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 게임,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유저들의 의견 무시한 리뉴얼은 대부분 실패

등록일 2011년03월07일 18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리뉴얼(renewal): 새로이 하거나 새로 꾸밈.

게임업계가 '흥행작'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리뉴얼'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신작을 공개하는 것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리뉴얼 게임으로 재등장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후죽순 등장하는 리뉴얼 게임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서비스 종료의 시발점이 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리뉴얼 게임 왜 등장?
이유는 간단하다. 신작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작이 신규 회원 모집을 위해 물량공세를 동원할 때 리뉴얼 게임은 느긋하게 휴면 회원만 다시 복귀시켜도 절반은 성공한다. 여기서 마케팅 비용의 절감과 동시에 고정 유저를 동시에 흡수하므로 여타 경쟁작들과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또 유저들의 동정표를 얻어내면 한번쯤 바뀐 모습을 보러 자연스럽게 회귀, 초반 바람몰이도 쉽다.

더욱 신작 개발이 힘든 개발사에게 '리뉴얼'은 절반만 성공하더라도 이전보다 나아진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 효과만점이다. 혹자는 개발여력이 없는 게임업체에게 리뉴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그만큼 실패보단 성공을 먼저 생각할 수 있고, 다시 한 번 도약 내지 재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업체는 리뉴얼 게임을 공개하며, 'RE'로 시작하는 단어를 열거한다. 새로움, 변신, 도약, 재기, 부활, 개선 등을 영어 단어로 보여주며, 신작보다 낫다고 홍보를 시작한다. 아울러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단어와 과거의 스크린 샷을 선보이며, 동정표를 잡으려고 애를 쓴다. 결국 감성 마케팅 전략만 제대로 준비한다면 제 2의 전성기를 노릴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리뉴얼의 성패, 피드백이 가른다
일반적으로 게임업체는 리뉴얼을 진행할 때 방법부터 고민을 한다. 테스트 서버가 있는 MMORPG라면 형편이 낫지만, 대부분 부분유료 MMORPG는 테스트 서버를 운영하지 않는다. 또 캐주얼 장르인 경우 테스트 서버가 없어 리뉴얼을 진행하기 전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그래서 사전에 공지를 띄우고 서버 점검 시간을 길게 잡거나 아예 서버 가동을 중단하고 준비를 시작한다.

이를 두고 리뉴얼을 진행해 본 개발사 관계자는 "속된 말로 갈아엎고를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겹다. 더욱 시간이 촉박하기에 리뉴얼 작업은 철야까지 진행해야만 작업일정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예정보다 작업량이 많아지거나 일정이 연기되면 이탈하는 인력이 많아져 힘든 리뉴얼이 되기도 한다."고, 리뉴얼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러한 고충과 함께 개발사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 리뉴얼 방향을 개발팀 의견만 가지고 결정할 것인가 혹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할 것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발자에게 편한 리뉴얼을 진행한다면 일정은 예정보다 단축되겠지만, 유저들의 피드백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업데이트와 패치를 꾸준히 진행했다면 리뉴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즉 개발팀의 독선과 유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은 개발사만 리뉴얼을 진행한다는 의미다.

자체 QA팀과 유저 간담회를 통해 피드백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무늬만 리뉴얼'이 되어버려 리뉴얼 이전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유저들은 리뉴얼의 성패를 유저들의 의견 반영 비율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무늬만 리뉴얼은 철저히 실패한다
리뉴얼 결과는 살아남거나 혹은 사라지는 것으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리뉴얼 이후 성공과 실패를 떠나 동접자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오히려 리뉴얼이 독이 되어버려 게임의 존폐 위기까지 몰리기도 한다. 일례로 데카론은 '데카론 리버스'로 리뉴얼을 진행하기 전에 동접 3~4만 명을 유지할 정도로 성공한 장수 게임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데카론 리버스 이후 동접자가 대폭 감소, 1만명 미만까지 내려가는 치욕스러운 순간을 겪어야 했다.

흔히 리뉴얼 게임을 그저 꽃단장하고 콘텐츠를 보강한다고 하면 오판이다. 유저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고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유저들은 예를 들면, 직업 밸런싱, 사냥터 리뉴얼, 서버 안정화, 스킬 재배치 등 세세한 요소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등장하는 리뉴얼 게임들은 이름만 바꾼 '무늬만 리뉴얼'이라 기존 유저들도 떠나가고, 휴면 유저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최근에 케어 CBT와 유저 간담회로 활로를 모색하는 '라그나로크2 : 레전드 오브 더 세컨드'는 아직도 리뉴얼이 진행 중이다.

4년 전보다 상태가 나빠진 라그나로크2

게임 리뉴얼에 실패한 개발사 관계자는 "무늬만 리뉴얼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오히려 서비스 종료를 앞당길 뿐 개발사나 유저나 득 될 것이 없다. 또 리뉴얼 이후 초고속으로 진행한 상용화도 서비스 종료를 부추겼다."며, "시간과 인력의 한계를 경험하고 나서야 리뉴얼이 악수(惡手)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후회한다.

배수진을 치고도 실패하는 것은 주류를 읽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향수는 자극하고, 주류는 반영해야 한다."는 게임업계의 불문율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일례로 MMORPG는 캐주얼 게임처럼 쉽게 즐기는 것이 대세가 됐다. 이러한 대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리뉴얼을 준비하는 MMORPG의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리뉴얼을 준비 중이라면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기억하자. 의미를 모른다면 리뉴얼은 곧 서비스 종료로 이어진다는 것도 기억하자. 유저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게임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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