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넥슨 김기한 본부장이 말하는 日 모바일게임 시장과 '오버히트'의 성과

등록일 2018년07월12일 17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5년경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은 매출순위 100위 안에 해외게임은 10개가 채 안되는 '해외게임의 무덤'이었다. 유저들은 해외게임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고, 특히 자동사냥 등 한국, 중국 모바일게임을 특징짓는 요소들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18년 현재,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순위 100위 안에는 15개 이상의 해외 게임이 진입해 있다. '자동사냥을 싫어한다'와 같은 일본 유저들에 대한 평가는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무엇보다 해외 게임들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케이스도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시장 규모가 매출 면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일본 시장이지만 반대로 전체 모바일게임 유저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지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는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을 확인하고 일본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게임사들의 상황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도쿄를 찾았다.

 

먼저 만난 사람은 넥슨 일본법인의 모바일게임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기한 모바일사업본부 본부장. 넥슨 일본법인은 최근 철저히 준비한 '오버히트' 일본 버전을 출시해 넥슨이 일본에 서비스한 모바일게임 중 최고 기록인 매출순위 7위에 올려 주목받았다.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그리고 일본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현재와 변화 양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에서 성공하는 해외게임 증가 추세, 아시아 게임의 선전 돋보여

김기한 본부장은 엔지니어로 게임업계에 들어와 사업 쪽으로 옮겨온, 개발과 사업 양쪽을 두루 경험한 모바일게임 전문가이자 일본에서만 11년 동안 근무한 일본通. 넥슨이 일본에서 온라인게임 사업에 집중하다 모바일게임으로 방향을 선회한 2015년 중엽부터 넥슨의 모바일게임 사업 전반을 이끌어 왔다.

 



 

김 본부장에게 먼저 일본 게임시장의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아시다시피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은 규모가 굉장히 큽니다. 미국, 일본, 중국이 3대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꼽히죠. 일본 시장의 특징은 무엇보다 자국 문화의 영향이 굉장히 크고 그런 자국 문화의 영향으로 독자적인 게임시장이 형성되었다는 부분을 들어야할 겁니다. 일본에서는 자국 게임사들이 콘솔게임 시대부터 시장을 직접 주도해 왔고, 많은 유저들이 그런 콘솔게임 시대를 경험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서브컬쳐 문화가 발달했다는 점과 함께 그런 고도의 게임경험을 가진 유저가 많다는 점이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을 독특한 문화로 이끌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런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최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이 해외게임이 고전하는 시장이고 상위권 게임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갈수록 변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시장 규모가 크고 압도적인 하나의 게임이 파이를 다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 매출순위에서 100위 안에만 들어도 매출규모가 꽤 되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해외 게임이 몇 개인지를 조사해 보니 3년 전에는 7~9개 사이로 나타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2배 정도 늘어나서 17~18개가 100위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다른 시장에 비해 아직도 적긴 하지만 해외 게임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트렌드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년 전 일본 모바일게임 매출순위 100위 안에 들어있던 해외 게임 중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게임은 3개 정도에 불과했는데 요즘은 13~14개가 아시아 게임입니다. 일본 시장을 두드려 문을 연 아시아 게임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볼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넥슨의 '히트'와 '오버히트', 그리고 매출순위 1위에 올라 일본 게임업계를 놀래킨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 한국 게임들은 물론 중국의 '벽람항로' 같은 게임들은 일본에서 해외 게임, 특히 아시아 게임이 상위권에 오르긴 힘들다는 선입견을 깨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생긴, 아시아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기한 본부장은 최대 요인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일본 게임들이 뚜렷한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어느 나라 유저라도 한 가지 스타일의 게임만 하다 보면 질리게 되지요. 일본 게임사들이 독자적인 게임 스타일을 구축하는 동안 한국, 중국, 대만 게임사들은 눈부신 기술 발전을 이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일본 유저들에게도 신선한 스타일, 우월한 기술력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낸 '히트'와 '오버히트'는 모두 넷게임즈가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개발한 뛰어난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준 작품들입니다. 일본에도 모바일에서 그 정도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일본 유저들에게도 그런 그래픽 부분이 큰 강점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합니다"

 

