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영화 평론가와 대중의 평가는 갈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나 주제의식 등을 고루 판단하는 평론가와 달리 특정한 지점이나 감정 등을 중요시하는 대중이 하나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대중을 타깃으로 삼은 대중 영화에서는 평론과 대중의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가 잦다.
영화업계 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평단과 대중의 괴리감이 최근에는 게임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너티독이 최근 발매한 플레이스테이션4 용 액션 어드벤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2)'에 대한 평단과 게이머의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 6월 26일을 기준으로 '라오어2'에 대한 평단의 메타스코어는 94점인 반면, 유저 스코어는 4.5(10점 만점)점 수준으로 이정도까지 양 집단의 평가가 갈라선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은 '라오어2'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드러나면서 게이머들은 게임의 발매 이전 사전 리뷰와 평점을 제공한 게임 전문 매체나 평론가 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임 내내 플레이어들에게 불쾌한 감정과 관용을 종용하는 '라오어2'가 정말 평단의 점수처럼 높은 평가를 줄 만한 게임이 맞냐는 것. '라오어2'에 대한 본지의 사전 리뷰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전하고 조심스럽게 평가를 전했지만, 외신을 비롯한 평단 대부분의 평가는 플레이스테이션4를 대표하는 명작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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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주인공인 '라오어2'를 마침내 전부 클리어하고 나니 사전 리뷰를 작성한 기자나 평론가들의 고민, 그리고 높은 평가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가장 논란이 되는 스토리와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게임의 디자인적인 측면을 보면 '라오어2'는 수작 임이 분명하다. 새로운 적들을 추가해 잠입의 긴장감을 높이고 컷 신과 게임 플레이의 경계선을 허문 연출도 놀라운 수준. 특히 개인적으로는 자동으로 긴장하고 움츠러들게 만드는 사운드 자체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논란의 중심이 된 서사 구조와 '증오'라는 주제의식, 그리고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다. 게임 초반부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분노'는 게임 중반부에 이르러서 '불쾌함'이 되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허탈함'이 된다. 닐 드럭만은 기존 게임의 게임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역지사지' 형태의 연출을 시도했지만, 그 방식이 조금 투박하고 전작만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선택지도 남겨놓지 않은 것이 개인적으로는 패인이 아닐까 싶다.
서사 구조는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것이 맞지만 평단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감정보다는 '라오어2'의 도전이 향후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닐 드럭만이 도전한 새로운 서사 방식이 향후 출시될 게임에서 더욱 보완된 모습으로 드러날 것인지,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색다른 방식에 영감을 얻은 개발자가 향후 다른 게임에서도 이런 방식을 시도할 가능성 등 '라오어2'가 플레이어에게 전하는 '불쾌함'과 '허망함'은 평단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감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소재일 수밖에 없다.
다양성에 대한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수능 언어영역 지문처럼 플레이어에게 특정한 감정을 종용하거나 게임의 주제의식과는 거리가 먼 소재들을 배치하고 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기자 역시 게임 초반부 유대인들의 전통과 사상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 부분에서는 어색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사회의 다양성을 게임에 녹여내고자 하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분노', '불쾌함', '허탈함' 세가지 감정 중 그 어느 것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마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앉혀두고 나머지 수업을 하는 듯한 다양성 표현도 부정적인 평가를 더해주는 부분. 특히 일방적으로 콘텐츠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기존 게임과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도록 해 몰입감을 높이는 게임 특성상 후반부의 전개는 썩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핑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게임의 사전 리뷰에서 소니 측이 건 다양한 제약들 역시 평단의 사전 평가와 게이머들의 실제 반응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라오어2'에서는 게임 초반, 중반, 후반에 걸쳐 고르게 플레이어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충격에 빠트리는 지점들이 마련되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다 보니 게임에 대한 감상 역시 게이머들의 총평과는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물론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맞고 당신들은 틀렸다” 같은 유치 찬란한 이야기를 늘어 놓아선 안된다. 서로 바라보는 부분이 다르다고 해서 평단과 게이머들이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는 없는 노릇. 두 집단 사이의 견해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단을 비롯한 게임 전문 매체들이 좀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게이머들이 게임 전문 매체나 평론가들에게 원하는 것은 기술적인 해설 뿐만 아니라 “모든 게이머들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라오어2'의 발매 이전 리뷰나 평론가들의 평점에 대해 게이머들이 분노하는 것 역시 게이머들의 생각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기 때문. 결국 발매 이후 게임을 소비하는 것은 게이머들인 만큼, 전문 매체나 평론가들 역시 이들의 관점에서도 게임을 바라보고 생각을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게이머들의 시선에서 평가를 전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는 만큼 전문 매체와 평론가들 역시 영역을 지키기 위해 괴리감을 좁힐 필요가 있다.
'라오어2'의 논란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른 기대작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발매 이전 사전 시연회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었다. 그러나 '라오어2'에 한번 데인 게이머들의 반응은 이전처럼 뜨겁지 않은 상황. “전문 매체나 평론가들의 시연 후기는 믿을 수 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전문 매체나 평론가들은 이미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 그들이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면 매체나 평론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도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수많은 기대작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고 게임 전문 매체와 평론가들은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분석이나 작품에 대해 좀더 넓은 관점에서 게임을 평가하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 전문 매체와 평론가 만이 전하고 바라볼 수 있는 요소들에 더해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도 게임을 바라보고 감상을 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메타크리틱 이용자 리뷰는 이미 8만 건을 넘어섰다. 평단의 점수 역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편이라 이대로라면 최다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 수상작에 선정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상황. 연말 쯔음에는 '라오어2'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다. 게이머들과의 괴리감을 좁히고 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감상과 평가를 전하기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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