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에서 '5G 클라우드 게임'까지... 韓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게임사업 40년 발자취

등록일 2020년10월30일 09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에게 있어 게임은 애증의 존재다. 

 

1980년대 개인용 PC인 SPC 시리즈를 시작으로 막을 연 삼성전자의 게임 사업은 이후 '겜보이' 등 해외 유명 게임 기기의 보급, 그리고 '파이널판타지 7'과 '던전앤파이터'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기록했지만 이후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면서 조금 아쉬운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던전앤파이터'를 떠나 보낸 삼성은 그동안 게임 사업에서는 잠시 손을 떼고 게임 등 유망 콘텐츠를 자사의 기기에 유치하기 위한 디바이스 경쟁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2020년, 삼성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폰 최초로 MS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갤럭시노트 20'에 탑재하는 등 게임 사업에 대한 여전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SPC에서 '삼성 새턴'까지, 하드웨어 주목한 1980~1990's

 

출처 - MSX Wiki
 

약 40년간 이어져온 삼성과 게임의 첫 연결고리는 1984년 삼성이 출시한 MSX 기반 개인 컴퓨터 'SPC-800(Samsung Personal Computer)'다. 'SPC-800'은 1983년 보급된 개인용 컴퓨터 'SPC-1000'의 MSX 버전으로,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하고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후 삼성은 이탈리아 수출을 위해 'SPC-800'의 개선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SPC로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가 적어 이제는 추억 속의 게임기로 남게 되었다.

 



 

국내 게임산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특이점인 '겜보이' 역시 삼성전자의 사업 성과다. '겜보이'는 세가의 8비트 게임기기 '세가 마스터 시스템'을 삼성전자가 국내에 정식 수입한 버전으로, 당시 게임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겜보이'의 긍정적인 성과를 확인한 삼성전자는 이후에도 '세가 메가드라이브'를 수입한 '삼성 슈퍼 겜보이(슈퍼 알라딘 보이)'에 이어 1995년에는 '세가 새턴'을 수입한 '삼성 새턴'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故이건희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삼성 새턴'은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다. 당시 게임시장에서는 소니의 게임기기 '플레이스테이션'이 경쟁자로 나섰으며, 이에 맞서는 '삼성 새턴'은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와 일본에서 한 차례 발매된 게임 타이틀들을 지원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인해 사실상 실패로 남았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1996년 게임 기기 사업을 철수하는 한편, 이후 발매할 예정이었던 '드림캐스트'의 수입 역시 취소하는 등 뼈아픈 경험을 겪었다.

 

'파판7'부터 '던파'까지,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삼성전자의 2000년대

 



 

게임 기기 사업은 철수했지만, 아직 게임 사업 자체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기기 판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의 힘을 깨달은 삼성전자의 다음 전략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 전개로, 1998년 스퀘어에닉스의 명작 JRPG '파이널판타지 7'의 PC 이식 버전을 국내에 수입하는 등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국내 게임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2000년, '드래곤라자'의 게임 개발 및 상품화에 대해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2001년에는 미디어컨텐츠센터를 중심으로 게임 포탈 및 온라인 게임, DVD 게임 부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천상비'나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의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짱구는 못말려' 등의 PC 게임도 출시하는 등 플랫폼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투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2005년 삼성전자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는 퍼블리싱 사업 7년 만에 삼성전자의 게임 사업부문에 누적흑자를 안겨준 효자 상품이다. 2005년 10월 삼성전자를 통해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던전앤파이터'는 15개월 만에 동시접속자 12만명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2003년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온라인 게임 '붉은보석' 등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도 긍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삼성전자는 퍼블리셔로서의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다만, 퍼블리셔로서의 행보에 집중하던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게임 기기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 출시된 자사의 게임 전용 핸드폰 'SCH-G100'과 'SPH-G1000'에서 NHN과의 협업을 통해 전용 게임을 선보였으며, 여기에 2007년 자사의 IPTV용 셋톱박스에 게임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고 2008년에는 디지털TV 제품에 총 6개 게임을 탑재하는 등 자사의 가전기기 제품과 게임 콘텐츠의 결합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품 떠난 '던파'와 '붉은보석', 자사 제품과 게임 연계 노리는 삼성

 



 

'던전앤파이터'를 필두로 한 게임 퍼블리싱 사업으로 어느정도 회복세를 보이던 삼성전자의 게임 관련 사업은 2010년 암초를 만나게 된다. 약 5년 간 삼성전자를 통해 서비스되던 '던전앤파이터'의 국내 판권 계약이 종료된 것. 재계약 여부에 대해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으며, 결국 2010년 10월 말 부로 삼성전자는 품에서 '던전앤파이터'를 떠나 보내게 된다. 여기에 '붉은보석' 역시 2014년부로 삼성전자와의 판권 계약을 종료하면서 삼성전자는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되었다.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서 손을 뗀 삼성은 이어 모바일 게임과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3년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구글 플레이 등 오픈마켓의 등장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자사의 스마트폰 제품과 게임이라는 콘텐츠 간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 2014년 출시된 삼성의 스마트폰 용 게임패드 'EI-GP20' 등 게임 관련 디바이스도 이 시기에 발매되는 등 삼성은 이용자들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게임 기기로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선보였지만, 아쉽게도 긍정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자사의 인프라를 통해 게임사들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식의 게임 사업을 전개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자사의 신제품 '갤럭시 S7'에서 '불칸' API를 적용하고 '게임런처' 등 게임 기능에 특화된 앱을 선보였다. 이어 2018년에는 '갤럭시 S9'을 첫 공개하는 자리에서 펄어비스의 신작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을 시연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등 자사 제품과 게임 간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노리기도 했다.

 

다만 자사 제품과 게임 간의 연계를 노린 전략의 성과 역시 조금은 아쉽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게임들의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기기의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것. 마찬가지로 갤럭시 시리즈의 점유율을 활용한 삼성전자의 자체 오픈마켓 '갤럭시 스토어' 역시 출범 첫 해에 이렇다 할 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로 무장한 삼성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면서 게임 사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삼성전자였지만, 최근 다시금 게임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게이머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자사의 공식 SNS를 통해 게이밍 컨트롤러를 암시하는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2014년 스마트폰 용 무선 게임패드 'EI-GP20'을 출시했다가 실패한 이후에는 게임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던 삼성전자이기에 새롭게 선보일 신제품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가 게임 사업에서 꺼내든 새로운 무기는 다름아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5G 통신 기술을 활용해 동영상을 감상하듯 스트리밍으로 고 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기기의 사양과 플랫폼에 구애 받지 않고 어디서나 다운로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갤럭시노트 20'에서 스마트폰 최초로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을 제공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는 1996년 '삼성 새턴'의 실패 이후로 게임 기기 사업을 공식적으로 철수했지만 끊임없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을 게임 기기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서비스 초읽기에 들어간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은 풍성한 게임 콘텐츠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통해 출시된 별도의 게임 컨트롤러 역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SPC-800'으로 시작된 삼성전자의 게임 사업은 그동안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계속 변화 중이다. 하드웨어 수입 업체에서 게임 퍼블리셔로, 그리고 다시 스마트폰 플랫폼 개발사로서의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해나가는 삼성전자가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으로 마침내 게임 사업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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