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 크리에이츠의 '카드 앙 시엘'의 한국어 번역판이 지난 해 출시됐다.
카드 앙 시엘은 300가지 이상의 카드를 조합해 나만의 덱을 조합해 전투하는 덱 빌딩형 로그라이트 카드 배틀 RPG이다.
플레이어는 인터넷을 둘러싼 사건을 해결하는 게이밍 의자 탐정 '네온'이 돼 현재 개발 중인 풀다이브 게임에 다른 게임의 캐릭터가 나타나는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전투를 통해 다른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나만의 전략으로 덱을 짜 보스에 도전할 수 있다.
특히 이 게임은 카드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깊이 있는 전략 시스템을 통한 덱 빌딩 시스템을 제공하면서도 매판 다른 경험할 수 있도록 로그라이트 요소를 더했다. 여기에 화려한 그래픽으로 제작된 전투 시스템으로 턴제 전투와 카드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이 게임만의 매력을 선보였다.
카드 게임 마니아일수록 재미있는 게임
사실 카드 앙 시엘이 덱 빌딩 게임일 때부터 이 게임에 진입장벽이 꽤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게임은 생각보다도 진입장벽이 더 높은 편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튜토리얼이 있다고해도 '제외', '드로우 무브', '어택 무브' 등 점차 개념이 확장되고 조건이 추가될수록 이를 익히는데 시간을 꽤나 요구하는 편이었다.
'유희왕' 애니메이션에서 A 카드를 무덤으로 보내고 드로우를 진행해 B 카드의 공격력을 올리고, C 카드를 소환해 코스트의 회복과 B 카드에 추가 버프를 넣고 강력한 공격을 하는 장면을 보고 룰을 다 아는 사람은 “저 사람 카드 전략 잘 짰다”라고 생각한다. 반면 룰을 잘 모르는 사람은 그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그 장면을 봐도 그냥 강한 기술을 쓰는구나 하고 감흥 없이 넘어가는데 이 게임이 딱 전형적으로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여러 카드 게임을 하고 어느 정도 룰을 익힌 사람에게는 게임의 깊이와 전략을 짜는 재미가 잘 보이겠지만 카드 게임의 룰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은 개념 공부만으로도 꽤 긴 시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카드 게임이 턴이 지날수록 사용할 수 있는 코스트가 증가(턴에 따라 자동 증가하거나 코스트 재화를 획득하는 자원 카드 배치 등으로)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최대 3코스트로 고정된다. 한 턴에 최대한 많은 공격을 입히기 위해서는 덱에 무조건 강력한 대미지 카드 또는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브레이크 카드만 넣기 보다는 적절하게 코스트 회복과 드로우, 조건에 따라 코스트가 감소하는 카드와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울러 이 게임은 전투 맵 이동을 위해서는 카드를 소모해야 하는데 카드마다 이동 방향이 정해져 있어 대미지 피해 리스크가 크지 않은 초반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대미지 피해 리스크가 커질수록 이동 방향 또한 중요해져 이를 고려한 덱 고려의 중요성도 점차 높아졌다.
물론 본인이 좋아하는 전략이 있겠지만 매 판 랜덤으로 획득하는 카드가 달라 덱 콘셉트의 중심이 되는 레어 카드가 달라져 매번 다른 플레이 양상의 덱이 완성되는 것도 이 게임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운 좋게 덱만 잘 구성한다면 나만 때릴 수 있는 전투
카드 앙 시엘의 전투는 당연하게도 이동, 공격, 무력화 피해 등 모든 요소를 카드를 사용하거나 소모해야지만 가능하다.
카드 앙 시엘 전투의 진행은 TCG와 유사하지만 액션은 일반적인 턴제 전략 RPG처럼 구성해 전투 이펙트는 꽤나 괜찮은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개발사의 다른 게임이 명품 도트를 선보였던 만큼 도트 그래픽을 기대했지만 2D 그래픽으로 제작한 전투 그래픽도 제작을 잘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연출은 덱 운영에 영향을 주는 버프나 디버프를 주는 디바의 이미지를 바탕에 깔아 강조한 연출이었다.
턴제 전투의 특징이 나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위치에서 적절하게 공격을 넣고 상대의 공격 턴에는 피할 수 있는 위치로 빠지는 히트앤런 전략이다. 이 게임은 주어진 코스트를 다 소모하더라도 추가 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차 공격 후의 전투 전략이 더 중요했다.
당연히 코스트를 다시 회복해서 2차 공격을 준비할 수도 있고 브레이크로 적의 공격을 봉쇄할 수도 있으며 적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 이동할 수도 있기에 덱만 잘 짠다면 턴제 전투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나만 패고 끝내는 전투도 가능했다.
이 외에도 카드 앙 시엘은 기본적인 전투는 턴제 시스템이지만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게 [액션] 키워드를 사용하면 리듬에 맞춰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역공할 수 있는 실시간 전투 요소가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카드 앙 시엘은 게임의 방식은 전형적인 TCG이지만 전투 장면을 단순히 카드가 어택하는 것이 아닌 턴제 RPG의 전투 그래픽으로 구현해 두개 장르의 재미를 더한 게임이었다.
다만 전투 플레이가 정통 TCG 룰을 따르는 만큼 게임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어서 단순히 카드를 쓰는 턴제 RPG를 생각하고 게임에 접근하면 게임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TCG를 좋아하지만 카드로 공격하는 일반적인 TCG보다 화려한 전투를 원하는 유저에게는 정말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같은 던전에 도전해도 매번 같은 덱으로 전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덱을 구성해야 돼 매번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매번 다른 콘셉트로 덱을 짜야해 다양한 카드에 대한 이해도가 요구되고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덱을 찾아가는 과정이 꽤나 험난할 것 같지만 TCG 팬들 입장에서는 이게 일상이기 때문에 여러 시행 착오를 거쳐 실험하는 과정을 즐긴다면 재미있는 모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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