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마스터' 시리즈 팬들이 긴 시간 기다려온 신작 게임 '아이돌마스터 원포올'(이하 아이돌마스터 OFA)이 15일 마침내 국내 정식 발매된다.
게임포커스는 아이돌마스터 OFA 발매를 맞아 연속기획으로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와 관련해 '아이돌마스터' 전문가들인 765PRO 한국지부 프로듀서들이 쓴 기고문을 차례대로 소개할 계획이다.
그 두 번째 시간으로 765PRO 한국지부 프로듀서 노부모토P의 글을 소개한다. 첫 번째 기고문을 보내온 LimitP가 게임을 통해 아이돌마스터에 입문했다면, 노부모토P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입문한 프로듀서다.
* 아래 내용은 노부모토P님이 쓴 기고문을 가필, 수정한 것으로 게임포커스 편집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평범했던 첫인상, 애니메이션을 통해 빠져들다
'예쁜 여자애들이 나와서 춤추는 노래하는 게임'
2007년, Xbox360 플랫폼으로 나온 '아이돌마스터'의 영상을 본 첫인상이다. 당시에는 콘솔도 없었고 졸업과 취업을 준비하기에 바빠 이렇다 할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시기였던 터라 이런 게 있구나 정도로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장르가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것도 모른 채 3D 그래픽으로 노래와 안무를 구현하는 게임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으니, 아이돌마스터의 첫인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애매한 게임으로 남았다.
필자가 아이돌마스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애니메이션이 제작된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생겨 노래를 몇 곡 접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잘 어울릴 만한 노래구나 정도였고 그 때까지도 특별한 콘텐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이돌마스터 애니메이션은 팬들의 우려를 안고 시작한 작품이었다. 캐릭터만 빌렸지 별개의 내용이었던 애니메이션 '아이돌마스터 제노그라시아'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사례도 있고 처음부터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 분위기가 산만하다는 점 등 방영 초기의 평가는 썩 좋지 않은 편이었다.
9.18 사태(추후 기술)로 유저들의 외면을 받은 '아이돌마스터2' 발매 후에 나와 시기적으로도 위험요소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돌마스터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악조건을 모두 극복하고도 남을 엄청난 매력으로 성공을 거둔다. 아이돌마스터 애니메이션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었던 걸까.
먼저 아름다운 영상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캐릭터 디자인의 매력을 살리기에 충분할 만큼 안정적인 퀄리티를 26화 내내 유지해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흔히 말하는 '작화붕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지화상은 물론이고 격렬한 무대의 움직임과 다이나믹한 카메라 워크 등 동세에 있어서도 나무랄 곳이 없이 훌륭한 화면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로 꼽을 매력은 치밀한 캐릭터 관계 묘사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와 해당 캐릭터와의 대화가 주를 이뤘고 가끔 같은 팀 구성원들 사이에 대화가 오가는 정도였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등장하는 아이돌들이 765프로덕션이라는 연예사무소 안에서 같이 활동하며 때로는 충돌하고 다투기도 한다. 이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이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고 시청자들이 더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세번째는 적절하게 배치된 패러디 요소다. 잘 짜여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아이돌마스터의 인기는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열성적인 팬들이 만들어낸 설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라디오 방송 중에 성우에게 일어났던 해프닝을 해당 캐릭터에게 그대로 적용시킨 점 등이 팬들에게 큰 웃음과 만족감을 선사했다. 또 20화의 아카펠라 무대의 에피소드는 일본의 동화투고 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던 편집 영상의 내용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패러디 요소는 제작진이 늘 팬들의 반응에 귀를 귀울이고 있다는 표시로 양자간의 관계를 가깝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네번째로는 애니메이션에 실제로 프로듀서를 등장시킨 점을 꼽아야겠다. 아이돌마스터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처리하거나 얼굴을 안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을 1인칭 시점으로만 묘사할 수는 없기에 과감하게 실제 프로듀서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다만 프로듀서는 작중에서 이름이 나오지도 않고 외모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아이돌에게 휘둘리며 일의 뒷처리를 맡거나 몸으로 때우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돌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며 무난하게 자리를 지킴으로써 자칫 애니메이션에서 공허해질 수 있는 플레이어의 위치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9.18사태로 찾아온 위기, 애니메이션으로 돌파하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아케이드에서 이어진 Xbox360의 아이돌마스터로 어느 정도 팬을 확보한 남코는 2010년 9월 18일, 도쿄게임쇼에서 "속편에서는 여성 캐릭터 4명을 프로듀스할 수 없으며 라이벌로 남자 아이돌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프로듀스가 불가능해진 4명의 캐릭터를 프로듀스하던 팬들이 다수 게임을 떠났음은 물론이고, 라이벌로 투입된 남자 아이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아이돌마스터 팬덤을 크게 위축시킨 이 사건은 팬들 사이에서 9.18 사태 또는 9.18 사건이라 불리게 된다.
일본의 각 팬사이트와 커뮤니티에는 이를 비난하는 내용이 들끓었고 실제로 Xbox360으로 나온 아이돌마스터2는 처참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이돌마스터 TV 애니메이션은 9.18 사태로 초토화된 아이돌마스터라는 콘텐츠를 살리기 위한 처방이라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이 처방은 적중해 아이돌마스터2는 2011년 10월 27일, 일본에서 Xbox360에 비해 대중적인 콘솔 플레이스테이션3(PS3)으로 이식되어 Xbox360 버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판매고를 기록하게 된다.
