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뢰매 '에스퍼맨'의 '슈퍼맨 언체인드' 표절, 한콘진은 알고 있었나?

등록일 2017년08월11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의 연재만화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돼 만들어진 한국형 히어로만화 '에스퍼맨'이 미국의 DC코믹스 중 하나인 '슈퍼맨 언체인드(Superman Unchained)'의 장면을 표절한것으로 밝혀지면서 한콘진의 지원사업 심사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인 '에스퍼맨'은 1980년대 당시 인기를 끌었던 김청기 감독의 '우뢰매'를 원작으로 한 한국형 히어로 만화로, 피규어뮤지엄W 측이 원작자인 김청기 감독에게 IP를 양도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규어뮤지엄W는 '한국 최초의 그래픽 노블'을 표방하고 있는 '에스퍼맨'을 통해 세계관과 캐릭터를 정비하고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 등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피규어와 영화 등 콘텐츠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네티즌들은 최근 공개된 '에스퍼맨'의 이미지와 '슈퍼맨 언체인드'의 한 장면이 매우 유사하며, 심지어 한 네티즌은 두 이미지의 투명도를 조절해 합쳐본 결과 헤어스타일과 문양 등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같은 이미지로 보일 정도로 똑같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표절 논란에 대해 해당 작품을 맡은 피규어뮤지엄W의 장태종 작가는 조선일보를 통해 "나는 만화가로 활동한 적이 없는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회사 측이 작가 섭외가 어려워지자 '에스퍼맨' 작업을 맡겼다"라며 "3개월 만에 300페이지의 원고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작품을 트레이싱(베껴 그리는 것)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해당 이미지가 트레이싱을 통한 작업물임을 인정했다.

(출처; 피규어뮤지엄W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 캡쳐)

실제로 피규어뮤지엄W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장태종 작가는 피규어뮤지엄W의 그래픽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으며, 전시실의 벽면 그래픽과 포스터 디자인 등 출판만화인 '그래픽 노블'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작업물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한콘진의 '2016년도 연재만화 제작 지원사업 모집공고'를 살펴보면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출판물일 경우 최소 300쪽의 원고를 제작하도록 되어 있어 피규어뮤지엄W측이 한콘진의 지원사업 요건에 맞추기 위해 장 작가의 주장대로 장 작가에게 무리한 작업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콘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선정 사업자들은 2016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년 동안 작품을 제작했는데, 피규어뮤지엄W 측이 왜 단기간에 원고를 완성하려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출처; 피규어뮤지엄W 공식 홈페이지 캡쳐)

표절 논란이 거세지자 피규어뮤지엄W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해당 사과문에서 피규어뮤지엄W 측은 "'에스퍼맨'은 당초 7월 말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문제점을 발견해 전면 수정 및 재 작업 중이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저작권 관련 문제가 되는 출판물이 출간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표절 논란과 관련해 한콘진의 연재만화 제작 지원사업 심사 기준 및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한콘진은 지난해 3월 '2016년도 연재만화 제작 지원사업 모집공고'를 게재하고 사업자 모집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선정된 사업체에 과제당 3,600만 원을 지원하고 2017년 5월 30일까지 작품을 완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지원 사업을 신청할 때 필요한 제출 서류다. 사업체가 해당 지원을 신청할 시 작가 소개서와 작품 시놉시스, 15페이지 내외의 작가 작업물 원고 사본 등이 필요한데, 당시 피규어뮤지엄W 측이 논란이 됐던 '에스퍼맨'의 이미지를 한콘진에 샘플 원고로 제출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불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관계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작품 선정을 위한 평가 항목은 '사업목적의 타당성', '작품의 우수성', '매체의 우수성'등 다수의 기준을 고려해 심사하게 된다. 만약 샘플 원고에 표절 논란이 일어난 '에스퍼맨'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심사위원이 심사 과정에서 트레이싱 작업물인 것을 확인하지 못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한콘진 측 관계자는 "사업자 모집 당시 피규어뮤지엄W 측이 제출한 기획서 등의 자료에는 이번에 논란이 된 이미지가 없었고, 중간평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라며 "만약 피규어뮤지엄W 측이 표절을 인정하게 되면 사업 자격미달에 해당하므로 지원금은 모두 환수 처리되며, 다음주 중으로 작품에 대한 재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게임포커스는 표절 논란과 관련해 피규어뮤지엄W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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