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본능 중에 하나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공포를 이용한 다양한 문화산업들이 창출했지만 즐기는 문화, 즉 놀이문화 측면에서 본다면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물론 예외는 분명히 있고 기록적인 히트를 기록한 예외의 범주에 속한 콘텐츠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공포 자체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에 대중적인 문화코드로 성장하지 못했다.
게임산업에서의 공포 장르는 RPG와 슈팅, 시뮬레이션 게임 만큼은 아니지만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지금까지 꾸준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게임에서의 표현기법이 영화에도 차용될 만큼 기술적인 발전도 이루어졌으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포게임의 위상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어느정도는 되겠지’라며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시장이 이렇다보니 여름 시즌이 되면 마치 기다리기도 했다는 듯이 공포게임들이 출시된다. 텍스트 형태의 간단한 인디게임부터 몇 백억이 투자된 대형 게임들이 속속들이 여름 시즌을 발매를 위해 열을 올린다.
올해 여름에 가장 주목받는 공포게임이 있다면 바로 지난 6월 14일에 출시된 Behaviour Interactive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Dead by Daylight)'를 꼽을 수 있다.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는 '바이오하자드7'과 같은 굵직한 타이틀의 출시 소식 속에서도 이름값을 높이며 유저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베타 버전에서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유저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으며 E3에서도 주목받는 타이틀로 이름을 올렸다. 개발사인 Behaviour Interactive는 이름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1997년 설립 이후 '워해머40,00: 이터널크루세이드', '풀아웃 쉘터', 'Wipeout' 시리즈 등 크고 작은 인기 게임들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실력파 개발사.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는(유저들에게 데바데 혹은 DBD로 불린다. 기사에서는 편의를 위해 DBD로 용어를 통일했다) 출시 전부터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개발된 저예산 게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발 비용 자체가 인디게임 수준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고비용이 투입된 타이틀은 아니다. 이런 게임을 보통 회사의 정책이나 게임의 실패유무를 크게 상관하지 않는 자유 프로젝트 타이틀로 부르지만 이 게임은 출시 1주일 만에 약 3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손익분기점을 일찌감치 돌파, 외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인터넷 BJ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DBD. 게임포커스는 DBD의 매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저랑 숨바꼭질 안하실래요? 대가는 목숨입니다”
DBD는 간략하게 요약하면 5명이 즐기는 ‘숨바꼭질’이다. 1명이 술래고 나머지 4명이 술래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게임에서 요구하는 승리조건을 달성하면 이기는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숨바꼭질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숨은 사람을 찾았다고 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숨은 사람을 향해 끝까지 달려가야 한다는 점. 숨은 사람을 좀 더 효율적으로 찾고 제압하기 위해 3명의 술래들이 각각 ‘곰덫’, ‘투명화’, ‘전기톱’이라는 그로테스크한 무기와 아이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술래가 이러하니 숨는 사람 역시 ‘Hider'가 아니라 'Survivors(이하 생존자)'며 술래 역시 'Chaser'가 아니라 ‘Killer(이하 킬러)’다.
이 게임에서 생존자들은 목숨을 걸고 플레이를 해야 되며 지게 될 경우 무시무시한 이펙트와 함께 저세상으로 떠나는 자신의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다. 킬러가 지거나 생존자가 진다고해서 모두가 함께 웃으며 ‘인디언밥’이라도 할 줄 알았던 유저라면 다른 게임을 권장한다.
워낙 술래들의 취향이 독특하다보니 여성2명 남성2명으로 이루어진 생존자들도 저마다의 비범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동료를 치유하고 자가 생존에 특화된 ‘Claudette MorrellL’, 다른 생존자들과 뭉쳤을 때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Dwight Fairfield’, 빠른 이동속도와 생존에 특화된 ‘Meg Thomas’, 살인자들의 살인도구를 무력화 시키고 주변 환경과 동화될 수 있는 ‘Jake Park’ 등 4명의 생존자(추가 생존자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다)가 있으며 각각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야 된다.
생존자들의 경우 게임 내 총 5개의 발전기(여분으로 N개 만큼의 발전기가 추가된다)를 수리하고 맵 외각에 있는 전기장치를 가동시켜 맵 밖으로 탈출해야 된다.
하나의 발전기는 총 4명의 생존자가 달라붙어 수리를 도울 수 있으며 인원수 만큼 수리 속도가 빨라진다. 하나의 발전기를 완전히 고치는데 필요한 시간은 약 1분 남짓(1인 기준)으로 비교적 짧지만 수리 중간 중간 랜덤 하게 생기는 수리액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수리에 실패하게 되며 큰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생기게 된다.
이때 생기는 스파크는 킬러가 인지할 수 있으며 수리액션을 거듭 실패하게 될 경우 내가 그동안 쌓아놓았던 수리 포인트를 모두 잃게 된다. 결국 생존자는 발전기를 수리하면서도 내 근처를 지나갈지 모르는 살인자를 예의 주시해야 되며 동시에 언제 뜰지 모르는 수리액션에 집중해야 된다.
숨고 발전기를 돌리다가 킬러와 조우해 공격을 당하게 되면 한번 공격에 ‘출혈’, 두 번째 공격에 ‘빈사’ 상태가 되며 바닥에 쓰러진다. 출혈 상태가 되면 움직일 수는 있지만 맵에 선혈 표시 시간이 길어지게 되며(살인자가 선혈만으로도 생존자를 쫓을 수가 있게 된다) 이동속도 역시 대폭 감소된다. ‘빈사’상태가 되어 쓰러지면 기어서 움직일 수는 있지만 자력으로는 일어날 수가 없게 되며 지속적으로 체력이 감소하고 발전기 수리를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빈사 상태에서는 킬러가 생존자를 들쳐업을 수 있는데 맵 곳곳에 있는 갈고리로 생존자를 데려가면 ‘HOOK’이 활성화되고 ‘빈사’상태의 생존자를 갈고리에 걸게 된다.
