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게이머 모임에 가면 자주 이런 논쟁을 하게 된다. '최고의 바이오하자드는 몇편인가', '최고의 메탈기어솔리드는 몇편인가', '최고의 파이널판타지는 몇편인가' 등등...
게이머들이 모이면 이런 대화 소재만으로도 밤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파이널판타지'의 경우 기자는 10편을 가장 좋아하지만 6편, 7편 등 많은 지지를 얻는 작품의 가치와 재미도 물론 인정하고 있고 7편은 10편만큼 좋아한다. 굳이, 굳이 따지자면 10편이라고 답하는 것에 불과하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중 특히 7편은 CD 포맷으로 나온 게임이라거나 3D 시대를 열었다는 점 등 게임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파이널판타지 후기 시리즈들의 공통점인 '뭔 소린지 모르겠어' 감성을 담았지만 복선들을 잘 회수하고 설정을 설득력있게 풀어냈으며, 캐릭터들은 인류의 게임사에 영원히 남을 만한 매력적인 개성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 세대 게이머 상당수가 그렇듯 나이 앞자리가 4가 된지 오래된 기자 역시 '파이널판타지7'에 추억을 가진 게이머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정식 발매된 파이널판타지7 PC판을 구입해 플레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리메이크판이 나온다고 해 기대도 되었지만 그만큼이나 우려가 컸다. 발매 후 정식 리뷰를 스스로 맡지 않고 '파이널판타지7'을 처음 접하는 젊은 기자에게 맡긴 것은 객관적으로 이 게임을 바라보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기도 한데...
작성된 리뷰를 보니 미완성품, 불친절, 볼륨 부족 등 예상했던 비판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역시 그런가...' 라는 생각과 함께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가 발매되고 초반의 뜨거운 열기가 식은 5월에 접어들어 뒤늦게 플레이를 시작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추억팔이에 몸을 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하고 클라우드가 기차에서 뛰어내려 마황로를 올려다보자마자 뭔가 웃음이 실실 나오기 시작한다.
내가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쓸만한 게이머라는 생각으로 노멀 난이도로 게임을 시작했다 1챕터 보스전에서 피닉스의 꼬리를 2개나 사용하고 '우린 이제 틀린 걸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바보야 시작도 안했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클리어하고 신라 병사들의 추격을 피해 슬럼가로 와서 티파를 만난 순간... 절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스스로가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를 플레이하며 계속 웃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클라우드가 티파에게 꽃을 건네는 순간, 아이고 이놈 클라우드야 사람 됐구나.. 라고 클라우드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올랐다.(티파에 대한 호감도는 이미 맥스라 더 오를 게 없다) 옛날에는 짜증나는 아재였지만 이제는 귀여운 동생처럼 느껴지는 바레트부터 아발란치 멤버들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럽다. 에어리스는 20년전 기억에 큰 임팩트가 없었지만 이렇게 귀여운 아이였다니... '나는 티파 파야'라는 생각이 에어리스를 제대로 못 보게 만들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확실히 초중반 부분에서 게임을 딱 끝내버리니 젊은 게이머들이 불평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흘러간 명곡을 소개하는 가요프로에서 젊은이들이 '노래는 좋은데 그정도야?'라고 느낄 그런 감정을 느낄 것 같다. 이야기를 도중에 끊어야 하니 중간에 할 것들을 더 넣어 분량을 맞췄는데 이미 전체상을 알고 플레이하면 '분할판매하며 욕 안먹으려고 무리하게 볼륨을 늘렸다'는 느낌을 받을 것같기도 하다. 클라우드, 티파, 에어리스에게 감정이입하지 못하면 '뭐야 이게' 같은 느낌도 있을 것이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부분도 분명 있다.
그래도 기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옛 전사(게이머)들을 위한 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선물을 받아본 느낌이다.
5월 3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반년만에 전국에 흩어진 게임모임 멤버들이 한곳에 모여 막내(30대 후반)에게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를 플레이시키고 치킨을 뜯으며 밤새 플레이를 감상했다.
"요즘 게임은 그래픽이 참 좋구나" 같은 말도 나왔고 "딸하고 같이 해봐야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아직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를 구입하지 않고 있던 아재 4명이 다운로드 버전을 구입했다.
다들 집으로 돌아간 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플레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데, 모두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기자도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고,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까지 나아가 보려 한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를 흥겹게, 신나게 플레이하고 있자니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 10편도 리마스터 말고 제대로 리메이크한 버전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일단 7 리마스터가 완결되려면 10년은 걸릴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라... 액션 스타일 전투를 플레이할 수 있는 몸상태일 때 7편 리메이크가 완결되고 다른 시리즈 리메이크나 신작 파이널판타지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언젠가 나올(?) 파이널판타지10 리메이크도 플레이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체력관리를 해서 오래오래 게임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여러분도 건강과 체력을 신경쓰며 게임하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역시 리뷰를 젊은 기자에게 맡긴 건 잘한 선택인 것 같다. 티파만 나오면 헤벌쭉 웃음만 나오고 클라우드를 조작하며 실실 웃기만 하는 기자가 냉정하게 게임을 평가할 수 있었을까... 파이널판타지7은 우리 올드 게이머들에게 너무 특별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