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30일 개봉 예정 '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의 시대를 목도하라

등록일 2019년10월16일 09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본에서 먼저 공개되어 이미 관객 1000만명을 넘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가 마침내 10월 30일 국내 정식 개봉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바야흐로 시대의 감독이다. 일본에서 관객을 가장 많이 동원하는 감독, 신작이 나오면 아카데미 후보로 거론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독, 그의 신작을 확보하기 위한 영화수입사들의 경쟁이 뜨겁게 벌어지는 감독.
 
그의 신작 '날씨의 아이'( (Weathering With You, 天気の子) 는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로 선정되어 아카데미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경쟁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한 '너의 이름은.'으로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팬도 많겠지만, 오래전 게임영상을 만들던 시절부터 단편 작품을 자주제작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팬도 많을 것이다. 게임영상 작업을 했기 때문일까(?) 그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목소리도 꽤 많다.
 


 
'별의 목소리',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 '초속5센티미터'에 '언어의 정원', 그리고 '너의 이름은.'까지. 신카이 감독이 보여준 작품들에는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이 변해온 감독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그가 트렌디한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너의 이름은.'으로 마니악한 인기를 넘어 대중적 인지도와 흥행 기록까지 갖게 된 그의 차기작 '날씨의 아이'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너의 이름은.'을 일본에서 일찌감치 보고 흥분했지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 너무 고통스러웠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국내 공개까지 꾹 참았다.
 
10월 초 개봉 예정이다가 개봉이 10월 30일로 밀리며 기다림이 예상보다 너무 길어지긴 했지만...
 


 
마침내 확인해 본 '날씨의 아이'(天気の子)는, 그저 신카이 감독에게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감상을 늘어놓기 전에 지난 몇개월 동안 국내 영화사 관계자들, 일본 비평가, 오타쿠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옮겨본다.
 
"일본 정부가 싫어할 영화 같다, 너무 진보적 메시지를 담았다" - 국내 영화 수입사 관계자
 
"신카이 감독이 아카데미를 제대로 노리는 것 같다" - 국내 배급사 관계자
 
"호소다 마모루의 안티테제" - 일본 영화평론사 마치야마 토모히로
 
"날씨의 아이를 보고 나도 힘내서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 일본 비평 블로거 Junk-weed
 
"비판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작가성을 강하게 드러낸 작품" - 일본 영화 전문 미디어 시네마플러스
 
"더 많은 비판이 나올 작품을 만들려 했다" - 신카이 마코토 감독
 
대체 신카이 감독은 어떤 영화를 만든 것인지, 보기 전에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 영화를 본 지금, 기자의 감상을 한줄로 줄이면 다음과 같다.
 
"이제 신카이 마코토에게 포스트XX 같은 표현은 필요없다. 신카이 마코토가 우리 시대의 대가, 거장, 작가이다"
 
스포일러 없이 감상을 정리해 보려 한다. '꼭 보시라'는 말을 길게 풀어썼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너무 크게 성공한 전작, 차기작이 갖는 부담
잘 알려졌듯 신카이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은 일본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크게 성공했다. 그 직전까지 신카이 감독의 작품은 관객 10만을 동원하면 대박이라고 하던 한국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갖고있던 일본영화 흥행 기록을 10여년만에 갱신했다.
 
관객, 배급사의 기대는 전작 기준으로 형성될 수 밖에 없고 그 차기작인 '날씨의 아이'에는 당연히 매우 큰 기대가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영화계 관계자는 물론 팬들도 신카이 감독이 '너의 이름은.'의 후속작에서 모험을 하지 않고 무난한 선택을 할 것이다, 전작을 답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신카이 감독은 '날씨의 아이'에서 이런 기대와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 전작보다 더 큰 모험에 나서며 메시지성도 강해졌다. 이제 대중 흥행 감독의 길을 연 신카이 마코토가 차기작에서 좀 더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겠거니 했더니 메시지성이 강하게 드러낸 작가주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도 일반 관객이 재미를 느끼고 몰입될 수 있는 흥행 영화로서의 선도 잘 지켰다.
 
아카데미를 진지하게 노리는 것 같다는 평이 이해가 될 정도로 힘줘 만든 작품인데 재미도 포기하지 않은 작품이 '날씨의 아이'였다.
 
비판을 수용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전작 '너의 이름은.'으로 세계적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그만큼 비판도 많이 받았던 게 사실이다.
 
