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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자동사냥'의 늪에 빠지다... 게임사들, '부작용' 알지만 대처 골머리

등록일 2020년07월16일 11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모바일 게임 시장은 '자동 사냥' 전과 후로 나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특성을 고려해 편의성을 극대화한 '자동 사냥'은 이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 못지 않게 '자동 사냥'으로 인한 문제들도 점차 드러나는 상황. 이에 게임사들은 '자동 사냥'과의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한번 도입한 시스템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모양이다.

 

'자동 사냥' 부분적 도입에서 완전 오토 플레이, 무접속 플레이로 진화

 

 

직접 조작해 재미를 느끼는 게임 특성상 게이머들과 게임사들에게 '자동 사냥'은 지양해야 하는 존재였다. 모바일 게임에 '자동 사냥'이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하더라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자동 사냥'이 들어간 게임을 게임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던 것 역시 이 때문. 그러나 게임을 직접 즐길 시간이 부족한 3040 직장인 게이머 층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핵심 소비자 층으로 올라서면서 게임사들 역시 더 많은 게이머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자동 사냥'의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초기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 사냥'은 특정한 사냥터에서 자동으로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조작 없이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PC 앱 플레이어의 도입 이후 복수의 게임을 즐기는 성향의 게이머가 늘어나고 직장인 게이머들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는 퀘스트 수락부터 보상 수령까지 게임의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원하는 횟수만큼 스테이지에 반복해서 도전하는 '반복 전투'가 도입되는 등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게임에 접속할 필요조차 없는 '무접속 플레이'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게임을 실행 중인 상황에서는 메신저나 통화 등 스마트폰의 다른 기능을 사용하기 힘든 게이머들의 환경을 고려해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강의 편의 기능을 도입한 것.

 

모바일 MMORPG '검은사막 모바일'을 서비스 중인 펄어비스는 2019년,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몬스터를 사냥하는 '무접속 플레이' 기능인 '흑정령 모드'를 업데이트했으며,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M'에서 '무접속 플레이'를 선보인다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빨라진 유저 성장과 콘텐츠 소모 속도, '자동 사냥'은 게임사 옭아매는 덫

 

'자동 사냥'의 도입 이후 소위 '토끼공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동 사냥'의 도입을 통해 게이머들의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자동 사냥'은 게임사를 옭아매는 덫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완전한 형태의 '자동 사냥'이 도입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24시간도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에 비해 유저들의 성장과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자동 사냥' 도입 이전의 모바일 게임이나 PC 온라인 게임에서는 아무리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기더라도 결국 게이머의 물리적 피로도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에 하루에 12시간 정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소위 코어 게이머 층의 수는 한정되는 것이 기존 게임의 자연스러운 유저 생태계였다. 게임사들 역시 소수의 코어 게이머 보다는 평균 게이머들에 기준을 맞추고 향후 업데이트 일정을 준비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자동 사냥'의 도입으로 물리적인 피로도가 없이 24시간도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와 달리 평균 게이머들의 성장과 콘텐츠 소모 속도가 높아지고 게임사의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를 따라잡기 버거워진 것이 모바일 게임의 현주소다. 플레이어의 성실함과 게임에 투자한 시간을 의미하던 '레벨'은 이제 게임 출시 이후의 기간에 따라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으며, 게임사가 오랜 시간 준비한 대규모 업데이트나 대형 이벤트 역시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고갈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완전한 '자동 사냥'의 도입으로 인해 라이트 게이머 층이 게임에 정착하는 것 역시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루에 두시간에서 세시간 정도 게임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거나 게임이 요구하는 콘텐츠를 전부 즐기는 일조차 버거워진 것. PC 앱플레이어를 이용할 수 있다면 부담이 덜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해 메신저나 통화 등의 다른 기능을 이용해야 하는 일반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자동 사냥' 기능을 도입한 게임의 진입장벽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최근에는 완전 자동 사냥 기능을 도입한 모바일 MMORPG나 일부 수집형 게임은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라며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은 업무에 사용해야 하고, 앱 플레이어를 구동할 수 있는 PC 환경도 여의치 않아 사실상 게임을 즐기기 위해 스마트폰을 하나 더 사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라고 말했다.

 

경험치 제한하고 수동 조작 장려해도… 이미 '자동 사냥'의 늪에 빠졌다

 

 

편의 기능을 위해 도입한 '자동 사냥'에 오히려 게임이 잠식되면서 게임사들은 속속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한번 경험한 편의성을 포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동 사냥'으로 빨라진 콘텐츠 소모 및 성장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게임사들이 내놓은 첫 번째 방안은 24시간 플레이에 맞춰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 '반복 전투' 기능을 지원하는 수집형 모바일 게임 '라스트 오리진'과 '카운터사이드'는 콘텐츠 소모 속도의 조절을 위해 스테이지 내 캐릭터 획득 확률을 낮추고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높였다. 이에 게임 내에서는 하루 종일 게임을 돌려야 캐릭터를 겨우 획득하거나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어 사실상 24시간 플레이가 강제되는 셈.

