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기기에서 VR 테마파크, 그리고 의료-군사산업까지... 변화하는 VR 콘텐츠

등록일 2018년04월19일 08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3월 28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기기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세상을 그리고 있다. 가정마다 VR기기가 없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며 공간의 제약도 사라져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이 VR기기를 착용하고 있는 등 스티븐 스필버그는 적어도 2045년에는 VR기기의 대중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 모양이다.

그러나 '레디 플레이어 원'의 배경이 되는 2045년까지 약 27년 정도 남은 2018년 현재에서 봤을 때 VR기기의 대중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2015년 등장한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Head Mount Display)인 삼성의 '기어 VR'을 시작으로 오큘러스 사의 '오큘러스 리프트', HTC 사의 'HTC Vive',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등 다양한 회사들이 VR 기기를 출시했지만 높은 가격과 공간 상의 제약으로 인해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가정용 VR 기기 보급이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PC방의 형태로 VR 기기를 시간 별로 대여하여 즐길 수 있는 'VR 방'이 탄생하는 한편, 지난 3월 30일에는 스코넥 엔터테인먼트가 홍대에 VR을 활용한 어트랙션 기기들을 즐길 수 있는 VR 복합문화공간인 'VR SQUARE'를 개장하는 등 VR 기술은 가정용 게임 기기보다는 체험 위주의 콘텐츠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VR 기술은 생생한 현장감과 간접적인 체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려 게임을 넘어 의료, 군사 등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 게임포커스가 V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들의 변화 과정을 정리했다.

가정용 게임 기기로 시작한 VR, 한계 명확했다


모니터를 벗어나 모니터 속 게임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든 게이머들의 꿈이었던 만큼, VR 기기들은 헤드셋 형태의 기기를 통해 VR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오큘러스 사의 '오큘러스 리프트'를 시작으로 HTC와 소니 역시 자사의 게임들을 VR로 체험할 수 있는 VR HMD를 앞다투어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저들의 기대와 달리 초기 VR 기기들은 명확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가정용 게임 기기로 활용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부담이었다. 특히 소니가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 VR'를 제외하고는 VR 콘텐츠를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PC의 사양이 너무 높았으며, 특히 '오큘러스 리프트'의 경우 출시 당시 약 599달러, 한화 약 70만원 정도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VR 기기를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적인 제약도 문제로 떠올랐다. VR 기기를 통해 이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야하는 경우 여유로운 공간 내에 별도의 센서를 부착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게임기로 게임을 즐길 경우에는 티비 하나와 게임기만 있으면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VR 기기를 즐기기 위한 공간적인 제약 역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VR기기를 위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VR기기를 마련하기 위해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VR기기를 구동하기 위한 공간까지 마련하더라도 VR기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VR 기술을 활용한 게임 대부분이 1회성 체험형 콘텐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기존의 가정용 게임기처럼 오래 붙잡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이런 문제들로 인해 출시 초기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아왔던 VR 기기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2017년 기준 260만 대 판매를 예상했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은 7만 5000대로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판매량을 보여 가정용 VR 기기는 명확한 한계점들을 보여주며 현재까지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봐야할 듯 싶다.

1회성 콘텐츠와 공간적 제약이라는 한계 극복한 'VR 방'


한편, 높은 가격과 콘텐츠의 부족으로 인해 가정용 VR 기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적어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에서는 PC방의 형태를 한 VR 콘텐츠 체험 공간인 일명 'VR 방'이 등장했다.

'VR 방'은 기존의 PC방처럼 VR기기 및 구동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 시설에서 일정 시간 사용 금액을 내고 자유롭게 VR 콘텐츠를 즐기는 형태의 매장이다. 'VR 방'의 매장은 VR 기기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 넓은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어 기존의 가정용 VR 기기에서 지적 받았던 공간 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VR 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가격이라는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많은 인원들이 함께 방문하여 짧은 시간 동안 VR 콘텐츠를 즐기는 'VR 방'의 구조상 기존에 문제시되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나 1회성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다는 문제점 역시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이처럼 가정용 VR 기기의 한계점들을 'VR 방'을 통해 극복할 수 있어 최근에는 와이제이엠게임즈가 자사의 오프라인 VR 카페 '브리즈(VRIZ)'를 열고 'VR 방'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에 최적화된 게임을 출시하는 등 가정용 보급 기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 게임 등의 콘텐츠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해외에서 먼저 등장한 VR 테마파크, 국내에도 상륙


국내에서는 'VR 방'을 통한 VR 콘텐츠 사업이 대두되던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VR 기기를 활용한 체험형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는 'VR 테마파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VR 방'과 달리 'VR 테마파크'는 놀이공원의 형태로 VR 콘텐츠들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VR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VR 테마파크'에서도 헤드셋을 착용하지만 'VR 어트랙션'은 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체험하는 움직임을 움직이는 자동차나 그네 등의 놀이기구를 통해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몸이 움직이는 느낌을 통해 VR 콘텐츠를 더욱 사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넓은 공간이 필요하던 기존의 테마파크와 달리 공간적인 제약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7년 인천 송도에 개장한 '몬스터VR'을 시작으로 신촌의 '브라이트'에 이어 최근에는 홍대에도 스코넥 엔터테인먼트가 VR 복합문화체험공간인 'VR SQUARE'를 개장하면서 국내 도심에서도 'VR 테마파크'를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에서 의료, 군사로 분야 넓히는 VR 기술


한편, 공간적인 제약이나 비용상의 문제로 인해 VR 기술이 게임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등장하면서 게임을 넘어 의료, 군사 등의 분야에 VR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VR 기술이 가지고 있는 간접적인 체험이나 높은 사실성 등을 통해 가상 현실에서 군사 교육을 하거나 의료 목적으로 VR 기술을 활용하는 것.

지난 2018년 3월 15일 열린 국제의료기기 및 병원 설비 전시회 '키메스(KIMES) 2018'에서는 VR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들이 이목을 끌었다. 재활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VR 기기를 통해 실제 공원을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흥미를 유발하는 의료기기 이외에도 VR 기기를 통해 뱃속의 태아의 얼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기가 등장하는 등 의료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VR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군사 분야에서도 VR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 기존의 1인 1장비를 보급해야만 가능했던 군사 교육을 VR 기술을 통해 보다 적은 비용으로 단 시간에 진행할 수 있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장갑차의 사용 요령이나 고장 부위, 정비 방법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VR 기기를 통해 낙하 훈련 상황을 사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등 VR 기기가 지닌 높은 몰입도를 군사훈련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까지 27년, VR 기술은 진화 중


초기에는 가정용 게임 기기로 개발된 VR 기기들은 가격 문제와 공간적인 제약, 콘텐츠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보급형 기기보다는 'VR 방', 'VR 테마파크' 등의 체험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VR 기기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몰입도나 간접 체험 등의 장점을 살려 최근에는 게임을 넘어 의료, 군사 등의 다양한 분야로도 진출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예상한 VR 기기의 대중화 및 보급이 완료된 2045년까지는 약 27년 정도가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한번 가정용 기기 시장에서 실패한 VR기기 사업자들이 다시 가정용 기기에 도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VR 관련 기술 개발이 본격화 된지 약 3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들도 나오기 때문에 아직은 속단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VR 기술과 V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방향으로 VR 기술과 콘텐츠들이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보여주었던 2045년에는 우리 모두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상 현실 세계인 '오아시스'를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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