성적 묘사에 대한 것과 같은 '표현'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자연 재해를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거나 하는 '내용'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표현을 살펴보면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소재 상 전작보다는 좀 약하게 묘사되고 있고, 감독 나름대로 '이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생각을 드러낸 것 같다.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작에 비해 관련 비판이 (일본에서는) 덜 나오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영화 초반 성인 사이트(여성 대상 성 관련 구직 사이트) 광고가 흘러나와 아이들도 볼 영화에 이래도 되냐는 지적도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의 이름은.'에서 타키와 미츠하가 유복한 집에서 자란 것을 보여주고 여유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던 것에 비해, 빈곤한 청소년을 그리고 있는 '날씨의 아이'에서는 작품 내용과도 연관되어 필요한 표현이었다는 감독의 설명에 (영화를 보고 난 지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칭찬하는 목소리도 더 커졌지만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카이 감독은 특히 '재해를 없었던 것 취급해버렸다'는 비판에 충격을 받고 어느 정도 수용하는 입장이었다는데... '날씨의 아이'에서 그런 비판을 수용해 내린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날씨의 아이'는 건전하고 바른 캐릭터가 아닌 조금은 삐딱선을 딴 캐릭터들을 그리고 있는데, 이들이 그렇게 된 배경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진 않지만 청년 빈곤에 대해, 일본 사회의 현재가 갖고있는 청년들의 현실 문제를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다.
 
힘든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소년, 소녀는 어른들이 만든 망가져 버린 세계에, 세계를 바꿔볼 기회도 없이 태어나 버텨내야 한다. 그리고 세계는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더 망가져 가는데...
 
신카이 감독은 쉬운 길, 익숙한 길을 가지 않고 다른 결론을 내 버린다. 앞에서 조금 '음...' 싶던 설정, 전개, 캐릭터들이 이 결론 앞에서 빛을 발하며 하나하나 의미를 갖게 된다. 정말, 다시 한 번 적지만 거장의 솜씨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신카이 마코토의 평행이론
'너의 이름은.'의 대성공 후 '포스트 미야자키'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 대체 어떤 의미에서 '포스트'냐는 것부터 시작해 크게 의미가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지만 국내외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임엔 틀림없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메이저에서 활약하다 독립해 세계적 거장으로 우뚝 선 미야자키 하야오와 게임 작업으로 시작해 자주 제작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소수 마니아 층에게 사랑받아 온 신카이 마코토는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디즈니의 투자를 받고 세계의 미야자키 하야오로 처음 선보인 작품이 일본의 역사와 신화, 전통을 그린 '원령공주'였고 '원령공주'가 힘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줘서 만든 작품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카이 마코토가 '너의 이름은.'이나 이번 '날씨의 아이'에서도 일본의 전통, 문화'를 담았다는 점이나 '날씨의 아이'에 힘을 팍 줬다는 게 꽤 비슷한 흐름으로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신카이 마코토가 조금 힘을 빼고 차기작을 만든다면 신카이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나오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어른들이 망가뜨린 세계를 아이들이 수복해야 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은 이야기에서 배제했지만, 신카이 마코토는 '날씨의 아이'에서 어른들에게도 일말의 희망은 남겨두고 있다는 점도 언급해 두고 싶다.
 
이건 역시 애니메이션 업계 메이저에서 활약하던 진성 사회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 미야자키에 비해 게임 일부터 시작해 자주제작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마이너에서 활약해 온 신카이가 좀 더 현실주의자라고 해야할지...
 
여전히 더 큰 잠재력을 간직한 감독 ,신카이 마코토
'날씨의 아이'를 보고 가장 충격을 받은 포인트는, '너의 이름은.' 다음에 '날씨의 아이'를 보여준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여전히 매우 큰 잠재력을 느낀다는 점이다. '나우시카'를, '라퓨타'를, '원령공주'를 보여준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충격을 줬던 것처럼, 신카이 마코토가 다음 작품에서 더 큰 충격을 줄 걸작을 들고나와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말이다.
 
도발적인 메시지와 리얼리티를 담아내면서도 흥행성도 놓지 않은 작품, '날씨의 아이'는 한번에 신카이 마코토가 묘사한 도쿄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캐치하는 게 불가능한 작품이라 본다. 보고 또 보며 음미해보시기 바란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는 전작 '너의 이름은.'에 나왔던 주요 캐릭터가 총출동한다. 타키, 미츠하, 요츠바에 사야카와 텟시까지. 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Radwimps가 맡은 음악이 끝내주게 좋다. 사운드가 좋은 관에서 한번,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아름다운 하늘을 보기 위해 넓고 깔끔한 스크린에서 한번 본 다음 놓친 걸 체크해 찾아보는 감상을 한 번 더, 즉 세번 보자. 그 이상 봐도 좋다. 그럴 만한 영화다.
 
특히 메가박스 MX관 상영을 위해 수입사인 미디어캐슬에서 조정에 굉장히 공을 들였다고 하니, MX관에서 빗소리를 제대로 느끼며 감상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너의 이름은.'으로 내한한 신카이 감독과 만났을 때, 기자는 농담삼아 "이제는 우리들의 신카이 마코토가 아니라 세계의 신카이 마코토가 되었다"고 했는데(물론 신카이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그런 일은 없다고 답했다), 이제는 농담 빼고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대가가 탄생하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
 
* 신카이 감독은 '날씨의 아이'에서 작중 등장하는 소품, 배경, 장면들에 집요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고 상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봉 후 해설하는 기사를 작성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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