유저 성향 차이 존재, 컬쳐라이징 중요성 강조

최근 수년 동안 게임업계에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 유저들의 성향은 가까워지고 차이가 줄어든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문화적, 경험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유저 성향의 다른 점에 주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오버히트'를 안착시킨 김기한 본부장에게 다음으로 일본 유저들의 성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일본 유저들과 한국 유저들의 차이를 만드는데는 역시 지금의 게임 경험이 다르다는 게 크게 작용합니다. 한국 유저들은 MMORPG 위주의 게임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일본 유저들은 콘솔게임 위주의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러프하게 말하자면, MMORPG 경험을 가진 유저는 버그에 민감하고 완성도 높은 게임을 요구하지만 스토리 등에 대한 요구는 비교적 낮은 편이죠. 하지만 콘솔게임 경험을 가진 유저들은 스토리가 제대로 나와야 만족합니다. 한국의 MMORPG는 빠르게 성장해 남들과 경쟁하는 것을 핵심 콘텐츠로 제시해 왔습니다. 모바일게임에서도 그런 성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BM 면에서 한국 유저들은 랜덤형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큽니다. 그에 비해 일본 유저들은 거부감이 덜하고 얻은 대가가 만족도만 준다면 랜덤형 상품이라도 기꺼이 지불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합니다"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앞선 그의 설명과 함께 들으면 일본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와 캐릭터를 갖추고 한 단계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 완성도로 승부하면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에 '오버히트' 일본 버전을 한국 버전과는 크게 다른, 거의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선보인 것에서 나타나듯 '컬쳐라이즈'를 기본으로 깔고 가서 승산을 높인다는 전략.

 

넥슨이 뛰어난 그래픽을 갖춘 코어한 장르 게임들로 일본에서 승부하려는 방향성이 왜 나온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설명이다.

 



 

넥슨은 액션RPG '히트'와 캐릭터 수집형 RPG '오버히트'에 이어 2018년 여름 중 '기간트쇼크'를 일본 시장에 선행 출시할 계획이다. MMORPG 'AXE'나 액션 RPG '다크어벤저3' 등도 준비중이다. 특히 'AXE'는 오버히트처럼 일본 유저들 눈높이에 맞춘 일본 버전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가 모이는 상황.

 

김 본부장은 "일본에서 모바일 MMORPG의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PC MMORPG를 넥슨이 일본에서 서비스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어느 정도 유저층도 있고 좀 더 코어한 게임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며 "성공한 게임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일본 MMORPG 시장은 무주공산이라 생각하고 넥슨이 빠르게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MMORPG로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는 "어느 장르든 그렇지만 그래픽 면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거기에 세계관과 스토리 같은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한다"며 "핵심 재미를 바꿔선 안되겠지만, 핵심 재미는 유지하되 일본 유저들에게 안 맞는 부분들을 컬쳐라이징하면 일본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높아질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모바일게임 유저 감소 추세, 장르 코어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인터뷰 말미 김기한 본부장은 일본 시장이 라이트게임에서 미드코어, 하드코어로 넘어가려는 흐름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을 설명했다. 이미 시작되고 시일이 흘렀지만 많은 이들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을 부분일 것 같다.

 

"'모바일게임 유저'의 절대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건 한국에서도 시장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되던 사항. 한국과 일본 모두 전체 모바일유저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으로, 이제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 분석과 전망을 해야하는 시점이 되었다.

 

"일본은 라이트게임, 캐주얼게임이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이제 미드코어, 좀 더 코어한 장르로 시장의 흐름이 넘어가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한국, 중국에 비해 MMORPG 유저는 아직  적은데 더 늘어나고 코어한 게임들이 인기를 더 얻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전체 유저는 한국과 일본 모두 더 이상 늘지 않고 절대 유저수는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죠. 유저는 감소하는데 1인당 과금액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에서는 가볍고 빠르게 즐기는 게임보다는 제대로 즐기는 게임에 수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한 본부장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고전하며 '히트'와 '오버히트', 두 개의 게임을 성공시킨 넥슨 일본법인에서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서 승부할 시기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유저들에게는 넥슨이라는 회사 이름보다는 '히트'와 '오버히트'라는 게임의 이미지가 더 강한데 이런 식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게임을 계속 선보여 기존 일본게임들이 주지 못하던 재미, 한 차원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소개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넥슨의 역할은 어느 정도 스타일이 형성되어 있는 일본 시장에 해외의 하이 퀄리티 게임을 가져와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르도 다양하게 선보여야 할 것이고 개성적인 재미요소,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게임들을 시도해야할 것 같습니다.

 

1차적으로는 일본에서 히트했다고 해도 좋을만한 타이틀을 몇개 더 확보해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며 그렇게 성공한 타이틀들로 넥슨 브랜드를 구축해 (일본에서)모바일게임 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PC온라인에서는 인지도를 굳혔지만 모바일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구축을 못 한 상황이죠. 넥슨의 이름이 알려져서 향후 나올 게임들이 성장할 기반을 만드는 것이 2차 목표가 되겠습니다. 넥슨의 신작이라니 일단 해보자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넥슨 일본법인은 라인업을 꾸준히 늘려갈 예정으로, 그에 맞춰 회사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전체 유저수가 줄어들며 과금유저, 코어유저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넥슨이 가진 코어 장르 라인업은 분명 강점이 있다.

 

'오버히트'에서 시도한 일본에 맞춘 신작 수준의 재개발, 컬쳐라이즈도 성공적으로 나타났다. 같은 방향으로 도전에 나설 'AXE'를 비롯해 준비중인 코어 장르 라인업, 그리고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비노기 MMORPG'와 '던전앤파이터' 등이 기대대로의 재미와 퀄리티를 담는다면 앞으로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넥슨은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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