생존자는 ‘저항’을 통해 아주 낮은 확률로 빠져나올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체력이 대폭 줄어들게 되며 절반 이하로 체력이 닳게 될 경우 생존자를 향한 최후의 일격이 날라온다. 최후의 일격도 저항은 할 수 있지만 체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되기 때문에 무한정 저항을 할 수 없으며 저항에 실패하거나 체력이 바닥이 되면 즉사패턴으로 전환되며 죽게 된다. 반복플레이를 통한 어뷰징을 없애기 위해 한 명의 생존자가 2번 갈고리에 걸리게 되면 남은 체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죽게 된다.
킬러의 경우는 상당히 심플하다. 자신이 가진 아이템을 이용해 생존자를 제압하면 되며 생존자를 빠르게 HOOK 상태에 만들어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생존자를 구하러 오는 다른 생존자를 제압할지, 아니면 한 번에 한명씩 철저하게 제거할지를 선택해야 되는데 후자의 경우 생존자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안정성이 있지만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에 맵 곳곳에서 수리를 하고 있는 생존자들에게 많은 시간을 주게 된다.
생존자와 킬러는 모두 자신의 기술과 특성을 강화할 수 있는 ‘블러드웹’을 가지고 있으며 게임플레이를 통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이 포인트를 통해 생존자와 킬러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나 특성을 강화할 수 있다. 30레벨이 되면 주황색의 특수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데 이 기술을 배우고 있으면 일부 특성을 제외한 다른 기술이나 특성을 다른 캐릭터에게 배우거나 얻게 할 수 있다.
숨소리도 이용한다. 공포와 스릴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
DBD는 시간과 행동의 제약이 있는 킬러와 살인자들을 위한 다양한 장치가 숨어있다. 대다수의 장치는 생존자들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으며 생존자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킬러와 킬러의 행동을 예측하는 생존자의 플레이가 굉장히 중요하다.
생존자는 킬러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수풀 및 캐비넷에 몸을 숨기거나 맵 곳곳에 있는 오브젝트를 통해 킬러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기본 이동속도가 킬러가 빠르기 때문에 한번 킬러 시야에 확보되면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생존자들을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다만 이러한 장치들이 무조건적으로 생존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맵 곳곳에 있는 까마귀들은 생존자를 포함해 킬러가 지나다닐 때도 소리를 내며 날아가기 때문에 킬러가 생존자의 위치를 어느정도 판단할 수 있으며 출혈 상태에서는 수풀에 숨는 것이 오히려 선혈 자국을 남겨 킬러들의 추적을 더욱 용이하게 해준다. 오브젝트 이용시 생존자가 오브젝트 작동직전에 킬러가 도착하면 오브젝트 사용을 취소시키고 곧바로 다운상태로 만드는 만큼 킬러나 생존자 모두가 이용하기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이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것은 시점이다. 생존자는 3인칭 시점에서 맵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반면 킬러는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맵을 넓게 볼 수 없다. 수풀에 숨은 생존자는 맵 곳곳에 있는 안개효과와 매개체가 되어 킬러들이 발견하기가 쉽지 않으며 생존자 유일무이하게 저항할 수 있는 아이템인 손전등에 의해 플래시뱅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공포게임의 필수 요소 소리를 이용한 플레이도 이 게임의 백미다. 생존자는 킬러가 접근할 때 생기는 심장 고동소리를 듣고 대처해야 되며 킬러는 생존자들이 내뱉는 숨소리와 신음소리를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수풀소리나 오브젝트 작동소리 역시 양측에 모두 전달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스릴감은 극대화 된다.
반복적인 플레이와 맵 구조 개선은 필요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플레이, 나가려는 자와 막아서는 자의 심리전 등 이 게임이 가진 흡입력은 상당하다. DBD를 처음 경험한다면 일반적인 공포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먼저 느낄 수 있겠지만 게임을 플레이 할수록 킬러와 생존자 간의 심리전이나 조합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걸 알게 되면서 이 게임의 가치는 달라진다. 이는 이 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LEFT4DEAD'와 유사하다.
하지만 공간이 어느 정도 제약된다는 게임의 절대적인 기본룰 때문에 생기는 한계는 존재한다. 생존자가 게임에 익숙해지면 킬러가 올 수가 없는 지역에서 의도적으로 킬러를 유인해 농락하거나 생존자가 자신의 점수를 위해 다른 생존자의 안위를 신경 쓰지 않는 모습 등의 구조적인 허점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개발사에서는 이러한 변칙적 행위를 막기 위한 맵 구조 개선과 다른 생존자들을 신경 쓰지 않는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로 인해 게임의 자유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다가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역시 게임의 한 부분임을 어느정도 인정한 상태에서 생존자에게 생존의 수단이나 방법을 좀 더 다양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약간의 문제점이 보이긴 하지만 DBD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 중에서는 단연 추천할만한 공포 게임이다. 유령은 싫지만 공포를 느끼고 싶은 유저들이 있다면 단돈 약 3만 원(한화 2만 8천 원)으로 풀패키지를 구입할 수 있는 DBD를 통해 서늘한 휴가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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