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경기 언옵 15분. OOO 가면 완전 꿀이다', '픽이나 조합 추천 부탁드립니다'
지난 10월 4일 국내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를 앞두고 한 인터넷 승부 예측 사이트에서는 e스포츠 경기에 돈을 걸고 불법 도박에 참여한 유저들의 글이 이어졌다.
앞서 소개한 문장에서 '언옵'이란 일정 시간을 기준으로 게임 종료 시간이 그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를 두고 베팅을 진행하는 상품을 의미하는 단어로 해당 내용을 종합하면 '7시 경기는 경기 종료 시간이 15분 이상 또는 이하인지를 두고 베팅이 진행되며 OOO 선수에게 돈을 걸면 무조건 벌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다. 또한 '픽'이나 '조합'의 경우 다른 유저들의 베팅 내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베팅 항목을 추천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약 1조원 시장 규모로 성장하며, e스포츠 팬들이 늘어나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e스포츠와 관련한 불법 도박사이트들도 성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들이 e스포츠 베팅 상품을 새롭게 추가하는 등 그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게임 관련 커뮤니티 내에서도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주소를 묻거나 승부 결과에 대해 예측하는 내용의 글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베팅 프로그램인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 토토 가맹 종목에는 e스포츠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 e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베팅 행위는 국내에서 불법이다. 그럼에도 최근 다양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이 해외 서버, 대포 통장 등 다양한 편법을 이용해 감시 기관의 눈을 피해 성행하고 있는 것.
과연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게임포커스가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취재해보았다.
검색부터 가입까지 5분 이내, 접근 쉬운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
불법 e스포츠 도박에 참여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구글 등의 검색 엔진에 'e스포츠 도박' 또는 'OO(게임 이름) 베팅'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기만 하면 검색 결과를 통해 다양한 불법 e스포츠 도박을 진행 중인 사이트들을 찾아볼 수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라면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을 것이란 기자의 예상과 달리 검색 한번 만으로도 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한 것은 물론 광고 역시 빈번하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광고를 통해 확인한 주소를 통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로그인 페이지가 등장한다. 로그인을 하지 않을 경우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기능들을 활용할 수 없기에 회원가입이 필수적이다.
회원가입 시에는 이용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환전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실명 계좌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별도의 성인인증이나 실명 인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청소년들이라도 아무런 무리 없이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를 입력하고 가입을 신청하면 회원가입 시 입력한 메일 주소로 인증에 필요한 메일이 발송된다. 해당 링크를 따라 접속하게 되면 약 1분에서 2분 뒤 입력한 전화번호를 통해 해당 사이트의 운영, 또는 고객 관리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기자에게 전화를 건 담당자는 간단하게 이름과 계좌 정보를 조회하고 검색 경로를 물어왔다. 검색 경로를 묻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담당자는 "별도의 의도 없이 통상적으로 묻는 내용"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기자가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검색하고 회원가입을 신청한 뒤 승인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5분 정도. 불법 e스포츠 도박을 운영하는 사이트의 접근성이 높은 것은 물론, 가입에 필요한 절차들이 간소화, 체계화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불법 e스포츠 도박에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검색을 통해 손쉽게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불법 스포츠 사이트와 관련된 검색어를 차단할 수는 없는 것일까.
방송통신심위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고 있지만 게임의 이름이나 불법 도박 등의 검색어를 제한하면 게임이나 관련 연구 등의 검색 결과들도 제한되는 등 과도한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검색어 제한을 통한 접근 차단은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 베팅 사이트로 게임머니 이전, 감시 기관 눈 피한다
취재 결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다양한 해외 국적의 도박 사이트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에이전시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외의 도박 사이트에 별도로 회원가입을 할 필요가 없이 중심이 되는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면 버튼 클릭 하나만으로도 해외의 도박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를 생성해준다. 아이디 뿐만 아니라 중심 사이트에서 게임머니를 충전하면 해당 게임머니를 해외 사이트로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현금을 통해 불법 도박에 이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입금 메뉴에 입장해 입금을 위한 계좌 주소를 신청한 뒤 확인해야 한다. 입금 계좌는 매 신청 시 마다 달라지며 입금 계좌를 신청한 뒤 5분 이내에 현금을 입금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이처럼 불법 도박 사이트가 매번 입금 계좌의 주소를 변경하는 것은 불법 도박 사이트 적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도박의 요건에 해당하는 환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입금 계좌를 추적해야 하는데, 입금 계좌가 수시로 변경될 경우 확인이 어렵기 때문.
