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는 금일(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위헌보고서(이하 위헌보고서)' 발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이병찬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공현 활동가 등 보고서를 집필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보고서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위헌보고서'는 지난 2011년 5월에 도입되어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를 폐지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집필한 보고서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인터넷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만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로 서비스 제공업자들은 이 시간대에 연령과 본인 인증을 통해 청소년 게임 이용을 강제로 제한해야 한다.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위헌보고서'는 '셧다운제'가 지닌 위헌적 요소인 청소년의 기본권 침해, 인격의 발현 및 평등권 침해, 표현의 자유 침해, 직업의 선택의 자유 침해, 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을 놓고 다각적인 시각을 놓고 전문가들이 집필한 보고서다"며 "이번 '위헌보고서' 발간으로 강제적 게임셧다운제의 문제를 알리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져 정부나 민관에서 '셧다운제'에 대한 타당한 판결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게임을 '얼마나 오래 하느냐'의 문제일 뿐, 게임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적 요소'를 발제로 토론을 진행한 이병찬 변호사는 "국회에서 지난 2011년 통과되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셧다운제'가 어느덧 시행 2년이 지났다. 그에 맞춰 진행된 '셧다운제' 위헌 소송 역시 같은 시간이 흘렀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규제들을 통해 게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들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이러한 연구들이 게임에 대한 사회가 바라보는 시각을 올바르게 바꾸고 게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셧다운제'가 지닌 위헌적 요소를 지적했다. 헌법10조(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포함한다)에 의거 헌법이 '게임을 할 권리'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미로 게임을 즐길 권리도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에 속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기본권이라는 것이 무조건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 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할 수 있으며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길 권리' 역시 법률로서 제한이 가능하다"며 "기본권 제한이 과도하여 침해의 정도에 이르면 이는 위헌에 해당하는데 기본권 침해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된다. 즉,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목적이 헌법과 법률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법률적인 관점에서 '셧다운제'가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단인지에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청소년 보호법 27조 1항에서는 인터넷 게임 중독을 '인터넷게임의 지나친 이용으로 인터넷 게임 이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 손상을 입은 것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해당 조항에 명시되어 있는 '지나친 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했을 때 이는 장시간의 이용을 말하는 것이지 심야시간대 이용을 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터넷게임을 심야시간에 이용한다고 해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 손상을 입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하루에 소주 3병 이상 마시는 사람을 알콜 중독자라고 정의하여 음주를 규제할 수는 있어도 12시 이후에 마시는 사람을 알코올 중독자라고 정의하여 규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이 있음에도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점(인격 발현권 침해) ▲'셧다운제'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 까지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과 다른 활동을 하는 청소년을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는 점(평등권 침해) ▲게임 업계들의 표현, 직업선택의 자유 ▲부모가 가지는 자녀의 게임과 관련된 교육권을 제한하고 청소년의 인터넷게임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점(부모의 교육권 침해)을 예로 들며 '셧다운제' 자체가 게임 중독의 원인을 게임의 중독성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셧다운제', 청소년보호법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
"게시판 실명제 위헌 판결이 향후 진행될 셧다운제 위헌 결정에 기여를 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운을 땐 고려대학교 박경신 교수는 "셧다운제는 이전에 논란이 되었던 게시판 실명제보다 더욱 법의 형평성에서 벗어난 법"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게시판 실명제'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익명 표현의 자율성 문제 ▲실명제가 가지는 공익의 효과 ▲본인 확인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약하고 헌법으로 보호되는 표현까지 억제하며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형성을 방해하는 점 ▲소수의 불법정보의 게시자를 적발하기 위해 표현의 내용을 불문하고 모든 국민에게 본인확인의무를 부여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점을 예로 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박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판결을 인용하며 ▲인터넷게임물 역시 합법적인 정보 표현물인 만큼 이 정보에 접근할 권리는 인터넷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의 일부로 보장되는 점 ▲인터넷 게임에 접근해야 하기위해 확인해야 되는 신원정보의 제공 문제에 대한 공익적 효과가 게시판실명제에 요구되었던 만큼 명확해야 된다는 점 ▲인터넷 게임물의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성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본인확인을 요구해 불법성이 전혀 없는 게임물에 접근할 권리에 대한 과도한 침해요소가 있다는 점 ▲본인확인의무 이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개인정보를 보관하면서 생기는 개인정보 유출문제 등을 이유로 들며 '셧다운제'가 가지는 위헌요소에 대해 설명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인터넷게임규제가 청소년보호법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보호법은 전문가들이 행위나 매체물에 대해서 유해성을 판단하고 그것에 따라서 청소년의 접근제한을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게임규제는 청소년, 부모의 동의 없이도 접근을 제한시키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게임을 '슈퍼유해매체물'로 지정한 것과 같다"며 "정부의 이러한 관점에서 '게임중독법', '손인춘법', '셧다운제' 등 다양한 규제법안들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놀랍지도 않고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해야될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청소년보호론자들이 내세우는 '청소년보호주의' 문제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게임셧다운제'에 대해 "게임셧다운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이 게임을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부가 문화콘텐츠를 규제하는데 있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논리가 '청소년의 보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보호법의 실행 이 후 음반, 영화, 이제는 게임에 이르기까지 문화콘텐츠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며 "유신정권 시대에도 문화콘텐츠 규제에 있어 청소년보호법이라는 강력한 수단은 없었다. 이 법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문화콘텐츠를 더욱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다. 게임을 청소년이 아예 즐길 수 없게 하거나 중독을 예로 들어 청소년의 스마트폰의 구입을 금지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력한 청소년보호론자들이 내세우는 '청소년보호주의'를 과도하게 강조해 게임중독 현상을 과장 왜곡하고 문화콘텐츠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맹목적으로 청소년보호를 주장하는 각종 단체들이 실제로 비즈니스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하며 "극단적인 청소년 보호론이 청소년의 일상생활의 행복을 보장했는가? 청소년 보호법이 과연 청소년을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했는가? 결국 이 모든 노력에도 현재 한국 청소년의 불행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보호론자들이 내세우는 보호론이 청소년 게임과몰입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청소년게임과몰입에 대한 대안으로 "셧다운제보다는 문화적 놀이를 더 많이 확대하고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장기적인 문화적 돌봄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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