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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생 게임개발 꿈 짓밟는 게임산업법... 게임위, 학생들 연습작품 불법 규정 '배포 차단'

'게임개발 꿈나무'들 억압하는 게임산업법, 플래시 게임 하나에도 등급분류 수수료 5만 원 '훌쩍'

등록일 2019년02월26일 1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어린 학생들이 자작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사이트인 주전자닷컴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 규정 위반을 이유로 오는 2월 부로 자작 게임 콘텐츠 서비스를 종료한다. 국내에서 게임을 만들고 이를 배급하는 경우 게임위로부터 등급 분류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나 관련 법령이 현실과 맞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주전자닷컴은 지난 2월 20일, 사이트 공지사항을 통해 자작 게임 콘텐츠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밝혔다. 주전자닷컴은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작 게임 콘텐츠 탭에는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개발자의 창의력을 엿볼 수 있는 플래시 게임들이 주로 올라오고 있었다. 주전자닷컴의 운영자는 공지사항을 통해 게임위로부터 자작게임물 서비스 금지 통보를 받았으며, 사이트 강제 차단 조치를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비영리 목적 게임에 대한 예외 항목 없는 게임산업법, 게임 꿈나무들 짓밟는다

 



 

주전자닷컴의 자작 게임들이 서비스 금지 통보를 받은 것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게임물을 제작하거나 배급하기 이전에 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해당 법률에서는 게임대회 및 전시회를 목적으로 제작되는 게임과 공익적 홍보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게임 개발 과정에서의 테스트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에 대해 등급 분류 예외 규정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번 주전자닷컴의 사례처럼 비영리적인 목적을 지닌 게임들도 예외 없이 등급분류를 받아야 해 법이 정한 등급 분류의 대상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비영리적 목적의 게임에 대한 예외 규정이 부족하다
 

특히 주전자닷컴에 게임을 등록하는 개발자들의 경우 영리적인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코딩 교육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운 내용을 학습하기 위한 결과물들을 올리는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인 만큼 '게임산업진흥법'이 오히려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주전자닷컴 측 관계자는 "최근 코딩 교육이 유행하면서 이를 배운 학생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올리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이 발생해 당황스럽다"라며 "학생들이 촬영한 영화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플래시 게임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려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전자닷컴에서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을 공유하고 게임 업계 인재로서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도 많다"라며 "과거에는 공청회를 통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공문을 배포한 뒤 갑작스럽게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간단한 게임 하나에도 등급분류 수수료 5만 원 넘어, 현실과 맞지 않는 수수료 제도

 



 

법을 준수하기 위해 '게임 꿈나무'들이 정식 심의 과정을 거쳐 합법적인 게임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게임법 제41조제2항에 의거, 등급분류를 신청할 경우 위원회가 정한 등급분류 수수료 조견표에 따라 수수료를 납부하여야 하지만 해당 조견표에 따라 개인이 게임의 등급분류를 진행할 경우 최소 2만 원부터 최대 백만 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심의수수료 조견표에서는 게임의 용량에 따라 기초가액을 정하고 있다. 플래시 및 다운로드 게임의 경우 10MB 미만의 게임은 3만 원, 10 ~ 100MB의 게임은 4만 원, 100 ~ 300MB 게임의 경우 8만 원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네트워크 포함 여부에 따라 최대 1.5배의 '이용형태 계수'가 부여되며 장르에 따라서도 RPG의 경우 4배, 대전이나 리듬 등 캐주얼 액션 게임의 경우 2배의 '장르별 계수'가 붙는다.

 

만약 개발자가 단순한 그래픽의 레이싱 게임을 플래시로 만들어 배포하고자 하는 경우, 2만 8천 원 상당의 수수료를 등급분류 과정에서 지불해야 한다. 해당 예상 심의수수료의 경우 100MB미만의 게임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게임의 용량이 커질수록 금액 역시 증가하게 된다. 개인 제작 게임물에 대해서는 심의수수료의 30%를 감면해 주지만, 어린 학생들이 코딩 교육 과정에서 연습삼아 만든 작품의 심의비용으로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

 

수수료 피해 모바일로... PC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 부재

 



 

결국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1인 개발자 및 게임 개발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대안은 구글 플레이 등의 모바일 오픈마켓이다.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모바일 오픈마켓으로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 자율 심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작은 게임 하나라도 PC로 낼 경우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모바일로 자신들의 게임을 배포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신작들이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되면서 '쯔구르'로 대표되는 PC 게임 제작 툴을 활용한 독특한 작품들이 국내에서 출시되는 사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PC 대표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는 '쯔구르'를 활용해 제작된 '투더문'이나 '마녀의 집' 등의 해외 인디 게임들이 유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소규모 개발자들의 성공 신화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게임산업법의 맹점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1인 개발자 및 소규모 개발팀이 PC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작품을 개발하고 배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임위 "등급분류 수수료는 형평성 있다", 게임산업법 대안에 대해서는 '무응답'

 


 

게임 산업의 진흥을 위해 마련된 게임산업법이 오히려 '게임 꿈나무'들의 도전 기회를 박탈하는 현 상황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게임포커스는 게임위에게 게임산업법의 맹점과 이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게임위는 기존 법률 시행령에 의거해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한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한 학생들이 지불하기에는 현재의 수수료가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게임위측은 등급분류 수수료는 법률 및 징수 대상에 따라 형평성 있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수료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게임위 측은 개인 개발자에 대해서는 부담액을 30% 감면해 준다는 내용을 밝혔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어린 학생들이 연습삼아 만든 작품에도 크게는 5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게임위 측이 주장한 '형평성'이 실정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과 동떨어진 게임산업법, 게임 산업 진흥 위해 개정 필요하다

 



 

한편, 개인 개발자 및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플래시 게임의 서비스 중단 요청을 받은 것은 주전자닷컴 뿐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 측에 따르면, 최근 개인이 개발하거나 해외의 플래시 게임을 서비스하는 사이트들에게 공문이 일제히 발송되었으며 이에 따라 '플래시 365'나 '쥬니버' 등의 플래시 게임 사이트들이 2월 중 플래시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게임위 측은 이에 대해 시정공문을 통해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자작 플래시 게임들의 위법성을 사전에 공지하였으며, 위법사항을 제거한 사이트에 대해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플래시 사이트를 운영하는 운영자들은 이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플래시게임 업계관계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게임까지 규제를 적용해야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라며 "지금 자작 게임을 만드는 아이들이 미래에는 게임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만큼,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주전자닷컴 운영자는 지난 25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자작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는 데에 대한 안타까움과 '게임 꿈나무'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사이트를 오랜기간 운영해오면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만들고 공부하며 무언가를 완성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라며 "여러분들의 작품은 대단하다. 창작의 의욕을 잃지 말고 한걸음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 마련된 게임산업법이 현실과 맞지 않는 구시대적 규정으로 미래의 게임사업을 책임질 어린 학생들의 창작 욕구를 꺾고 있어 이에 대한 관계기관의 대책 및 사고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백인석 기자 (quazina@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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