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이자 아카데미 회원인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이 다시 부천을 찾았다. 카타부치 감독은 부천에서 열린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을 방문해 제작중인 신작을 소개하는 세션을 준비하고 한국 애니메이션 마니아들과 소통했다.
카타부치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세계적 명성을 쌓았지만, 게이머들에게도 친숙한 존재이다. 공중전 게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에이스컴뱃' 시리즈의 스토리를 맡으며 개발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기 때문.
특히 최근 출시된 시리즈 최신작 '에이스컴뱃8'은 왕도적인 스토리와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해주는 흥미로운 전개로 유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자 역시 '에이스컴뱃8'을 재미있게 플레이중이던 차에,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천으로 달려가 그를 만났다. 사전에 '에이스컴뱃8' 출시 직후에 뵙는 것이니 게임 개발 과정과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와도 협의가 된 형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과 '에이스컴뱃8'에 대해 나눈 대화를 옮겨 본다.
제안 받자마자 참가 결정, '이건 되겠다!'고 바로 감이 왔어
이혁진 기자: '에이스컴뱃8'을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감독님은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반응을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카타부치 감독: X 등을 통해 반응을 보고 있는데, 세계 여기저기에서 좋은 평이 나오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신작 영화를 제작중이신 바쁜 상황이라 8편 참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 봤는데, 참가하신다고 해 놀랐습니다
카타부치 감독: 저는 언제나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랙 라군' 작업을 하며 '마이마이신코'의 플랜을 짰고, '이 세상의 한구석에'를 만들며 '에이스컴뱃7' 작업을 했죠.
이번에도 '에이스컴뱃8' 작업을 하면서 '도토리색의 나기코들'도 병행해서 하고있는 것이죠. 동시에 두개의 스토리를 동시에 쓰는 쪽이 각각의 스토리의 특징이 제 안에서 더 확실히 잡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대개 스토리를 쓰는 사람은 하나의 작품 안에 다양한 것을 모두 넣으려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특징이 확실히 갈리는 두가지 내용을 동시에 쓰면 나눠서 담게 되니 각각 특징을 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에이스컴뱃'의 시브의 날개 이야기와 헤이안시대를 다루는 '도토리색의 나기코들'은 그야말로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이렇게 두가지 확실히 다른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는 것이 저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의 코노 브랜드 디렉터도 바빠서 못 하실 줄 알았는데 맡아주셔서 다행이라고 하더군요.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카타부치 감독: 처음 제안을 받은 것은 2021년 정도인 것 같네요. 이러이러한 '에이스컴뱃' 신작을 하고 싶다고 코노 브랜드 디렉터와 시모무라 디렉터가 찾아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그래 하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 이야기를 나눈 시점에서 길이 거의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금방 써내려갈 수 있었고요.
사실 '에이스컴뱃4' 때에도 코노 디렉터를 만나 제안을 받고 1주일만에 사이드 스토리까지 전부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늘 같은 공중전을 다루는 게임이지만 '이번에는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자'는 것이 결정되면 제 안에서 자동적으로 진행이 되는 느낌이에요.
스토리가 왕도적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느낌을 조금 받았고요
카타부치 감독: 감사한 평가입니다. 왕도적이라고 할까, 동료들, 주인공 편대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죠.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다는 목적 말입니다. 마지막에는 그 목적을 이뤄내야 하고, 거기 더해 가짜 에이스 파일럿인 주인공이 진짜가 되어가는 것도 제대로 표현해야 했습니다.
골 지점이 명확한 시나리오로, 골이 잘 보이니 거기까지 도달하는 장면들을 제대로 만들자는 식으로 설계가 명확하게 된 셈입니다.
개발팀과 매주 이야기 나누며 스토리와 미션 조정 진행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감독님이 스토리를 쓰고 개발팀이 스토리에 맞춰 미션을 만드는 형태인가요, 아니면 미션이 먼저 나오고 그 사이를 스토리로 이어주시는 형태인가요
카타부치 감독: 동시에 진행하는 형태입니다. 1주일에 한번, 매주 수요일에 줌으로 미팅을 진행하며 거기에서 '이런 스토리를 이런 식으로 진행하고 싶다', '미션은 이렇게 하고 싶다', '이 스토리가 왜 이렇게 나오는가' 등에 대해 각각 의견을 내서 협의하고 동시에 진행하는 느낌이었네요.
8편에서는 이 작업을 게임의 결말까지 밀고 나가 마무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발팀과 제가 각각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에서도 좋은 느낌으로 반영되지 않았나 싶네요.
8편으로 세계관, 스토리가 3편과 연결된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게 3편과 연결지은 것은 개발진의 요청으로 그렇게 스토리를 만드신 것인가요
카타부치 감독: 그 부분에 대한 개발팀의 확실한 오더는 없었습니다. 개발팀과 상담해가며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고요. 함께 상담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것입니다.
