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소프트가 '울펜슈타인3D', '둠' 등으로 FPS 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을 무렵, 단 하나의 타이틀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 게임이 있었다. 바로 3D렐름이 1995년 개발한 '듀크뉴켐 3D'. 짧은 노랑 머리에 검은 색 선글라스, 빨간 민소매 티를 입은 근육질 주인공 '듀크'는 입에 담배를 물고 꽤나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지구를 침공한 에일리언들을 향해 양손의 총으로 무차별 난사하는 호쾌함을 선사했다.
뛰어난 그래픽과 액션, 특유의 불량스러움에 이른바 '미래의 저질 람보(?)'라고 불리울 만큼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던 '듀크뉴켐 3D'는 400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타덤에 오른 '듀크뉴켐3D'의 인기는 계속됐으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에 개발사인 3D렐름은 1997년 4월 후속작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후속작의 이름은 베이퍼웨어의 종결자이자, 강산이 한 번 변하고 4년을 더 변했을 기간, 띠동갑 보다 2년을 초과한 시간. 바로 14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뒤에 발표된 게임 '듀크뉴켐 포에버'다.
장인 정신? 14년 전설의 시작
3D렐름은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 착수에 앞서 엔진개발 등에 따른 시간 소비를 줄이고자 외부 엔진을 채택하기로 결심하고 id 소프트 '퀘이크2 엔진'의 도입을 결정했다. 3D렐름이 그래픽 엔진을 위해 고액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3D렐름은 '듀크뉴켐 3D'의 흥행을 이유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3D렐름은 '듀크뉴켐 포에버'의 발표 이후 차츰 난항을 겪게 된다. 당초 퀘이크2 엔진을 이용해 후속작을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왠일인지 3D렐름은 퀘이크2 엔진이 아닌 이전 버전 퀘이크1 엔진을 이용해 6개월 동안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을 진행했다.
퀘이크1 엔진을 이용한 '듀크뉴켐 포에버'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으며 이에 3D렐름은 퀘이크2 엔진으로 다시 '듀크뉴켐 포에버'를 개발해 나아갔다. 퀘이크2 엔진으로 개발된 '듀크뉴켐 포에버'는 다음 해 1998년 E3 게임쇼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됐지만, 당시 에픽게임스의 언리얼 엔진을 이용한 FPS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으며, 많은 게임사들은 자신들의 게임에 맞는 엔진을 선택하기 여념이 없었던 때라 퀘이크2 엔진 '듀크뉴켐 포에버'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에 3D렐름은 E3 게임쇼가 끝난 이후 언리얼 엔진이 '듀크뉴켐 포에버'에 더 잘 맞는다고 판단, 언리얼 엔진용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을 재착수한다. 즉,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 1998년 E3 게임쇼에서 공개된 '듀크뉴켐 포에버' 트레일러
스캇 밀러 3D 렐름 대표는 "듀크뉴켐 포에버는 1997년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며, 올 해가 아니더라도 내년에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 일들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일어날 계기도 생기지 못했다.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은 계속 연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엔진이 변경되고 게임 개발이 초기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듀크뉴켐 포에버'는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으며 많은 이들의 원성과 비판을 한 몸에 받게 된다. 하지만 3D 렐름즈는 후속작인 만큼 타 FPS와 같이 취급받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전작을 뛰어넘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듀크뉴켐 포에버'에 여전히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게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은 2000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 사이에 3D렐름의 또 다른 대표인 조지 브로서드는 '듀크뉴켐 포에버'에 넣을 소재를 계속 찾고 있었고 결국 멀티플레이어 성능 향상을 위해 '언리얼 엔진' 에서 '언리얼2 엔진'로 다시 한 번 엔진을 변경한다.
퀘이크2 엔진에서 언리얼 엔진, 다시 언리얼2 엔진으로 교체한 지 3년 뒤인 2001년, '듀크뉴켐 포에버'는 E3 2001에 트레일러로 모습을 드러냈다. 3년 전에 불신을 심었던 지라 공개되기 전 많은 이들은 '이전 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으나, 예상 외로 '듀크뉴켐 포에버'는 좋은 평을 얻게 된다. 하지만, 3D렐름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완성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 언리얼2 엔진으로 탈바꿈한 '듀크뉴켐 포에버'.
호평을 받았지만 3D렐름은 만족하지 않았다
원래 3D렐름과 유통권을 계약한 곳은 GT인터렉티브였다. 하지만 이후 GT인터렉티브가 합병을 당해 최종 테이크투가 '듀크뉴켐 포에버'의 유통권을 갖게 됐다. 테이크투는 유통권 확보 후 게임에 대한 발매를 재촉했지만, 게임성 보완을 이유로 재차 연기를 거듭했다.
