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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허영만 "젊은이들, 미래 고민보다 현재에 충실해야"

2013년04월24일 17시35분
게임포커스 이혁진 기자 (baeyo@gamefocus.co.kr)


24일 개막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13) 기조강연에 나선 넥슨코리아 서민 대표와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허영만 화백이 입을 모아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NDC 13 기조강연은 서민 대표와 허영만 화백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타짜', '식객' 등 인기작을 양산해온 국민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허영만 화백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 서민 대표에게 "내가 자리를 뜨면 이현세라고 할 거 다 안다"고 농담으로 응수하는 등 구수한 입담을 과시하며 방청객들의 박수를 끌어냈다.

넥슨코리아 서민 대표(왼쪽)와 허영만 화백

두 사람은 콘텐츠 창작자로서 후배들에게 같은 조언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서민 대표는 마지막 발언으로 "직원들이 나한테 미래에 대해 묻던데 내 답은 모른다, 내일 일도 모르는데 무슨 미래냐는 것"이라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계속 생산하고 만들면 절로 미래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겠냐는 뜻"이라 설명했다.

허영만 화백은 서민 대표가 기조강연을 마무리하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줄 것을 요청하자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당겨서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덧 스스로가 미래의 가운데에 서 있는 걸 느낄 것"이라며 "즐겁게 해야 하고 즐겁지 않더라도 누가 날 즐겁게 해 주지 않는다. 여러분 즐겁게 사십시오"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해 방청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서민 대표와 허영만 화백의 대담 내용을 정리해 봤다.

서민 대표: 게임업계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개발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해 이번 NDC의 주제를 What Comes Next로 잡았다.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업계의 시각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허영만 화백을 모셨다.

허영만 화백님은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며 우리시대 최고의 만화가라고 생각한다.

허영만 화백: 사실 저는 게임은 오래 전 다방에서 하던 블록깨기로 졸업한 사람이다. 게임에 대해 할 말이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콘텐츠 개발에 대해 이야기하면 된다고 하고 넥슨 대표님과 함께 한다고 해서 나오게 됐다.

서민 대표: '꼴'을 재미있게 봤다. 제 관상을 봐 주실 수 있나?

허영만 화백: 꼴 연재를 위해 3년 동안 매주 정해진 시간에 선생님을 모시고 관상 공부를 했디. 주변에도 재미로 봐달라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될지를 여쭤보니 술취한 사람은 상대하지 말라, 여러 사람 앞에서 한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 돈을 받지 않고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가끔 대중 앞에 설 때도 꼴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 여러분 모두 꼴 좋습니다라고 한 번에 정리한다.

서민 대표: 여기 오신 방청객들은 어떤가?

허영만 화백: 꼴이 아주 좋으시다.

서민 대표: 이번 대담 주제가 What Comes Next다.

허영만 화백: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 같다.

서민 대표: 맞다. 허영만 화백님은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허영만 화백: 내가 보기에 종말이 온 것 같다. 기기나 문명은 발달했지만 인간성이 너무 망가진 것 아닌가 한다.

이야기를 좁혀 콘텐츠 창작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흑백으로 쭉 작업을 해 오다 작년부터 컬러작업을 시작했다. 식객2를 컬러로 작업해 보니 흑백은 다시 못 보겠더라. 식객2를 컬러로 해 보니 흑백은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데 풀컬러는 내가 그리면서도 이거 먹음직하게 잘그렸다는 생각이 들더라.

컴퓨터로 작업을 하며 생긴 고민이 만화를 종이에 그리면 원고가 남는데 모니터에 그리니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잘못하면 날리는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고,  디지털에 힘겹게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서민 대표: 평생 종이로 원고를 하시다 디지털로 하시니 불편한 점이 있으실 것 같다.

허영만 화백: 문하생들이 각각 자기 컴퓨터에 원고를 갖고 있다보니 확인하는 작업이 힘들었디. 이번에 식객2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준비시간을 충분히 줘서 준비를 잘 할 수 있었다..

사실 컴퓨터를 끌 때 저장할 거냐, 안 할 거냐 물을 때도 고민이 든다. 잘못 고르면 작업한 게 다 날아갈 수도 있는데. 그럴 때면 문하생을 불러 해결한다.

시대의 변화가 정말 빨라서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끼어서 신음 중인데 그래도 손자하고 메일이라도 나누려면 약간의 테크닉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노력 중이다.

서민 대표:  언제부터 만화가가 되려고 생각했나?

허영만 화백: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게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그 때가 1964년 말인데 입시공부만큼 만화를 그렸다. 그런데 서민 대표는 최근 어떤 만화를 재밌게 봤나?

서민 대표: 저는 허영만 작가님을 가장 존경한다.

허영만 화백: 나 가면 이현세라고 할거 아닌가.

서민 대표: 아니다. 진짜다.

주제를 돌려서, 허영만 화백님도 긴 창작 활동 중에서 창작의 고통을 많이 느끼셨을 것 같다.

