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러브히나' 작가 아카마츠 켄의 '게임 아카이브', 칭찬 받아 마땅한 그의 행보를 응원하며

등록일 2022년07월15일 14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 내에 '러브히나'와 '마법선생 네기마'를 그려낸 만화가 아카마츠 켄을 중심으로 한 '게임 아카이브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는 작품 연재를 마치고 일본 정계에 입문, 최근 열린 제26회 일본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에서 자민당 전국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다. 그런 그가 당선 직후 밝힌 향후 계획이 바로 '게임 아카이브'다.

 



 

아카마츠 켄 의원은 고전 게임을 시작으로 해서, 궁극적으로는 소셜 게임과 온라인게임 등 '모든 게임'을 합법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7일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해 출판물은 국립국회도서관에서 수집 및 보존하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고, 디지털화 된 자료들은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는 반면 게임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14일에는 공식 SNS를 통해, '디지털 아카이브 학회 법제도부회의'를 열고 '플레이 가능한 상태의 고전 게임 합법적 보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팀을 꾸렸다고도 밝혔다. 그는 사라져 가는 오래된 콘텐츠의 '아카이브'와 활용에 대해 강한 열의를 드러내며 꼭 성공 시키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시의 적절한 '게임의 아카이브화', 문화적 가치 있는 게임은 보존해야

기록물의 보존, 즉 '아카이브'는 인류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역사적 사실을 담아 영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보관하고 미래에 전하며, 현재는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일지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가치가 재발견되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의 주도 하에, 각종 출판물이나 영상물 등의 자료들은 중요 기록물로 분류되어 국가 차원에서 수집 및 관리하고 있다. 단순히 공공기관의 기록물 뿐만 아니라 국내외 소재의 역사 기록물, 시청각 기록물, 민간 소장 중요 기록물의 지정 및 관리도 이루어지고 있다.

 



 

아카마츠 켄 의원이 '게임 아카이브'를 만들 것이라고 나선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생각되며, 콘텐츠의 문화적 가치에 주목하고 적극 나서고 있는 그의 활동에도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싶다. 나 또한 게임이 만화, 영화, 책 등의 여타 기록물처럼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게임은 기록하고, 보존하고, 후세에 남길만한 '중요 기록물'로의 가치가 있다. 영상과 각종 출판물도 관리되는 만큼, 문화적 가치를 생각해 본다면 게임 또한 안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게임의 '서비스 종료'라는 불편한 진실, '게임 아카이브'가 해답 될 수 있을까
유저 입장에서는 한때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을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많은 온라인게임들, 모바일게임들의 경우 온라인 기반으로 서비스 되고 있기에 게임사가 서비스를 종료하면 사실상 플레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설 서버 등의 불법적인 방법은 당연히 논외다.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언젠가는 서비스가 종료되고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외면하고 불편한 진실을 품은 채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다. 서비스가 종료되고 나면 남는 것은 영상과 스크린샷 뿐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출처: 작가 '디얍' 작품 '라스트오리진 만화극장' 13.7화 중 일부)
 

물론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와 같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온라인 형태로 서비스 되다가,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오프라인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아름다운 이별'도 있지만 상당히 드문 케이스다.

 

당시 넥슨은 '야생의 땅: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는 한편, 오프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는 버전을 따로 제공하고 인게임에서 이벤트를 전개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온라인은 아니지만 오프라인 형태인 고전 게임,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하다. 출시된 지 수십 년이 된 고전 게임들은 게임사가 직접 출시한 합본 타이틀을 구매하거나 아케이드 기판 또는 하드디스크를 직접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이마저도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아카마츠 켄 의원의 '게임 아카이브'를 위한 움직임은, 단순히 '게임을 남겨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단편적인 접근에서 시작된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이미 의원에 당선되기 전 'J코미'라는 회사를 설립해, 저작권자의 동의 하에 현재 절판되어 찾아보기 어려운 만화들을 온라인 상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만화 도서관 Z'를 서비스 한 경험이 있다.

 

즉 절판된 만화를 정리 및 보존하고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광고료는 작가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바로 '만화 도서관 Z'다. 큰 틀에서 보자면, 그는 '문화 콘텐츠의 아카이브'라는 목표를 이미 달성한 적이 있는 셈이다.
 


 

다만 사실 게임이라는 종합적인, 그리고 영화나 글과 다르게 다소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는 콘텐츠를 '아카이브' 한다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플레이가 가능한 형태로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카마츠 켄 의원의 '게임 아카이브'가 어디까지 구현되고 '아카이브' 할 수 있을지, 또 온라인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과 현재는 구하기 어렵거나 플레이 하기 위해 개인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게임을 보존하는데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디지털 암흑시대'에 대한 우려와 저작권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

또 이러한 '게임 아카이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암흑시대'에 대한 주의와 대책도 필요하다.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빈트 서프는 2015년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 현재 인류는 '디지털 암흑시대'에 살고 있다며 '잊혀진 세대' 또는 '잊혀진 세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호환성 문제로 인해, 많은 디지털 기반의 데이터들이 점차 유실되거나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많은 사람들이 메모, 사진, 음악, 영상 등 대부분의 자료들을 디지털화 하여 저장하는데, 이것은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 자료들을 '정보의 블랙홀'에 던져 넣는 것과 같다고도 덧붙였다.

 

일례로 수십 수백 년 전에 쓰여진 책이나 신문 등의 출판물들은 지금도 곧장 읽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1980년대에 사용되던 카세트테이프나 비디오를 열람하려면 호환 되는 장비를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가 제시한 것이 물론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디지털화된 자료들을 영구적으로 관리 및 보존함에 있어 이러한 호환성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도산하거나 사라진 개발사와 같이 저작권자가 불분명한 작품의 보존 등 저작권 관련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번 아카마츠 켄 의원의 활동에 앞서, 이미 일본에서는 게임 문화 보존 연구소(IGCC), 게임 보존 협회, 리쓰메이칸 대학의 게임 연구 센터(RCGS, Ritsumeikan Center for Game Suduies) 등 여러 민간 단체들이 게임의 역사와 미디어를 '디지털 아카이브화' 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게임의 보존을 위한 시도와 사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넥슨은 자사의 대표작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 복원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 뉴스에 크게 주목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초창기 온라인게임의 복원 및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상당히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넥슨컴퓨터박물관 최윤아 관장도 "디지털 매체의 데이터 보존 한계에 따른 아카이빙의 중요성이 대두가 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복원하는 것은 시도된 사례가 없었다"며 "국내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으로서 '바람의 나라' 복원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IT의 역사에 있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를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그 의의를 설명한 것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관련 기사: [NDC14]세계 유일, '바람의 나라' 복원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이제 국내에서도 '바람의 나라'와 같이 문화적, 게임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게임을 보존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지금부터라도 각 게임사에서 자사의 게임을 잘 보존해 놓는다면 분명 그 가치는 언젠가 먼 미래에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외에도 더 나아가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처럼 국가 차원에서의 '게임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점검하고 관련 사업의 기획도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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