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PC 리듬 게임 시장에 또 하나의 다크호스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하이엔드 게임즈의 '플라티나 랩(PLATiNA :: LAB)'이 그 주인공입니다.
'플라티나 랩'은 '디제이맥스'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리듬 게임 개발에 참여한 김태준 대표가 설립한 신생 개발사 하이엔드 게임즈의 첫 작품이자 정통 탑 다운 PC 리듬 게임입니다.
올해 5월 열린 '2024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처음으로 오프라인 현장에서 시연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고, 공개 이후 리듬 게임 마니아들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기대작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특히 당시 기준으로 개발 기간이 단 3개월 가량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와 화려한 수록곡 라인업으로 관심을 모았죠.
최근 하이엔드 게임즈는 부천국제만화축제 리듬 게임 공동관에 시연이 가능한 부스를 내고, 얼리액세스 출시에 앞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등 게임 이름 알리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입니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마감을 며칠 앞둔 시점에 '플라티나 랩'의 펀딩 참여 인원은 1600명 이상, 펀딩 달성율은 목표 금액의 2100%, 모인 금액만 1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만큼 화제성이 뛰어났고 리듬 게임 마니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첫 공개 후 김태준 대표가 회사를 차려 새로운 리듬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단순히 '유명 개발자가 신작을 만들고 있더라' 라는 후광효과에만 기대지 않는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 상황입니다.
저 또한 대중에 처음 공개되기 전 개발 초기 단계의 모습부터 첫 오프라인 시연 및 공개, 방송을 통한 시연 및 '텀블벅' 펀딩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또 하나의 재미있는 리듬 게임이 시장에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이엔드 게임즈는 2025년 상반기 중 게임을 '스팀'에 얼리액세스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국내외 유명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한 DLC도 얼리액세스 출시 이후 2025년 내로 출시될 예정이죠.
얼리액세스 출시에 앞서, 하이엔드 게임즈의 배려로 현재 개발 중인 빌드를 제공받아 미리 플레이 해볼 수 있는 기쁜 기회가 생겼습니다. 리듬 게임 마니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신작 '플라티나 랩'을 직접 플레이 해본 소감을 전합니다.
*이번 체험기를 위해 제공 받은 빌드는 개발 중인 버전으로, 추후 얼리액세스 및 정식 출시 버전과는 콘텐츠, 기능 등이 상이할 수 있습니다.
수록곡과 패턴 퀄리티는 최고 수준… 매우 만족스러워
'플라티나 랩'은 그동안 여러 차례 오프라인 시연, 스트리밍 방송 등으로 게임의 전반적인 퀄리티와 플레이 방법, 패턴 기조, 일부 수록곡 등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정통 탑다운 건반 리듬 게임인 만큼 유별나게 다른 PC 리듬 게임과 시스템적으로나 플레이 방법으로나 차이가 크지는 않습니다. 한 마디로 늘 먹던 맛, 우리가 아는 그 맛이라는 거죠.
다만 이번에 플레이 해보며 느낀 '플라티나 랩'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수록곡과 패턴의 퀄리티였습니다.
우선 곡의 경우 오리지널 곡은 물론 비상업 리듬 게임에 수록된 곡이나 타 리듬 게임에 수록된 곡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리듬 게임계에 몸담은 김태준 대표의 수완이 발휘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했던 '데스티니 차일드'의 레이드 테마 음악 'Ragna Breakers'가 수록된 것이 가장 반갑고 또 놀라웠습니다. '애인을 내려주세요'나 '새와 새의 이야기', '우산', 'End Time' 등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곡이었고요.
이러한 수록곡의 면면을 살펴보면, 특히 타 리듬 게임 수록곡이 라인업에 포함된 것을 보면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는 출혈 경쟁보다는 선의의 경쟁과 공생을 위한 협업을 하고자 하는 기조가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수록곡과 참여 작곡가에 더욱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국산 리듬 게임 간의 활발한 오리지널 곡 콜라보 내지는 작은 규모의 곡 교환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행복 회로'도 돌려 봅니다.
패턴 또한 베테랑 리듬 게임 유저들이 다수 개발에 참여한 만큼 매우 완성도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6라인+의 경우 제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많이 플레이 해볼 수 없었지만, 4라인과 4라인+ 그리고 6라인은 정말 퀄리티가 뛰어나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한 패턴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곡의 구성과 잘 어울리도록 구성돼 치는 맛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단순히 밀도를 높이기만 하거나, 치기 어려운 패턴을 도배해 두는 형태가 아니라 고 레벨 패턴에서도 '어렵지만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이 잘 와 닿았습니다. 저와 같이 기존에 짝수 키를 주력으로 하는 분들이라면 '플라티나 랩'의 패턴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감히 자신합니다.
