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가 지난 17일 자사의 대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 신규 모드 '초토화 봇 모드'를 업데이트했다.
LoL의 AI대전(일명 봇전)이라 하면 유저와 유저간 실력 대결이 아닌 유저와 봇(AI)의 대전을 말한다. 대다수의 유저들이 봇전을 하는 이유는 초보 유저들은 게임의 감을 익히기 위해서이며 중수 이상의 유저들은 새로 구매한 챔피언의 기술을 익히거나 학살의 재미를 위해서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인공지능의 한계상 포탑에 맞아 죽거나 라인전만 하는 등 단순한 움직임을 보이는 일반 봇전에서의 봇은 유저들에게 그저 킬 수를 올리는 학살의 대상에만 그쳐왔다. 하지만 그런 봇들의 죽음이 슬퍼서였을까, 이번에 업데이트 된 '초토화 봇 모드'는 라이엇 게임즈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내놓은 듯한 악몽같은 난이도의 봇전이다.
초토화 봇 모드는 게임에 숙련된 플레이어를 위한 신규 모드로 봇들의 스킬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고 원래 챔피언이 보유하지 않은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난이도는 폭탄 1, 2, 5 순서대로 오픈되며 유저의 수준에 따라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고 상위 단계로 갈수록 봇이 사용하는 스킬이 변하고 맵의 트랩이 늘어나 유저들의 패닉 상태 돌입(일명 멘탈 붕괴, 멘붕)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이에 자칭 타칭 '트롤 서포터'이자 '봇전 킬 빼먹기'의 달인인 기자가 직접 초토화 봇 모드를 체험해봤다.
상상 그 이상의 난이도
뭐니뭐니해도 초토화 봇 모드의 큰 특징은 봇들의 스킬 강화를 통한 높아진 난이도이다. 여기서의 스킬 강화는 단순한 쿨타임 감소 및 공격력 상향이 아닌 스킬의 주요 특징을 강화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블리츠크랭크'의 대표 스킬인 '그랩(적을 자신에게 당기는 스킬)'은 직선으로만 뻗어 나가던 것이 3방향으로 뻗을 수 있어 걸리기 쉬워졌으며, '아무무'의 W 장판형 스킬은 주변 미니언이 동시에 같이 시전해 피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이 외에도 '애니'의 스킬은 포탑에도 불을 붙힐 수 있어 포탑 주변에 범위형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등 봇들의 스킬이 사기급으로 강해졌다.
또한 기존 스킬 강화 외에도 봇들은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궁극기 '운명'을 활용해 용을 사냥한다던가 '아칼리'의 은신 스킬을 사용하고, 죽을 때는 '애니비아'의 패시브인 알 형태로 죽거나 '샤코'의 궁극기인 분신을 만들어내는 등 실제로 챔피언이 보유하지 않는 스킬을 사용하기도 해 난이도를 대폭 높였다.
이렇다보니 기존 봇전에서 1대 다수의 봇을 잡고 다녔던 숙련된 유저들도 미드 1:1전이나 탑이나봇에서 1:2 전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봇의 강화 외에도 풀숲(부쉬)에서 '가렌'이 튀어나온다던가 '피들스틱'의 궁극기 시전 등의 맵 자체의 트랩도 이 모드의 난이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글러와 서포터의 좁아진 입지, 그리고 미드 라이너의 좁아진 선택지
아무래도 봇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보니 1:2 전투가 부담스러운 많은 유저들은 팀원 중에 한 명이 정글을 돌거나 서포터를 하려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원거리 챔피언을 더 늘려 2:2 '포킹(원거리 공격으로 적의 HP를 조금씩 줄이는 전략 중 하나)'으로 봇을 집으로 돌려보내 그 사이에 포탑을 빨리 깨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는게 보편적인 승리 공식 중에 하나로 굳어진 편이다.
비슷한 이유로 1:1를 해야하는 미드 라이너의 경우 정말 수준급의 실력자가 아닌 이상 적을 죽이는 것이 워낙 '하늘의 별 따기'이다 보니 최대한 타워가 부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토화 봇 전에서는 사거리가 길고 적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CC기를 가진 챔피언 '럭스'와 '아리' 등을 미드 라이너로 대부분 선택하는 편이며 '질리언' 등의 리치가 짧은 미드 챔피언은 포탑 지키는게 힘들다보니 탑이나 봇으로 보내던가 픽 자체를 안하도록 팀원들이 종용하는게 보편적이다.
이런 면 때문에 신규 챔피언 및 색다른 픽을 연구하기 위해 봇전을 하는 유저들에게는 초토화 봇 전이 안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환사 주문은 텔레포트가 필수
봇이 강한데다 라인 정리도 빨라 미니언 웨이브가 불리한 경우도 많다보니 많은 유저들에게 5:5 한 타를 하기보다는 일부는 본진을 방어하고 일부는 텔레포트 등을 활용해 적의 본진을 공격하는 일명 '백도어' 전략이 이 모드의 필승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포킹 조합과 꽤나 좋은 시너지를 보이는데 포킹 조합의 대부분 구성원들이 원거리 딜러라 건물 파괴에 특화돼 있어 포킹 조합 + 텔레포트를 통한 백도어는 초토화 봇의 봇 특징이 바뀌지 않는 한 필승전략으로 쭉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봇전이 초보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 초토화 봇 모드는 확실히 숙련자 유저들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모드였다. 워낙 난이도가 높다보니 유저 사이에서 호불호는 갈릴 수 밖에 없지만 지금까지 그저 고기방패 취급받던 봇을 강화시켜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언제나 실험적이고 기발한 모드로 즐거움을 줬던 LoL, '우르프 모드'에 이어 이번에 공개된 초토화 봇 모드도 독특한 즐거움으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만큼 다음 모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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