입금 계좌를 확인하고 금액을 이체한 뒤 충전하고자 하는 금액을 선택하고 하단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잠시 뒤 확인 문자와 함께 자신의 아이디에 입금한 금액에 해당하는 게임머니가 충전된다.
이렇게 충전한 게임머니는 다시 별도의 메뉴를 통해 연결된 다른 사이트로 이동시킬 수 있다. 이동하고자 하는 사이트와 이동시킬 게임머니가 있는 사이트를 선택하면 잠시 뒤 해당 사이트의 아이디에 게임머니가 충전된다.
이처럼 하나의 사이트에서 여러 해외 사이트로 게임머니를 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은 관련 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여겨진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도박 사이트의 경우 현지 은행을 통해 입, 출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에서 직접적으로 현금 거래가 불가능해 도박의 구성 요건인 환전 구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자가 가입한 불법 해외 도박 사이트도 겉으로 보기에는 국내 은행 계좌를 통한 직접적인 입, 출금은 불가능하지만 중심 사이트를 통해 우회하여 금액을 충전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러한 우회 방식의 경우에도 국내 은행을 통해 입, 출금이 가능하다는 정황이 발견되면 도박 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클릭 한번으로 베팅 참여, 국내 및 해외 리그 이면에서 진행되는 불법 도박
아직 e스포츠 종목만을 전문으로 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는 없다. 대부분의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는 스포츠와 함께 별도로 e스포츠 탭을 구성, 다양한 게임 종목의 e스포츠 경기들의 배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임 종목으로는 지난 10월 1일부터 진행 중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글로벌 리그 이외에도 국내 '스타크래프트' 리그, 해외의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나 '도타' 등의 리그의 베팅을 진행할 수 있다.
베팅은 단순히 승자를 예측하는 것부터 리그 전체의 우승자를 예측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인기 종목의 경우는 다양한 베팅 방식이 존재한다. 국내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경우 단순히 승자를 예측하는 상품만 제공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퍼스트 블러드를 기록한 팀, 첫 타워를 파괴한 팀, 최다 킬을 기록한 선수 등 다양한 베팅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베팅에 참여하는 과정도 간단하다. 원하는 경기를 클릭한 뒤, 자신이 걸고자 하는 상품과 선수 또는 팀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각 상품 옆에는 배당이 적혀있다. 배당이 적을수록 해당 선수 또는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으며 승리할 확률이 낮을수록 배당이 높아진다.
이에 많은 베팅 이용자들은 배당이 높은 쪽에 돈을 걸어 높은 이익을 얻는 '역배당'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4일 진행된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e스포츠 리그에서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꺾는 결과가 나와 역배당을 시도한 참여자들이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종목과 상품, 팀과 선수를 선택한 뒤에는 자신이 가진 게임머니를 얼마나 사용할 지 결정해야 한다. 사이트 화면 우측 상단에서 자신이 선택한 상품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상품에 거는 게임머니를 설정할 수 있다.
가진 금액 범위 내에서 게임머니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베팅에 참여할 수 있다. 동시에 양측에 돈을 걸거나 무조건 이득을 볼 수 있는 소위 '보험 베팅'의 경우에는 붉은 경고 표시와 함께 베팅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무조건 이득을 보는 베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베팅을 완료하면 경기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베팅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참여할 수 있으며 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해당 베팅 화면에서 경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경기 결과는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베팅 결과와 손익을 확인할 수 있다.
