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4]세계 유일, '바람의 나라' 복원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등록일 2014년05월28일 01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의 대표작 '바람의나라'가 1996년 서비스 초기 버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7일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4(NDC14)의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 세션에서는 NXCL의 대표인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과 저스트나인 이효진 이사 그리고 배정현 이사가 나와 바람의나라의 복원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바람의나라는 1996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서비스되는 세계 최장수 상용화 MMORPG로, 2011년 기네스 기록에도 오른 게임이다. 때문에 서비스 초기의 모습을 되찾는 복원 프로젝트는 넥슨에게 뿐만 아니라 국내, 전세계 게임사에 있어서도 의미가 컸다.

바람의 나라 복원 작업은 2013년부터 진행된 넥슨컴퓨터박물관 개관 프로젝트로 이를 위해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정상원 넥슨 부사장을 포함한 바람의 나라 초기 개발자 7명과 바람의나라의 원작 만화가 김진 등 바람의 나라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효진 이사는 "본래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 최초 목표는 1996년 4월 서비스 개시의 모습 그대로를 구현하는 것이었다"라며, "그러나 곧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 막상 자료수집을 하기 위해 살펴보니 1996년 당시 바람의나라의 소스코드, 실행파일, 관련 문서조차 없었다. 개발자들의 기억에 의존해야했는데 그마저도 너무나 오랜 세월이 지나 희미했으며 서로 기억이 엇갈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완전한 초기 버전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가장 오래된 자료인 1998년과 1999년 소스를 활용하여 역으로 개발, 1996년 당시의 바람의 나라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하도록 프로젝트 노선을 변경하게 됐다. 개인적인 백업CD는 물론 당시 출시되었던 게임잡지나 공략집 등을 자료로 적극 활용하게 되었고 이에 대해 이효진 이사는 "이전 바람의 나라 자료를 찾기 위해 학창시절에도 가지 않던 도서관에 가보았다"라며 복원 작업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또한 서로 다른 년도의 서버와 클라이언트 구조가 각각 다른 탓에, 이를 연결하는 것에 문제가 생겨 이를 조정해야만 했고 당시에는 클라이언트로 제공되지 않고 서버에서 불러왔던 맵파일과 같은 그래픽 리소스를 1996년 버전에 맞게 구현하기 위해 1998년, 99년 파일을 재조합하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갖은 난관 끝에 마침내 '바람의나라 1996'은 초창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은 지금처럼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NPC에게 직접 명령어를 입력해 퀘스트를 받으며 게임을 진행하는 머드텍스트게임에 가까웠고 이를 완벽히 재현해냈다. 이에 더해 서비스 당시 '네임드 유저'의 ID를 게임 속에 추가해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는 등 바람의나라에 대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었다.

현재, 바람의 나라 공식홈페이지 및 넥슨컴퓨터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바람의나라 1996'의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일반 유저들도 바람의 나라 1996년 버전을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하며 추억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실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는 박물관에 보관, 전시되고 관람객들이 전시장에서 체험할 수 있게끔 계획되었던 프로젝트였다. 최윤아 관장은 "온라인게임을 복원하는 데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지금의 형태(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운로드 형태)로 변경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방식인 온라인게임의 본래 취지를 고려한 결과다.


이어서 "우리는 모든 것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기반 자료는 아날로그 자료에 비해 더 뛰어난 점이 많지만 영구적이지 않고 손실이 쉽다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디지털 자료의 아카이빙(archiving, 데이터보관)은 특히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디지털 자료의 한계를 설명하며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윤아 관장은 '페르시아의 왕자'나 '머드1' 등 이전에도 여러 차례 게임에 대한 기록, 보존, 복원과 같은 아카이빙 작업이 이루어진 것을 소개했지만 현재까지도 상용화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을 복원한 사례는 바람의나라가 유일하다며 그 의의가 크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을 개발한 국가이며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IT강국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에 비하면 디지털 아카이빙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바람의 나라 복원프로젝트 성공 하나만으로 이 같은 디지털 아카이빙이 활발하게 이뤄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온라인게임의 역사보존과 연구를 바탕으로 미래를 잇는 다리를 계속 만들어가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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