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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게임, '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보는' 시대로... 게임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등록일 2018년06월19일 16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금까지의 게임은 'Play' 즉 소비자가 직접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재미를 얻고 만족감을 느끼는 콘텐츠였다.

 

'플레이 하는 것'이 PC와 콘솔, 그리고 모바일게임 등의 플랫폼은 물론 RPG, 슈팅, 시뮬레이션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한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었다. 그런데 당연히 유저들의 'Play'를 통한 재미와 감동이 목적이라고 여겨졌던 이런 게임의 개념이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최근의 게임은 직접 경험하고 플레이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유튜브'와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인터넷 개인 방송과 동영상 플랫폼을 등에 업고 '보는 콘텐츠'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 이제는 게임을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어린 아이들도 '유튜브'를 통해 '마인크래프트' 플레이를 즐겨 보고, '트위치'와 '유튜브'로 신작 게임들을 미리 살펴본 후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 최근 '트위치'의 한 개인 방송인인 '닌자(Ninja)'는 동시 시청자 수 63만 명이라는 엄청난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게임을 '본다'는 행위는 TV로 스포츠 중계를 보거나 경기장에 가서 직접 관람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다른 팬들과 함께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고 좋아하는 게임의 대회와 방송을 찾아보며 재미를 느끼는 것은 전통적인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것과 닮았다.

 

'하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게임의 패러다임은 왜 바뀌고 있을까?

 

(출처: Pixabay)
 

시작은 미약했지만 '현재 진행형'인 '보는 게임'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점차 바뀌게 된 그 시발점은 다름 아닌 e스포츠의 태동이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출시된 이후 급속도로 팽창하게 된 PC방 문화는 당시 젊은 세대와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고,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마저 탄생시켰다.

 

프로게이머들이 선보이는 전략 전술과 승부의 세계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잡아 끄는 흡입력이 있었고, 마치 축구나 야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처럼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리고 이는 투니버스와 iTV 경인방송에서 처음 시도했던 소규모 대회를 넘어, 온게임넷(현 OGN)과 MBC게임 등 게임 전문 방송국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보는 게임'의 탄생이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대회, 즉 '보는 게임'에 적합한 RTS 장르였다는 점 또한 '보는 게임'의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매 경기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고 선수들마다 특색이 달랐기에 그야 말로 '보는 맛'이 있었고, 여기에 해설진들이 만들어내는 선수들의 스토리가 가미되면서 스타 플레이어도 여럿 등장했다.

 


 

이렇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게임의 '보는 재미'는 플랫폼의 발전과 함께 또 한번 진화하게 된다. 대회 중계 뿐만이 아니라 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UCC)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1인 미디어들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부터다. 이어 '아프리카TV', '트위치TV' 등 '실황', 즉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생겨나면서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프로 선수들의 경기 외에도 '볼거리'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대회 중계외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은 게임 콘텐츠로는 게임을 활용한 '켠김에 왕까지' 등의 게임예능이 거의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대회와 예능 뿐만 아니라 1인 미디어들의 개성을 살린 콘텐츠들, 특히 '크리에이터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게임'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1인 미디어, 즉 개인 방송인들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예능이나 대회와는 다른 방식의 '보는 게임'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이런 개인방송들은 매스미디어와 비교해 부족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게이머들은 대체 왜 게임을 하는 것보다 이런 게임관련 방송을 보는 것을 더 선호할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유머와 트롤링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방송으로 송출하는 것도 장비만 갖춘다면 최근에는 누구나 쉽게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청자들은 게임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의도된 경험, 그 이상의 경험을 원하고 또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때문에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쉽지 않다.

 

조용히 그리고 진지하게 공략에 집중하거나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는 개인 방송인도 인기가 있지만, 널리 알려진 개인 방송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름 아닌 유머와 트롤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개인 방송인들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말도 안되는 상황극을 하거나 진지한 상황에서도 일부러 바보 같은 행위를 하며 '돌아가는' 전략을 활용한다. 이러한 개인 방송인의 입담과 재치 있는 유머, 그리고 트롤링은 직접 게임을 하면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적 경험이다.