베팅을 통해 획득한 금액은 입금의 반대 과정을 거쳐 출금할 수 있다. 게임머니 이동 기능을 이용해 에이전시 사이트로 게임머니를 이동한 뒤, 출금 신청을 하면 잠시 뒤 입금 계좌로 신청한 금액을 이체했다는 문자와 함께 출금이 완료된다.
출금한 금액은 기자가 가입 당시 입력한 입금 계좌로 이체되었다. 기자의 계좌로 금액을 발송한 사람의 이름이나 계좌 정보는 사이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입금 계좌를 실시간으로 변경하고 환전을 진행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계좌를 철저히 숨기는 행위를 통해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은 감시 기관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영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실제 경기 결과에 따라 참여자의 득실이 발생하고 실제 현금을 입, 출금할 수 있는 환전 구조를 갖추고 있는 사이트는 명백하게 도박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 규모 파악 불가, 전문 감시 기관 부재
이처럼 e스포츠의 인기와 위상이 올라감에 따라 다양한 불법 e스포츠 도박을 운영하는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불법 e스포츠 도박에 대한 전담 감시 기관이 없다. 때문에 정확한 규모나 이용자 수 등 실체를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통해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관련된 현황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 e스포츠만을 중심으로 배팅 상품을 제공하는 사이트가 없기 때문에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 자료를 얻을 수 없다"는 응답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불법 사이트가 없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 역시 e스포츠 불법 도박과 관련된 현황 파악에 대해 "연일 다양한 불법 도박 사이트 관련 신고가 접수되지만 감시 인력 등의 문제로 인해 분류를 나눠 감독하기는 어렵다"라고 응답했다.
정부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e스포츠 도박이 독버섯처럼 자라며 국제화, 활성화 단계에 접어든 e스포츠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혹여나 나도 처벌 받을까... 신고 꺼리는 이용자들
한편,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근절을 위해서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발견하고 이를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신고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경우 이용자들 역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사이트 신고를 위해 해당 사이트의 주소나 증거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결국 본인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한국 e스포츠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신고 건수는 지난 2015년 최고치인 2774건을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불법 도박사이트 이용자가 신고를 하더라도 신고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를 운영 중인 사행산업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이용자가 불법 사이트를 신고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감위가 운영하는 신고센터에서는 해당 사이트의 주소나 입금 계좌와 본인의 아이디 등 세부 사항들을 입력해야 하지만 해당 사이트의 주소만 기재하더라도 신고가 접수된다. 사감위 관계자는 "해당 신고를 통해 적발하는 것은 사이트 운영자이기 때문에 신고자가 받는 불이익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감시기관들이 일반 이용자들의 신고접수를 통해 사이트를 적발하고 이에 대한 심의와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만큼 사이트를 발견한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
건전한 e스포츠 정신 해치는 불법 e스포츠 도박, 이용자와 기관, 협회 차원의 관심 필요하다
취재한 불법 도박사이트 외에도 인터넷에는 여전히 수 많은 불법 e스포츠 베팅사이트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불법 e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이 검색을 통해 사이트 주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회원가입을 위한 별도의 실명인증이 필요하지 않아 청소년들도 쉽게 불법 e스포츠 도박에 손을 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불법 e스포츠 도박의 성행은 승부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불법 e스포츠 도박의 근절을 위한 방안이 더욱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1월 지스타에서 진행된 '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 경기에서는 프로게이머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결탁해 고의로 패배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가 일련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리그 침체기에 빠졌었던 만큼 불법 e스포츠 도박을 방치하면 또다른 승부조작 사건들이 발생해 e스포츠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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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불법 e스포츠의 정확한 규모에 대한 자료나 전문 감시 기관이 부족해 협회, 또는 감시 기관 차원에서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감시 기관들이 신고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적발하는 만큼, 불법 도박 사이트를 발견하거나 경험이 있는 이용자들의 투철한 신고 정신 역시 건전한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중요하겠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 없이 불법 e스포츠 도박을 이용자들의 신고에만 의존해서는 사실상 근절은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정부가 사용자들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일 성장하며 정식 스포츠로의 편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e스포츠가 불법 e스포츠 도박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설 수 있도록 관련 협회 및 게이머, 특히 정부 당국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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