 

아예 '자동 사냥'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에 제한을 둬 플레이어의 성장 속도를 억제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월드'는 하루에 '자동 사냥 200회'까지만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해 플레이어의 성장 속도를 제한하고 있으며, 7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 역시 일일 경험치 획득량을 제한해 라이트 게이머와 코어 게이머의 성장 격차를 좁히겠다는 기획 의도를 전한 바 있다.

 

양쪽 모두 게이머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 아니다. 24시간 플레이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설계할 경우, 라이트 게이머 층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게임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며 하루에 획득 가능한 경험치 양을 제한하면 빠른 성장을 원하는 게이머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게임사들은 반복적인 성장 과정은 자동 플레이로, 보스 공략 등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는 수동으로 조작하도록 해 게임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이미 '자동 사냥'의 편의성에 눈을 뜬 게이머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모아이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 중인 모바일 MMORPG '트라하'는 장르 특유의 사냥과 성장하는 재미를 강조하고자 수동으로 게임을 조작할 경우 추가 경험치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모바일 디바이스 특성상 장시간 조작이 어려운 것은 물론, 게임이 요구하는 경험치에 비해 투자해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시스템적으로 아쉬운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많은 게임들이 레이드 등의 보스 콘텐츠에서는 수동 조작을 권장하는 "조작하는 재미"를 내세우고 있지만,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스펙을 높여 '자동 전투'로도 보스를 클리어할 수 있는 소위 '자동 스펙'을 연구해 콘텐츠를 소모하는 상황. '자동 사냥'을 통해 게이머들을 끌어 모으던 게임사들이 이제는 오히려 '자동 사냥'이라는 늪에 빠진 것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현주소다.

 

받아들이거나 부정하거나, '자동 사냥'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직접 조작하지 않는 것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의 주된 생각은 "이걸 어떻게 직접 조작하느냐"로 바뀌었다. 게이머들이 점차 더 많은 영역에서 '자동 사냥'을 원할수록 콘텐츠를 기획하는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방법은 결국 두가지다. '자동 사냥'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마르지 않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

 

특히 최근에는 '자동 사냥'이 주는 편의 기능을 게임 내 수익모델과 연결시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조이시티가 서비스 중인 방치형 게임 '히어로볼Z'는 영웅의 자동 획득 및 합성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월 정액 상품을 구매하거나 인 앱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히어로볼Z'에서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는 자동 기능이 꼭 필요한 만큼 '자동 사냥'을 수익 모델과 연결시킨 영리한 해결법이 될 수 있다.

 

어차피 자동으로 게임이 진행된다면 결과만 남기고 과정을 생략하는 방법도 있다. 소위 '소탕권'이라 부르는 스킵(SKIP) 기능도 '자동 사냥'에 대항해 게임사가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서비스 중인 모바일 수집형 RPG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는 '소탕권' 시스템을 적용해 24시간 게임을 실행해야하는 부담감으로부터 게이머를 해방시킨 바 있다. 웹젠의 '뮤 오리진2' 역시 전날 완료하지 못한 콘텐츠를 유료 재화를 사용해 한번에 클리어할 수 있도록 해 라이트 게이머와 코어 게이머 간의 플레이 타임 격차를 좁히는 방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자동 사냥'이 MMORPG 장르를 비롯한 모바일 게임의 표준이 되면서 기존의 게임 콘텐츠 기획 방식으로는 게이머들의 성장 및 콘텐츠 소모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게임사가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고 플레이어가 이를 일방적으로 소모하는 기존의 이벤트 및 업데이트 진행 방식도 점차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플레이어간의 대전인 PvP 콘텐츠는 게임사가 만든 놀이터에서 이용자들이 서로 즐길 거리를 만들어 나가는 만큼 '자동 사냥'으로도 쉽게 소모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이 완전한 수준의 '자동 사냥'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콘텐츠가 쉽게 고갈되지 않는 것 역시 PvP 콘텐츠 중심의 게임 설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환경에 맞춰 게이머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자동 사냥'은 이제 모바일 게임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모바일 MMORPG나 수집형 게임 장르에서는 게이머들의 물리적인 피로도가 사라져 게임사가 유저의 성장 및 콘텐츠 소모 속도를 따라잡기 벅찬 것이 국내 게임 시장의 현주소. 게임사들 역시 '자동 사냥'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모바일 게임의 '자동 사냥'이 또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백인석 기자 (quazina@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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