 

(출처: Pixabay)
 

사람은 예상 밖의 상황을 마주하거나, 또는 나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타인을 보았을 웃게 된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마빡이', 또는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대표적이다. 생각하지도 못한 대사와 전개,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몸개그'는 원초적인 웃음을 유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인 방송인의 주 무기이자 기본적인 전략인 유머와 트롤링은 시청자들을 자신보다 상위의 존재로 여기게끔 만든다. 인기 개인 방송인 중 한명인 '풍월량'의 '리그 오브 레전드' 실력이 '페이커'처럼 뛰어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 또한 '마빡이'가 인기 코너였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기존 관람 문화에서 더 나아간 직간접적 참여와 실시간 상호작용
이들 게임방송의 또 다른 특징은 개인 방송인과 시청자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직간접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채팅과 후원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참여 및 상호작용은 시청자로 하여금 '함께 즐긴다'는 감정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상호작용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댓글, 답장 등의 방법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가깝게 느껴진다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참여와 상호작용의 강력함을 보여준 좋은 예가 공중파 프로그램에 있다.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에서 힌트를 얻어 MBC에서 기획, 방송을 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해당 방송에서는 배우, 가수, 요리사, 심지어 운동 선수까지 다양한 유명인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로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시청자들은 온라인 채팅방에 참가해 실시간으로 직접 소통했다. 본방송에서는 일명 '팟수(팟플레이어+백수)'로 불리운 시청자들의 재치 있는 채팅을 더욱 유머러스하게 편집해 보는 재미를 살렸고, 상당히 높은 시청률과 인기를 구가한 바 있다.

 

(출처: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공식 홈페이지 '현장포토')
 

개인 방송인들은 단순히 게임 플레이를 방송으로 송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시청자 참여'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주로 다수의 인원이 필요한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이루어지며, 채팅이나 후원 보다는 조금 더 직접적인 참여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직간접적 참여와 상호작용이라는 특징은 과거 오락실이나 친구의 집에서 모여 함께 게임을 하는 문화가 인프라 발전과 시대 흐름에 따라 온라인 상으로 옮겨진 것으로 게임을 할 때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들이 지금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로 변한 것이다.

 

또 시청자들은 방송인과의 상호작용 외에도 시청자끼리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방송인이 '트롤링'을 하면 함께 웃고, 게임 한 판 안에서 '서사'를 써내려 가다가 결국 승리하면 함께 기뻐한다. 각 방송인의 특징을 잡아낸 '밈(Meme)'이 시청자 간의 공감대 형성의 핵심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시청자들 사이에 일종의 결속력이 생기고 하나의 '팬덤'으로 진화하게 된다.

 

(출처: Pixabay)
 

"게임을 대신 해드립니다", 대리 만족과 높은 몰입감
이 외에도 유저들이 '보는 게임'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리만족 때문이다. 보유한 PC의 사양이 낮거나 콘솔을 가지고 있지 않는 등 모종의 이유로 자신이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을 보거나, 또는 플레이 하기는 싫지만 내용이 궁금한 게임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는 것.

 

실제로 내가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대신해 개인 방송인이 플레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실제로 플레이 하는 것과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보는 게임방송의 인기 요인으로 손꼽힌다. 또 게임 실력을 키우고 싶은 시청자가 고수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학습하기도 한다.

 

하는 게임과 보는 게임의 양립, 성큼 다가온 '보는 게임의 시대'
아주 먼 과거에 스포츠는 육체적 활동인 '직접 경험'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신문과 라디오, TV와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현대의 스포츠는 직접 경험 뿐만 아니라 간접 경험, 즉 '보는 스포츠'의 특징 또한 갖추게 됐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인기 국제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을 놓고 방송사가 경쟁하는 모습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출처: Pixabay)
 

게임의 '보는 게임화' 또한 스포츠가 걸어온 길과 유사하다. 스포츠를 시청하며 느낄 수 있는 스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에 따른 기쁨과 감동 등의 감정들은 개인 방송과 e스포츠 리그를 시청하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는 게임이 스포츠 중계 및 관람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감정 공유와 함께하기다. 시청자들은 또 다른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또 감정을 공유하면서 결속력을 키워나간다. 수동적이고 소통 없는, 그리고 일방적인 과거의 플랫폼들과는 달리 최근 '유튜브'나 '트위치'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의 발달은 방송인과 시청자가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게임은 '하는' 콘텐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저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 자신만의 재미와 감동,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경험은 사실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힘든 온전히 개인의 것이다. 그러나 유저가 게임을 시청할때 느끼는 재미와 감동은 게임을 중계하는 사람은 물론 다른 시청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며, 그런 감정의 공유가 '게임 보는 것'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이제 게임을 '보는'것이 익숙해진 시대. 과연 하는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서의 게임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성렬 기자 (azoth@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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