그 사이, 밸브의 '하프라이프2'가 2004년 발매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큰 히트를 치게 되고, '듀크뉴켐 포에버'에 대한 많은 이들의 기대도 점점 약해져 갔다. 10년이 다되어가는 후속작 개발에 출시가 불투명하다는 의견 속에서도 갖은 티저 영상으로 유저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했던(?) 3D렐름도 소위 '약발'이 다 한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3D렐름즈는 언리얼2 엔진에서 스웨덴 한 그래픽 엔진 개발사의 그래픽 엔진으로 또 다시 교체했다. 물론, 무명의 스웨덴 엔진 개발사는 얼마 못가서 문을 닫았다.
10년이 다되어가는 개발 과정에 후속작에 대한 일정이 불투명하자 내부 인원의 퇴사가 이어졌고 10명도 안되는 소수의 개발자들만이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을 이어나갔다. 인원 감소에 따른 출시 불가설도 불거졌지만, 3D렐름은 신규 인원을 계속 채용했고, 2007년까지 신화(?)를 이어나갔다.
2007년 말부터 2008년까지 '듀크뉴켐 포에버'의 트레일러 및 각종 정보가 쏟아졌지만 어떠한 정보도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 나온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개발이라도 했던 것일까. 아, 2005년에는 다시 둠3엔진으로 변경해 게임 개발을 이어나갔다. 그래픽의 완성을 위한, 정말 '대단한 변덕'이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유통사가 있더라면 가능한 일이었지만(물론 10년 이상 발매를 기다리며 지원하는 곳도 없겠지만), 지원없이 10년 넘게 개발해온 3D렐름즈도 개발력과 자금에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처음으로 유통사인 테이크투에 자금 600만 달러의 지원을 요청한다.
테이크투는 요청을 허락했지만, 250만 달러를 먼저 지급하고 게임을 완성하면 250만 달러를 더 주겠다고 제안했다. 장인정신의 3D렐름즈가 이를 허락할 리 있겠는가. 매몰차게 거절하고, 2009년 5월 '듀크뉴켐 포에버' 개발은 완전히 정지됐다. 그 사이에 테이크투와 3D렐름 간의 개발 권한에 대한 소송이 진행됐다.
3D렐름이 인포그램과 유통권을 놓고 거액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것인데, 결국 이는 아무 상관 없는 것이라고 판결났고 3D렐름은 승소했다. 하지만 3D렐름은 어떠한 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기어박스, 3D렐름의 손을 잡다
2009년 5월 사실상 해체된 3D렐름의 개발자들은 '듀크뉴켐 포에버'의 끈을 놓지 않고 여전히 '개발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개인 공간에서 게임 개발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발자금과 개발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작업의 진행속도는 매우 더딜수 밖에 없었다.
이 때 이들의 손을 잡은 곳이 바로 현재 '듀크뉴켐 포에버' 개발을 맡고 있는 '기어박스'다. 기어박스의 랜디 피치포트는 3D렐름의 '듀크뉴켐 포에버' 개발 요청을 적극 수락하고, 3D렐름에서 '듀크뉴켐 포에버'를 개발하던 일부 인원을 흡수해 게임의 개발을 이어나갔다. 그야말로 죽어가던 '듀크(듀크뉴켐 시리즈의 주인공)에 새생명을 불어넣은 셈'이다.
기어박스는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에 속도를 붙여 나갔으며, 3D렐름으로부터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권을 양도받아 2K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다. 또한, 지난 2010년 9월 3일 열린 PAX 2010에서는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을 공식 발표하며 체험판을 공개하기도 해 그간 트레일러 및 스크린샷으로만 공개하며 생겼던 각종 루머를 종식시켰다.
기어박스는 '듀크뉴켐 포에버'의 개발버전을 공개하면서 '곧 공개하겠다'라는 말을 남겨 그간 3D렐름의 행적을 잇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기어박스는 2K게임즈를 통해 '듀크뉴켐 포에버'의 발매일을 오는 5월 3일(한국은 5월 6일) 전 세계 발매할 것이라고 '확정' 지었다. 지난 주에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연회를 가지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
정말, 듀크뉴켐 포에버는 발매될까?
유저들은 '듀크뉴켐 포에버'의 발매에 '드디어 5월 6일 세상이 멸망하는 것인가', '지구가 멈추는 날', '내 손에 타이틀이 오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 '타이틀을 실행했을 때 '1년 뒤에 발매될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라고 나올 것 같다'며 장장 14년 동안 이어왔던 '전설의 루머'를 즐기고 있다.
지난 주 '듀크뉴켐 포에버'의 공개에서도 많은 부분들이 공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2K게임즈는 게임 개발 막바지에 달했다며 공개에 대해 조심스러움을 나타내며 당초 시연 예정이었던 것을 개발자 시연 감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본지가 지난 주 직접 게임을 보고 왔지만, '정말 게임이 발매되기는 하는걸까' 하는 농담섞인 질문을 해본다. 아무래도 14년을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발매된 타이틀이다보니 나오는 말이다. 올 해 큰 이슈를 선사한 '듀크뉴켐 포에버'는 성공여부를 떠나 무사히 발매될 수 있었다는 것에 많은 유저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한 셈이며, '듀크뉴켐 포에버'의 기록은 게임사에 있어 두고두고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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