허영만 화백: 사실 나는 소재는 안 가리는 편이다. 그 중에서는 전쟁물이 비교적 힘든 편이다. 말무사 작업은 정말 힘들었다. 사람도 말도 무기류도 너무 양과 종류가 많아 특히 잉크작업하는 친구가 고생을 많이 했다. 매일 그 친구 안 나오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질문이 뭔가?

서민 대표: 창작의 고통에 대한 부분이다.

허영만 화백: 별로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 전쟁을 하려면 총알이 필요한데 그 총알을 준비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린다. 나도 긴 시간을 준비했고 지금도 총알이 많이 남아 있다.

서민 대표: 만화와 게임에도 공통적인 재미요소가 있을 것 같아 비슷한 고민이 있지 않을까 한다.

허영만 화백: 서부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총을 쏘고 액션이 계속 나오는데 너무 재미없었던 경험이 있다. 총을 쏘고 익사이팅한 부분보다는 역시 감동이 깔려 있어야 하지 않나 한다. 게임에서 단순히 점수를 올리는 게 유저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서민 대표: 복잡한 요소가 작용한다고 본다. 패턴을 파악해 남들보다 우위에 서는 걸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허영만 화백님은 진짜로 소재를 안 가리고 다양한 만화를 그리셨다.

허영만 화백: 소재는 안 가리려고 애를 썼다. 그러니 노름만화도 그린 거 아니겠나. 소재는 항상 수집하고 있다. 타짜의 경우 어느날 출판사 사장이 와서 노름만화 그리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 전에 48+1 그릴 때 심의가 너무 강한 시절이라 하고픈 이야기를 다 못하고 끝낸 것 같아서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더 풀어내고 싶었다.

당시 들은 게 지름산 어귀 노름꾼들이 있는데 은퇴하고 이젠 화투를 안 친다는 거다. 그 노름꾼이 다른 사람들 하는 거 구경하다가 시범을 보여주는데 다들 보는데서 화투 패를 사라지게 만들더라는 거다. 눈보다 손이 빠르다는 거지. 바로 지리산으로 취재를 가서 타짜같은 게 나온 거다. 남한테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고 책을 보다가 소재를 얻으면 메모했다가 물에 불려서 사용하고 있다.

서민 대표: 그런 창작의 고통은 어떻게 극복했나?

허영만 화백: 난 그리다 막히는 걸 변비 걸린다고 하는데 대부분 그림이 막히는 건 책상에 앉아 있으면 해결된다. 그림은 되는데 스토리가 안 되는 편이다.

전에 밥상 머리에서 숟가락을 들 건가 젓가락을 들 건가로 반나절 고민한 적이 있다. 작은 선택에 따라서도 그 뒤 전개가 크게 바뀔 수 있어 한참 고민을 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힘든 상황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나온 것 같다. 신문사 일일 마감을 할 때도 어려웠지만 어떻게 해 냈고. 큰 아들이 회사 다니며 비실비실하고 병원에 다니길래 왜 그러냐 하니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더라. 난 스트레스를 모르고 살았는데 젊은 놈이 무슨 스트레스냐 했는데 나도 최근 스트레스를 몸소 겪게 됐다.

요즘 만난 사람들이 왜 얼굴이 그러냐고들 해서 몸무게를 재 보니 4Kg가 줄었더라. 이게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는 걸 느꼈다. 살찌려고 먹어도 안 되더라. 스트레스 원인이 해결되어야 잃어버린 체중을 되찾지 않을까 한다.

서민 대표: 고통이 있는데도 계속 작가생활을 하는 이유는?

허영만 화백: 첫째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지. 어릴 때 어머니가 점을 보러 갔는데 점장이가 내 미래가 만화라고 하더란다. 그 점쟁이를 어서 찾아야 하는데... 난 어딜 가도 가방에 항상 노트랑 펜을 지참한다. 괜찮은 모티브를 보면 손가락이라도 움직여 기억하려 한다. 잘하든 못하든 타고난 그림장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민 대표: 후배들에게 보여주시려는 것도 있을 것 같다.

허영만 화백: 종이만화가 없어져버렸고 내가 카카오페이지에 새로 연재를 한 게 3주째다. 동아일보에 식객을 연재할 때도 최고참으로 후배들에게 지면을 하나 만들어 주는 뿌듯함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성공하면 좋은 자리를 하나 찾아주는 게 되지 않겠나. 4만 명이 들어와야 하니 여러분 모두 도와주시기 바란다.

서민 대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허영만 화백: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당겨서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덧 미래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을 느낄 것이다.

서민 대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생각으로 해 나가야 할까?

허영만 화백: 즐겁게 해야 한다. 즐겁지 않더라도 다른 누가 날 즐겁게 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 그런 능력을 개발하면 그건 더 이상 역경이 아닐 것이다. "여러분 즐겁게 사십시오."

내 인생은 누구의 인생도 아닌 내 인생이다. 인상쓰며 살 거 없다. 웃어야 한다.

서민 대표: 직원들이 나한테 미래에 대해 묻던데 내 답은 '모른다, 내일 일도 모르는데 무슨 미래냐'라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재미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계속 생산하고 만들면 미래에 대한 대비가 절로 되지 않겠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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