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배우 '차인표'는 어떤 이미지로 남아있는가. 20대 후반인 기자에게 그는 '양치질'과 '검지손가락' 두가지 키워드로 기억된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가 방영한 것이 94년이었고, '분노의 양치질'은 2000년대 중반의 일이다. 여전히 신사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그이지만, 외적인 이미지를 제외하고 배우 '차인표'로서의 커리어는 공백기가 꽤 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 속의 차인표도 비슷하다. 소위 '한물 간' 연예인인 그는 이제 '송강호'나 '최민식' 같은 굵직한 배우들의 스케줄이 펑크가 나야 간신히 '영화배우 4대천왕 특집'에 끼워줄 수 있을 정도. 그럼에도 왕년의 추억 속에 빠져있는 그는 '애처가', '젠틀맨' 등 그에게 씌워져 있는 이미지를 열심히 관리하며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처량한데 영화는 그를 건물 잔해 속에 묻어두고 마음껏 '조리돌림'을 한다. 등산 도중 흙탕물을 뒤집어 써 여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던 도중 건물 붕괴 사고에 휘말리지만, 차마 "차인표가 여고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매니저에게만 몰래 구출을 의뢰한다. 정작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차인표'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는 것이 '웃픈'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과 허구 사이의 묘한 경계선을 넘나드며 여러 각도에서 배우 '차인표'를 해부하고 실험한다. 수술대를 지휘하는 것은 신예감독인 김동규로, 그는 두시간이 조금 안되는 러닝타임 내내 '한물 간' 배우 '차인표'에게 코미디를 시키기도하고, 때로는 걸걸한 욕설까지 연기하도록 주문한다. 그동안 '차인표'를 가둬왔던 프레임들을 깨부수는 한편,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하려는 시도다.
배우 '차인표'에게 씌워진 각종 이미지들을 열심히 파괴하던 감독의 칼날은 결국에는 그의 정체성과도 같은 '검지손가락'으로 향한다. 그를 청춘 스타로 만들어준 동시에 그동안 그를 가둬왔던 '검지손가락'마저 처리하고 난 뒤에야 영화는 비로소 '차인표'에게 자아성찰의 시간을 마련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현실과 영화가 교차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 가장 웃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주연인 차인표는 한평 남짓한 폐허 속에 갇혀있는 대신 조달환, 조상구, 박영규, 그리고 신애라(목소리 출연)가 바깥 세상의 상황들을 이끌어나간다.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이지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 전반적으로 감독이 배우 '차인표'를 어떻게 열심히 굴리며, 또 자신에게 씌워진 이미지를 어떻게 벗어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이 보다 흥미롭다. 영화지만 마냥 영화 속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5년전 같은 시나리오를 고사했지만, 그사이 영화 속 배역과 자신이 처한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져 '차인표'의 대본을 받아들였다는 캐스팅 비화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속 '차인표'와 현실의 '차인표'는 서로 닮아있다. 영화 속 '차인표'는 검지손가락과 함께 자신을 향한 시선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현실 속 차인표는 어떨까? 영화를 계기로 앞으로 더 다양한 그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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