라이브를 거쳐 게임으로
TV 애니메이션은 아이돌마스터에 대한 저변을 확대시켰고 필자 역시 애니메이션 감상을 즐겁게 마친 시점에서 게임에 관심이 생겼지만 아이돌마스터2라는 타이틀 하나를 플레이하기 위해 PS3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커서 고민되는 상황이었다. 애니메이션 감상만으로는 게임기와 게임을 모두 구매할 정도까지 빠져들진 않은 셈이다.
그러던 중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돌파구가 열리면서 취미생활이 크게 뒤흔들리는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바로 아이돌마스터 5주년 라이브 영상을 접한 것이었다. 애니메이션으로 귀에 익은 노래들을 화려한 의상과 안무와 함께 성우들이 열창하고, 조명 및 무대효과와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 더해지니 엄청난 시청각효과에 압도당할 정도였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영상이 존재했나 싶을 정도로 관련자료들을 찾아보며 빠져들게 되었고 결국 직접 일본에 가서 공연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정신을 차려보니 2013년 2월의 '윈터 페스티벌'과 8월의 '여름 8주년 정기 라이브', 2014년 2월의 '사이타마 SSA 라이브'까지 3회에 걸쳐 일본에 라이브 투어를 다녀오는 중증 프로듀서가 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돌아오는 필자의 손에는 PS3와 아이돌마스터2 소프트가 들려 있었다.
게임 아이돌마스터의 매력
아이돌마스터 게임은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육성게임으로서 잘 디자인되어 있고, 무엇보다 캐릭터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샤이니 페스타' 시리즈처럼 아이돌마스터를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리듬게임도 나왔고 본편 내에 리듬게임 요소가 있지만, 아이돌마스터는 기본적으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을 관통하는 최대 키워드는 소통이다. 흔히 육성 시뮬레이션의 효시로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가 거론된다. 딸을 양육하는 양부모가 되어 노동과 교육 등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원하는 엔딩에 걸맞도록 키워내는 것이 게임의 주된 내용이었다. 아이돌마스터는 단순히 공연이나 오디션, 레슨의 스케줄을 정해서 프로듀스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아이돌의 기분을 물어보고 원하는 대답을 고민하며 눈치도 봐야한다. 일하기 싫고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는 등 그야말로 제멋대로 굴 때도 있다.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이러한 점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내가 즐겁자고 하는 게임에서 왜 캐릭터들 비위나 맞추면서 쩔쩔매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 점 때문에 캐릭터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고 플레이어와 깊은 교감을 나누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기만 했던 기존 게임들과는 달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마주보기도 하고 아이돌 활동을 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도 하고 복수의 캐릭터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등 플레이어와 캐릭터 사이에 더 입체적인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온 '아이돌'
아이돌이라는 존재는 현실세계에도 존재한다. 현재 한국 가요계에 넘쳐나는 걸그룹은 말할 것도 없으며 인기 가수 및 배우들은 수십년전부터 존재해 왔고 시대에 따라 명칭이나 활동 양상은 다르지만 열성적인 팬들은 항상 그들과 함께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나 현실 아이돌의 팬활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가까이서 얼굴을 보거나 악수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으며, 아이돌이 스캔들이나 추문에 휘말려 돌연 잠적 하거나 은퇴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팬활동 자체에 위기가 찾아온다.
아이돌마스터는 이처럼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존재를 게임을 통해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해줬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모두의 우상인 아이돌을 독점해 내 맘대로 의상도 입히고 스케줄도 정해서 일본 전국 곳곳을 데리고 돌아다닌다. 화려한 무대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공연전의 초조한 모습, 새로운 무대의상을 입어보고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부터 평상복이나 레슨을 위해 운동복을 입은 모습은 그야말로 프로듀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실제 제작진은 아이돌의 사복 복장을 통해 무대에서는 알 수 없는 평상시 생활을 느끼게 하는 등에 역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평범한 여자아이와 무대에서 환호성을 받으며 빛나는 아이돌 사이의 갭을 줄여 플레이어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돌의 무대와 사생활의 갭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전통적으로 인기를 누려온 소재이다. 1983년 방영된 마법의 천사 크리미마미(천사소녀 새롬이)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마법소녀물에 아이돌이라는 개념을 강력히 도입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평범한 소녀인 주인공이 아이돌로 변신한다는 사실은 작중 인물 모두에게 비밀이지만 시청자는 그 정체를 알고 있기에 이야기가 재밌어진다.
아이돌마스터는 신비한 존재로 묘사되던 아이돌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무엇보다 아이돌이 스스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프로듀서 및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위에 적은 점 외에도 프로듀서들을 매료시키는 점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돌마스터 게임의 경우 국내에서 Xbox360 시장이 죽은 후에 나왔다는 점, PS3 소프트가 공급차질을 겪은 점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팬덤이 형성되었고,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시점에서 아이돌마스터 원포올이 발매되는 것은 매우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된다. 아이돌마스터 OFA가 발매되는 2014년 5월 15일에 이후, 게임을 통한 팬덤 확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아이돌마스터 OFA에서는 모든 아이돌을 마음껏 프로듀스할 수 있으며,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765프로덕션의 현실감 넘치는 묘사가 게임에도 적용되어 아이돌마스터의 최종 진화형태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컨텐츠에 흥미가 있거나 애니메이션은 재미있게 봤는데 게임 입문은 망설이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지금까지 아이돌마스터를 즐겨왔던 기존 팬들에게도 충분한 만족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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