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게임으로 시작된 논란이 20년 팬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줄 누가 알았으랴.
e스포츠에서 하나의 실수가 눈덩이처럼 커져 게임의 승부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일컫는 ‘스노우볼’이라 부른다. 그리고 블리자드의 다음년도 라인업을 미리 볼 수 있는 가장 큰 행사인 ‘블리즈컨’에서 발생한 스노우볼은 결국 철옹성 같았던 블리자드의 주가와 명예마저 흔들었다.
시작은 넷이즈와의 협업 타이틀인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개였다. 디아블로의 차기작은 당연히(?) PC버전으로 나올 것이라는 유저들의 기대감은 분노로 바뀌었고 현장에 참석해 만우절 농담이 아니냐고 물어본 현장 유저의 말은 해외 토픽이 되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리고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디아블로 이모탈 쇼크가 서서히 사라져가던 지난해 12월, 블리자드는 또 한번의 소식으로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줬다. 바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개발 조직 축소와 리그 폐쇄 소식이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던 1.0 버전을 뒤로하고 게임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2.0 버전이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던 중이라 게임을 직접 즐기던 유저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더욱 문제가 됐던 것은 블리자드가 그들의 게임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며 시간과 열정을 투자한 팬들과 프로게이머를 철저하게 배척했다는 것이다.
리그 폐쇄에 대해 사전에 내용을 공유받지 못한 프로팀들은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발표 직후 연이어 해체 소식을 알렸고 이런 내용을 전해들은 e스포츠 관계자와 팬들은 블리자드의 책임감 없는 행동에 대해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게임의 영웅을 자주 타락시키기로 유명한 블리자드가 스스로 타락해 e스포츠 판을 쓸어버렸다는 웃지못할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 1,000렙을 눈앞에 둔 마스터 등급인 기자 본인도 눈물을 머금고 게임을 삭제했다.
한편, 이번 히어로즈 리그 폐쇄 사건에서 주목해봐야 할 점은 바로 종목을 갖고 있는 종목사의 의지에 따라 리그나 게임의 운명이 쉽게 변할 수 밖에 없는 e스포츠의 특수성이다. 이런 것이 구단이 없어져도 종목이 유지되는 일반 스포츠와의 가장 큰 차이점인데, 결국 블리자드의 이번 결정이 기업의 사유재산인 게임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 산업에서 '게임 공공제' 논란이 다시 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논란으로 인해 지난 20여년간 굳건한 지지를 보내던 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블리자드는 2019년 이런 모든 비난을 바꿀만한 묘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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