실체가 없는 다국적 초거대기업 '엔소 오더'라는 발상은 어떻게 하게 되신 것인가요
카타부치 감독: 앞으로의 기업은 그런 형태로 진화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체를 클라우드화하고 현실에는 명확한 실체가 없는 형태, 현재의 '이 회사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어느 건물에 있다'는 것이 명확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에이스컴뱃7'에서는 '앞으로의 전쟁은 드론이 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스토리에 반영했던 것이고요. 이번 8편에서는 앞으로 펼쳐질 전쟁의 형태, 기업은 클라우드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저 자신의 근미래 예측을 반영해 게임 속 세계를 구현한 것입니다. 이런 형태는 '에이스컴뱃' 작업을 하며 늘 같은 방침으로 해 온 것이고요.
저 자신부터가 게임 속 세계는 현재의 반영보다는 가까운 미래를 예상해 반영하는 형태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개발팀과 의견을 교환해 가면서 작업했습니다.
미션을 진행하며 앞서 시리즈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이 간혹 등장해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등장시키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카타부치 감독: 예전 캐릭터들을 '보여주자'고 의식했다기보다는, 같은 세계관이니까요. 등장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나요. 새로운 캐릭터들을 내는 것 보다는 앞선 시리즈에서 나온 캐릭터들을 보여주는 편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4, 5편 등 감독님이 만든 스토리의 등장인물은 모두 기억하고 계신가요
카타부치 감독: 물론이죠. 써 나가며 그 캐릭터는 여기에서 등장하면 자연스럽겠다, 여기서 보여주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하나의 게임을 작업할 때 생각해야 할 것과 만들어야 할 것이 아주 많다보니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하게 되거든요. 앞서 말했듯 첫 아이디어는 금방 정해지지만 한명 한명의 인물을 만들고 대사를 준비하는 동안 그 캐릭터가 제 안에 살아있는 사람으로 정착하게 되므로 모두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타샤의 설정과 대사 모두 직접 작성, 개발진이 힘 너무 준 것 같기도...
타샤의 인기가 굉장합니다. 감독님이 평소 보여주신 캐릭터들과도 꽤 다른 느낌의 캐릭터 아닌가요. 개발진에서도 우리가 이런 귀여운 소녀 캐릭터를 만들다니... 라고 하면서 신나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카타부치 감독: 타샤라는 캐릭터의 비주얼 외에는 전부, 성별, 연령, 어떤 대사를 하는가까지 전부 제가 만들었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녀는 무조건 '타당한 사람'으로 만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여자아이라고 그저 놀라고 겁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타샤는 제대로 자기 생각의 형태가 있어서 거기 맞춰 생각하고 발전도 합니다.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공중전에 뛰어들어 돌파하고, 도움 없이 탈출하는 것도 가능한 캐릭터이죠. 제 안에서 그렇게 제대로 된 형태로, 자아와 개성을 가진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CG를 만드는 분들이 캐릭터 모델링도 잘 해서 시나리오 안에서 타샤라는 캐릭터의 형태를 만들어 줬습니다.
타샤의 캐릭터 외형 디자인을 보고는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카타부치 감독: 개발진이 타샤 CG에 가장 힘을 쏟아부은 것 아닌가 싶은데요.(웃음) 캐릭터 중에서도 타샤가 가장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리얼하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잭팟 9번기는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살릴 수도 죽을 수도 있습니다. 감독님이 쓰신 정사는 어느 쪽인가요
카타부치 감독: 기자님은 어떻게 하셨나요.
1회차에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2회차에서는 확실히 살렸습니다
카타부치 감독: 그렇다면 잭팟 9번기는 생존한 것이네요.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플레이어 여러분에게 세계가 펼쳐져 버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정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한 것이죠. 제 말대로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가려 두도록 하겠습니다.
편대, 동료 중 누가 죽고 사는지는 처음부터 정해 두고 써내려 가셨나요. 벡스터는 예상을 어느 정도 했지만 그래도 슬펐습니다
카타부치 감독: 정해두지 않고 쓰기 시작했는데, 그 지점에 가니까 그런 스토리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저도 벡스터의 결말은 안타깝습니다.
'에이스컴뱃9'가 개발된다면 또 참여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카타부치 감독: 9편이 개발된다면 꼭 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꾸준히 플레이하신 것으로 아는데, 8편을 이미 하셨는지, 아니라면 향후 플레이하실 계획이 있으신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카타부치 감독: 사실 '에이스컴뱃8'을 하려고 플레이스테이션5를 처음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구입한 직후부터 너무 바빠져서요.
출시가 10월에 됐잖아요? 10월 들어서 주말도 없이 주7일 일을 하면서 매주 출장을 다니고 있는 상황입니다. 야마구치현, 아이치현, 교토에 다녀와 이번에는 한국에 왔고, 그 다음에는 후쿠시마와 히로시마에 가야 합니다. 플레이를 하긴 할텐데 정말 바빠서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구입한 플레이스테이션5도 아직 밀봉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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