베테랑 개발자들 '어셈블', 여러 리듬 게임 개발 및 플레이 해온 노하우 담겼다
'플라티나 랩'은 리듬 게임 본연의 재미 그 자체에도 충실하지만, 기존 PC 리듬 게임에서 아쉬웠거나 부족했던 점을 채워주는 면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이나 요소들은 그동안 봐왔던 PC 리듬 게임 스타일과 대동소이 합니다. 하지만 각종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아케이드 리듬 게임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이에 대해서는 필터 기능, 마스터리, 섹션, 피치 노트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현존 PC 리듬 게임에서 디테일 하게 지원하지 않거나 있으면 좋을 만한 기능을 게임에 담은 것은 굉장히 환영할 일입니다.
우선 필터 기능과 마스터리는 리듬 게임을 보다 오래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동기부여 시스템입니다. 일견 단순히 곡을 조건에 맞게 정렬해주는 기능 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실력 향상의 비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플라티나 랩'에서는 레벨 구간, 곡 이름, 랭크, 뱃지 등으로 세분화 하여 패턴과 곡을 필터링 할 수 있습니다. 실력 향상을 위해 여러 곡과 패턴을 경험하는 방법인 일명 '순회'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죠. 또 각 필터 별로 클리어, 풀 콤보 등의 달성률도 따로 기록됩니다. 이를 채워 나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입니다.
자신의 실력과 성과를 수치로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환산해주는 마스터리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는 시스템입니다. 이미 많은 리듬 게임에도 적용돼 있는데 마찬가지로 '플라티나 랩'에서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섹션' 또한 기존 PC 리듬 게임에서는 적용된 사례가 최근 출시된 일부 게임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스템입니다. '섹션'은 곡을 특정 구간 별로 나누고, 각 구간 별로 핵심이 되는 패턴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나뉜 구간을 통해 결과 창에서 자신이 어디 구간에서 어떻게 실수 했는지 빠르게 피드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각 섹션 별로 등장하는 상쾌한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판정 체계는 '퍼펙트 하이'부터 '미스'까지 다섯 가지로 나뉘어져 있지만, 최고 판정 아래 단계인 '퍼펙트' 판정이 있더라도 '퍼펙트 디코드' 랭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고수라면 정확도와 스코어 모두 최고점을 달성하는 이론치를 목표로 하겠지만 이는 말 그대로 고수들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최고 점수 이론치와 일반적인 '퍼펙트 디코드' 및 정확도를 분리해 놓은 점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플라티나 랩'은 여러 측면에서 개발팀의 리듬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짬밥(?)이 느껴지는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아케이드부터 PC, 모바일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여러 리듬 게임을 오래 전부터 개발 및 플레이 하며 쌓인 개발팀의 노하우가 녹아 든 모습입니다.
"키음… 없다?" 빠르고 효율적인 개발 위한 선택으로 보여
'플라티나 랩'은 키음을 지원하지 않으며, BGA의 경우에도 일부 곡에는 공용 BGA가 사용되었습니다. 키음 미 지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는 분도 당연히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따지자면 있는 쪽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만 잘 알려져 있듯이 키음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일입니다. 라이선스 곡의 수록 시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개발 기간이 늘어지거나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즉 키음 미 지원은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효율적이고 원활한 개발을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하이엔드 게임즈가 게임을 개발할 때 키음 지원 유무와 BGA 제작의 장단점을 비교해본 결과, 키음 미 지원이 개발 단에서의 강점이 크거나 또는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는 개발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개발팀은 3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완성도 높은 첫 시연 빌드를 선보이기도 했고요.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키음이 있는 쪽을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매우 빠르게 콘텐츠의 볼륨이 늘어날 수 있다면 키음 미 지원과 공용 BGA 활용 등 관련해서 약간 힘을 빼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키음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저, BGA의 비주얼과 스토리텔링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이 지점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아직 '플라티나 랩'은 얼리액세스 출시 이전이고 한창 개발 중인 단계에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 공개될 버전에서는 또 많은 것들이 바뀌거나 추가될 수 있습니다. 또 이번 체험기에서는 개발 도중인 빌드에서 보일 수 있는, 수정이 필요한 요소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PC 리듬 게임을 즐기는 유저 분들은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셔도 된다는 겁니다. 특히 수록곡의 면면과 패턴 퀄리티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이죠. 저도 즐거운 기억을 갖고 다음 공개 또는 얼리액세스 출시 등 새로운 소식을 기다려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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