮬레이션도 개발하고 있다. VR 시뮬레이션은 바리스타 실기 자격시험과 동일한 과정을 그대로 구현해 놓았다. VR을 활용하면 오프라인 교육에 필요한 시설, 장비, 시간들을 간소화해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

그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게임을 개발하면서 'GDC'등의 미국 게임 전시회에 출품한 적이 있다. 현장에서 현지 퍼블리셔를 만났는데, 시각장애인도 의미 있지만 발달장애인이 미국 시장에서 굉장히 많기에 그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어떻겠냐는 의견을 듣고 개발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조사한 소아 발달장애 통계자료에 따르면, 3세부터 15세 사이의 유아 및 청소년 6명 중 1명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

(출처: 보건복지부 제공 국내 시/도 장애인등록현황 자료)

국내의 경우, 발달장애인들은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관공서 카페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다누온은 직업교육용 모바일게임을 만들었지만, 직접 하는 것 보다는 교육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해 VR을 기반으로 직업 교육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천 발달장애부모회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 1급부터 3급, 그리고 자폐장애를 가진 사람을 통해 직접 시연도 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바리스타뿐만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VR로 체험 및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지역에 따른 선호도와 특성에 맞는 제빵, 문서정리 등의 직업교육을 개설할 수 있다고 본다. 발달장애인의 독립은 물론이고 청소년과 은퇴한 실버 세대 또한 사용 가능할 것이다"라며 "대한민국 최초로 VR 콘텐츠를 미국 국립 교육기관에 소싱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시각장애인 접근성 높인 플랫폼부터 해커톤 대회까지
이 외에도 다누온은 시각장애인의 모바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BF Apps'를 만들어 올해 2월 론칭했다. 기존 앱 마켓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BF Apps'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모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안드로이드의 '톡백(TalkBack)'과 iOS의 '보이스 오버(Voice Over)' 기능을 활용했다.

BF Apps의 인터페이스. 지금은 더 간단하고 사용하기 쉽게 바뀌었다

다누온의 조사 결과 복지선진국가 중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BF Apps'를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국가는 인도였다. 'BF Apps'의 다운로드는 대부분 인도에서 발생했다. 인도의 장애인들이 장애인용 앱에 대한 니즈가 높았다는 뜻이다.

해외 매체 hindustantimes에 따르면, 인도에는 전세계 시각장애인의 1/3 가량인 1,200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반면 2015년 말 미국 국립보건원이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미국인 가운데 법적 맹인으로 분류되는 인구는 100만 명에 불과하다. 시각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도 320만 명으로 인도에 비해 적다. 복지선진국가와 개발도상국을 모두 포함해 조사할 경우 그 격차가 상당한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도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는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 기반의 앱 다운로드를 지원하는 플랫폼은 없었다. 이러한 플랫폼은 전세계 최초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누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열린 '에이블톤' 해커톤 대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더욱 많이 만들어내기 위한 다누온의 노력이다. 소규모 개발사인 만큼,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양과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커톤 대회에서 개발된 앱들은 마켓에 출시된 이후 'BF Apps'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그는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접근성이 높은 앱이 늘어나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각장애인들이 정보에게서 소외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 개발,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앱이나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용태 대표는 한 마디로 '진정성'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콘텐츠일까? 또 우리 입장에서 만든다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력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저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앱과 게임을 만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 분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늘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다누온은 단순히 수익과 영리를 위한 앱과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면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늘 고려해야 한다. 물론 비장애인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결국 주요 타겟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물론 다누온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는 하나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도움과 즐거움 그리고 교육적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을 크게 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둘 다 중요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오프라인이 아닌가 싶다. 1회 '에이블톤' 해커톤 대회 당시에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직접 오셔서 기획과 QA,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사회에서 살을 부대끼며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사회적 약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심지어 일부 부모들은 자녀에게 장애학생과는 어울리지 말라는 식으로 은연중에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편견이 사라지려면 장애인들과 함께 사회 생활을 해보는 경험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인터뷰 내내 편견 없는 사회를 꿈꾼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우리 회사의 이름이 '다누온'이지 않나. 회사의 이름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정말로 차별과 편견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애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비난한다면 굉장히 힘들 것이다. 그들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면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소비하고 활동해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것이고, 그래야만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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