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갱신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편극광' 이벤트가 최근 종료됐다. 이와 함께 '혼합 세력 포획' 시스템이 업데이트 되었고, 이어 3월 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내 서비스 1,000일을 맞이했다.
서비스 1,000일이라면 마땅히 축제 분위기여야 하지만 실상은 장례식에 가깝다. 이미 불평불만이 오래 전부터 쌓여온 상태에서 '편극광' 이벤트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수많은 유저들이 수년 동안 기다렸던 일명 '철혈 포획(혼합 세력 포획)'은 게임의 정체성을 저버린 시스템으로 등장해 실망감을 줬다. 물론 신규 보이스 추가나 신규 마인드 맵 개조 등 기다렸던 소식도 함께 들려왔지만, 불타오르는 유저들의 '민심'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우선 '편극광'에 대한 소회를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직접적으로 '편극광'을 한 줄로 요약하면 '미완성'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이 정상 참작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형 이벤트랍시고 업데이트 된 이벤트가 다음 스토리의 예고편 수준이라면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것은 스토리다. 후반부 5챕터 전까지만 하더라도 404소대와 AR 소대 외에도 그동안 언급됐던 각종 소대들이 모두 등장하며 활약해 몰입감을 높였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지휘관과 정규군의 대립이 클라이막스로 흘러가면서 비장함도 살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몇 가지의 의문점에 대한 추측만 가능했을 뿐, 전체적인 스토리는 별로 진전되지 않았다. 이 '스토리가 별로 진전되지 않았다'는 표현은 기자가 그동안 '소녀전선'의 이벤트 체험기를 작성하면서 매번 썼던 것 같다.
사실 이제 기자에게 있어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이유는 전술 인형 100% 수집이나 요정 육성, 화력지원소대 육성이 아니라 '스토리의 끝을 보고 싶다'가 된 지 오래다. 미친듯이 '거지런'을 돌며 랭킹전 인 10%, 인 5%에 도전하던 것도 예전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마치 비정기적으로 연재되는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는 기분이다.
'편극광' 이후 새로이 추가된 시스템 '혼합 세력 포획'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것 치고는 완성도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서약이나 부관 설정 등은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트북에 실렸던 철혈 개별 일러스트도 활용되지 않은 채 SD로 떼워졌다.
또 별다른 스토리적인 개연성도 없이 등장해 아쉬움을 남겼다. '철혈'이 와해 이후 '그리폰'에 합류하게 되는 과정은 매우 짧게 요약됐다.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적으로 독특하거나 기존 시스템과 잘 어우러지지 않고, 오히려 복잡함과 진입장벽만 가중시켰다.
이번에 '혼합 세력 포획'을 위해 새로이 추가된 재화만 기본으로 채워지는 펄스를 제외하고도 8종이나 되고, 철혈 유닛들은 XL부터 XS까지 사이즈로 지나치게 세분화 됐다. '화력지원소대'가 추가되었을 때도 느꼈지만 '적응하면 괜찮다'는 식의 비직관적인 시스템은 독이 될 뿐이다.
보스급 철혈은 과금을 하지 않는 한 로테이션 기간 내에 얻기 어려울 뿐더러, 향후 획득하지 못한 타 세력의 캐릭터가 성능 때문에 랭킹전에서 필수로 자리한다는 최악의 상황도 상정해볼 수 있다. 한 차례 펄스 충전 시간이 줄어들고 보스 로테이션도 1기로 줄어들긴 했지만, '가챠'가 아닌 수집형 게임으로 분류되는 '소녀전선'의 정체성만 혼란스러워 졌을 뿐이다.
이렇게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소녀전선'에 대한 애정이 아직까지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편극광'이 시작하기 전부터 다소 시들해지긴 했지만 오픈 당일부터 지금까지도 꾸준히 플레이 하고 있다. 신작이 수없이 출시되는, 빠르게 돌아가는 게임업계에 몸을 담고 있음에도 다른 게임에 완전히 옮겨가거나 정착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주위에서 '아직도 그 게임을 하고 있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줄 때도 마찬가지였고, '난류연속'이나 '특이점' 같은 '타노스' 이벤트도 체험기를 통해 불평 불만을 내비치긴 했지만 어쨌거나 계속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마냥 희망찬 눈길로 게임을 바라볼 수가 없게 된 것 같다.
'편극광'에 랭킹전에 참여한 유저 수가 커뮤니티의 비공식 집계 기준으로 약 2만 명이다. 랭킹전에 학을 뗀 유저도 있을 테니 대략 2만 명에서 2만 5천명 정도의 실제 플레이 유저가 있다고 가정하면, 초창기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소녀전선'을 플레이 하는 유저층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게임은 대체제를 찾기 매우 쉽다.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미소녀 중심의 게임들이 서비스 중이고, 계속해서 새로이 등장할 것이다. '소녀전선'만의 특별한 재미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지만, 근래 들어 '소녀전선'을 플레이 해야하는 이유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나 '혼합 세력 포획'의 구성이나 최근 이슈가 됐던 '시조요정' 패키지 판매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차라리 '지갑'을 자연스럽게 열도록 높은 완성도의 스킨을 꾸준히 내놓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필살기'로 여겨졌던 '혼합 세력 포획'과 대형 이벤트를 이렇게 조악한 완성도로 내놓지 말았어야 했다.
지난 2주년 당시 썼던 칼럼에서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행보가 '달구지' 같다고 표현 했었다. 퍼블리셔는 분명 상대적으로 노력 하고 있는게 보이지만, 개발사인 미카팀의 기조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별다른 큰 문제 없이 포장된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듯한 기분은 과연 언제쯤 느껴볼 수 있을까?
유저들이 왜 '소녀전선'을 게임이라 하지 않고 '앱' 또는 '코드 덩어리'라 자조하는지, 그리고 왜 미카팀의 행보를 두고 '게임 개발 동아리'라고 부르는지 알 법도 하지만 여전히 달라질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겪고 봐왔던 불평불만을 말하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다. 이제는 그 확고한 '월클병'과 고집은 언제쯤 고쳐질지 궁금할 뿐이다.
제목에서는 위기가 시작되었다 했지만,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최근 일련의 반응이나 업데이트 내용을 두고 직접적으로 '위기'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걱정이 그저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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