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년부터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6년 동안 이끌어 온 카와우치 시로(Kawauchi Shiro) 대표가 기자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인삿말은 늘 같은 내용이었다. 워낙 자주 들어 이제 기자들이 그를 만나면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건넬 정도가 됐다.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이 출품된 게임쇼, 전국 게임매장 등에서 만날 때마다 늘 듣던 카와우치 대표의 이 인삿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SCEK 대표이자 SCEJA 부사장을 겸임하던, 한국 플레이스테이션 유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게임인이었던 카와우치 시로 대표의 SCEK 대표 퇴임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본사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SCEK 대표직은 퇴임하고 SCEJA 부사장직에 전념할 예정이다. 후임 인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998년 SCE에 입사해 아시아 부문 플레이스테이션 비즈니스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던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2010년 SCEK 대표로 취임한 후 암울한 상황에 놓인 한국 콘솔게임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보급과 콘솔게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시장규모를 생각하기에 앞서 플랫폼 홀더로서 투자를 해야한다는 일념 하에 대작 타이틀들의 현지화에 앞장섰으며, 전국 게임매장을 돌며 일선 매장과 게이머들을 직접 만나고 지켜보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시장 규모가 작아 현지화가 잘 되지 않던 상황에서 아시아 비즈니스 총괄 시절 만든 인연을 최대한 활용해 상상도 할 수 없던 많은 일들을 현실로 일궈내며 어느덧 카와우치 대표는 한국 플레이스테이션 유저들에게 친근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의 끈질긴 설득 하에 '드래곤 퀘스트', '메탈기어 솔리드', '용과 같이'까지 한글판 발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많은 일본 대작 IP들의 한글판 발매가 현실이 됐다.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 때 보인 그의 눈물을 기억하는 게이머도 많을 것이다.
얼마 전 일본 게임업계에서 카와우치 대표가 2016년부터 본사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사석에서 아쉬움을 전하자 "제가 더 아쉽습니다. 한국 유저들과 끝까지 함께하고 싶었는데..."라며 눈시울을 글썽거리던 그의 모습도 떠오른다.
사실 아시아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보급이 확대되며 본사 업무가 증가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아시아에서만 20년 가까이 활약한 베테랑 비즈니스맨 카와우치 시로에 대한 본사 복귀 요구가 거세졌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척박한 한국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비즈니스를 궤도에 올린 카와우치 대표의 실력이 인정받았음을 기뻐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하지만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카와우치 대표가 한국을 떠난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본사에서 아시아 시장 전체를 무대로 활약할 카와우치 대표의 노력 하에 한국 시장도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지스타 직전 용과 같이 한글판 발매 확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된 것은 카와우치 대표가 한국 게이머들에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발표자리에서 깊은 감정을 토로하며 "나고시 프로듀서의 바지를 붙잡고 끝까지 부탁했다"는 카와우치 대표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카와우치 대표는 "꾸준히 설득작업을 해 온 용과 같이를 퇴임 전 한글판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한국 게이머들에게 "앞으로도 플레이스테이션과 SCEK에 변함없는 애정과 응원 부탁드린다"는 바람을 전했다.
카와우치 대표의 SCEK 대표로서의 마지막 선물이 될 '용과 같이 키와미'가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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