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엔씨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 어떻게 되나

등록일 2015년01월30일 16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최고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를 놓고 벌이는 NXC 김정주 회장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 분쟁은 과연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은 1세대 게임인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게임기업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창업주라는 점, '게임'이라는 서비스업을 통해 최초로 1조가 넘는 자산가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 등 한국 게임산업에 끼친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제법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영철학에 있어서는 개발자 출신의 김택진 대표와 사업가인 김정주 대표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게임에 대표까지 뛰어들며 수년간 공을 들이는 개발자 중심의 게임기업으로 발전한 반면 넥슨은 김정주 회장의 탁월한 안목으로 다른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서비스 중심의 기업으로 발전해 왔다.

같은 학교(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개인적으로 관계가 멀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넥슨과 엔씨소프트 양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기업으로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지난 2012년, 넥슨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24.7%의 개인 지분중 14.68%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는 경쟁관계를 넘어 협력을 모색하면서 가까워졌다.

인수소식이 알려지자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실적악화를 겪고 있던 엔씨소프트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주식 인수 배경을 놓고 김택진 대표가 직접 넥슨과의 협업을 위해 결정한 조치였다고 설명하면서 세간의 논란은 곧 사그라들었다. 

NDC 2014에 모습을 드러낸 NXC 김정주 회장

논란이 사라지자 세간의 이목은 두 대표의 움직임에 집중됐다. 실제로 두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당시 김정주 회장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목적은 글로벌 게임업체인 EA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서 였으며, 김택진 대표가 EA의 경영권을 갖기로 했다는 것이 정설. 그러나 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했던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김정주 회장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이후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면서 넥슨의 불만은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은 물론 기업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2013년 양사는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마비노기2(개발명: 마비노기2 아레나)'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엔씨소프트가 소유한 경암빌딩에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개발인력 100여 명이 투입되며 본격적으로 마비노기2의 개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추구하는 각기 다른 개발철학이 충돌하며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개발 시작 후 1년이 채 안된 지난 2014년 1월 프로젝트 중단을 공식 선언하며 와해됐다. 당시 개발 총괄했던 넥슨 김동건 본부장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대자보를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며 깊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대를 모았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마저 무너지자 양사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나쁘지 않았던 실적과는 별도로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이 계속되자 넥슨은 2014년 10월 8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0.4%(88,806주)를 추가 취득하며 엔씨소프트 지분 전체의 15.08%(3,306,897주)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넥슨은 지분 추가 취득 목적과 관련해 주가 회복을 위한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는 사전논의가 없었던 부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정거래법상 보유 지분 합계가 15%를 초과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단순 투자인지, 아니면 경영권 참여를 위한 사전 포석인지를 놓고 팽팽한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11월 김택진 대표는 직접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넥슨의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해명대로 그 후 추가 움직임은 없다"며 "우리는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본연의 업무를 지속해나갈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적대적 M&A 의혹을 부인하고 넥슨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렇게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잠잠했던 물결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분 추가 취득 후 약 100일만인 지난 27일, 넥슨이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 것이다.

넥슨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지난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와 양사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협력하기로 하고, 김택진 대표로부터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하였고 그 이후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이자 파트너로서 양사의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 및 가치 성장을 위하여 성실히 협력해 왔다"며 "넥슨은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였으나, 기존의 협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IT 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히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고 그 동안 엔씨소프트와 갈등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어서 "2년여 전보다 더욱 긴박해진 게임 산업의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과 민첩한 대응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에 넥슨은 지금의 어려운 글로벌 게임 시장환경 속에서 양사가 도태되지 않고, 상호 발전을 지속하여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넥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권에 본격적으로 개입은 하겠지만 엔씨소프트의 대응에 대해 열린 가능성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넥슨의 이 같은 태도 변경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넥슨재팬의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으로 이는 넥슨재팬 스스로가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며, "엔씨소프트와 넥슨재팬은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이번 넥슨재팬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의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고, 더 나아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어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신규 MMORPG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모바일 게임 개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경영 성과를 기록했다. 또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창사이래 최대 주주 배당(685억원)을 의결했고, 지스타 게임쇼를 통해 차기 게임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엔씨소프트는 앞으로도 건전한 수익 구조를 공고히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룬다는 경영 목표 아래 현재의 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넥슨의 경영권 개입에 대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양 사의 양보없는 대립이 이어지자 정치권의 이목도 집중되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지난 2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기업인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 한국 게임시장에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 판단된다"라며 "양사의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는 당초 협업하여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진 2012년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의 사태를 되돌아보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특히 전병헌 의원은 지난 해 지스타에서 양사가 '2015년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한 해'라고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올해는 양사를 비롯한 게임업계가 갈림길에 놓였있는 중요한 한 해이다. 정치인 이후의 새로운 협회장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며, 본격적으로 온라인게임 민간심의가 시작되는 첫해이다. 또 규제 이슈를 넘어 진흥이슈로 나아갈 수 있느냐를 가름할 중요한 해이다"라고 밝히고서는 "이러한 시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경영권 갈등은 한국 게임 산업 발전에 커다란 저해요소가 될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양사의 갈등이 심해짐에 따라 대중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오는 3월에 열리는 엔씨소프트의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공식적이지만 이미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사내 이사 파견 의사를 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는 3월 28일부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넥슨이 대표이사 교체를 원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김택진 대표와 넥슨측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은 9.9%, 다시 1대주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3대주주인 국민연금 비공식적으로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 알려짐에 따라 경영권을 둘러싼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갈등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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