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수다를 떨고, 19금(禁) 농담을 서슴지 않는 슈퍼 히어로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물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도 만만치 않은 '말빨'을 자랑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에 걸맞게 애초에 수위(水位)라는 것이 없는 데드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거기다가 '정의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매 순간 슈퍼 히어로들을 억압했던 '책임감'도 없다. 그만큼 운신의 폭이 자유롭다.
'정의감' 때문에 조커에서 휘둘려야 했던 배트맨을 생각해보라.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스스로를 괴롭혔던 수 많은 슈퍼 히어로들을 떠올려보라. 데드풀에게는 복잡함이 없다. 단순하고 경쾌하다. 이를 두고 '가볍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전형적이고 뻔하기만 했던 히어로물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그만큼 히어로물은 풍성하고 다양해졌다.
관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데드풀'은 개봉 첫 날인 12일 4,75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뒀고, 지난 2월 14일까지 북미에서 1억 3,500만 달러, 해외에서 1억 2,500만 달러를 쓸어담았다. 개봉 첫 주말에 전 세계에서 2억 6,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고작(?) 5,800만 달러의 제작비밖에 투입되지 않은 '슈퍼 히어로'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는 암 치료를 위해 돌연변이가 되는 비밀 실험에 참여한 후, 그에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로 엄청난 회복 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 '데드맨'이 된다. 그 과정에서 웨이드 윌슨은 흉측한 얼굴(몸 전체가 그렇게 된다)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제 남은 것은 '복수' 아니겠는가? 데드맨은 자신에게 흉측한 얼굴을 선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던 실험실(작업장)의 책임자인 에이잭스(에드 스크레인)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데드맨'은 이 스토리를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평행 행위를 시간상 전후 관계로 병치시키는' 교차편집(Cross Cutting)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이야기 전달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의 유머 감각을 배가시키는 등 짜임새가 돋보인다.
'엑스맨'에 대한 유머(이십세기폭스에서 제작했으니까)뿐만 아니라 여러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촌철살인의 유머는 '데드풀'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처음엔 실소를, 나중엔 박장대소를 자아낸다.
"리암 니슨이 꿈에 나오는 악몽을 꿨다. '테이큰'에서 딸이 세 번이나 납치됐는데, 이쯤 되면 딸이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가 이상한 것 아냐?"와 같은 대사를 보라.
'유치함'과 'B급스러움'을 표현한다고 해서 '데드풀'을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시종일관 보여주는 화끈하고도 리드미컬한 액션 장면들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소 잔혹할 수도 있는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킹스맨'의 그것처럼 잔혹성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미친 사운드를 만들었던 정키XL(Junkie XL)이 참여해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십세기폭스는 '엑스맨: 울버린의 탄생'에서 잠깐 등장시켰던 '데드풀'(당시엔 입이 꿰매져 있었지만, 이번엔 아예 상상초월의 수다쟁이로 만들어 성공을 거뒀다)을 19금 영화라는 자유로운 풀(pool)에 던져놓으며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의 '슈퍼 히어로물'을 탄생시켰다. 이십세기폭스가 마블과 DC로 양분되어 있던 히어로 세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전망이 매우 밝다.
P.S.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자막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켜라. 2편을 예고하는 '히든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글 제공 :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의 블로그(http://wanderingpoe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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