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저 평점 0.3점을 남긴 '디비전 2', 워싱턴 D.C.와 뉴욕을 뒤로하며

등록일 2020년04월16일 09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보다 낮은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을 기록해 많은 관심(?)을 받은 게임이 있다. 다름 아닌 '디비전 2'다. 정확히는 '디비전 2'의 확장팩 '뉴욕의 지배자'가 유저 평점 0.3의 희생양(?)이 됐다.

 

사실 '메타크리틱'의 점수는 썩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많은 곳에서 인용되어 쓰이긴 하지만, 완전히 맹신하기에는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갖는 특수성과 변화무쌍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저 평점의 경우 본래 의도와는 상관 없이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감정풀이로 변질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실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뉴욕의 지배자'가 받은 0.3점이라는 점수는 게임 자체에 대한 점수 뿐만 아니라 매시브, 유비소프트를 향해 유저들이 내린 점수와 평가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러한 평점 하락은 그동안 쌓여온 불만의 표출이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매시브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디비전 1' 당시부터 버그를 사용한 유저들을 적극적으로 또 강하게 제재하지 않았고, 항상 유저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해 왔다. 물론 잠깐이나마 괜찮은 시기도 있었지만, 마치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각종 사건사고와 불만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현재에 이르고 말았다.

 

물론 버그 악용을 정당화 하고자 함은 아니다. 대다수의 게임사들은 버그를 악용할 경우 약관과 내규에 따른 제재를 가하고 있고, 이는 결국 '악용'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신중런' 같은 행위는 게임의 근간을 뒤흔든 치명적인 버그 악용이었다.

 



 

다만 유저들의 이러한 태도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밴을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유저 평점을 깎거나, 포기하고 게임을 떠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그동안 쌓인 불만의 표출이자 매시브를 향한 조롱의 메시지이다. 유저들이 왜 '글리치' 버그를 사용하면서까지 파밍을 하고 SHD 레벨을 올리려고 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특히나 매시브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개발 철학과 신념이 분명 유저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수많은 유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본 '스테이트 오브 더 게임'과 SNS에서만큼은 더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했다.

 



 

또 패치 내용도 더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했어야 했다. 많은 유저들이 고난이도를 공략하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 '여우의 기도'나 '청부업자의 장갑', '클래식 M1A', '집중' 탤런트, '성전사 방패'가 왜 일찌감치 공식 방송에서 언급돼 유저들이 벌써부터 불안에 떨어야 하는지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살펴보고 있다'는 말은 결국 과거 늘 그랬듯이 유독 성능이 뛰어난 아이템과 탤런트를 너프하겠다는 말 아닌가. 이는 지금 '디비전 2'를 둘러싼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는 미봉책이며, 개발력과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에 불과하다.

 

버그 악용으로 대한 대규모 제재 및 롤백 이전에 게임을 조금 더 잘 다듬고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팬심 섞인 생각도 여전히 든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같은 말장난 같지만, 만약 이번 '글리치' 버그 사건 이전에 '뉴욕의 지배자' 확장팩이 사람들의 바람대로 완성도가 높았다면 플레이어들이 너나 할것 없이 '글리치' 버그를 사용했을까? 물론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보다는 그 숫자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이기 이전에 이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불합리하고 높은 난이도, '기어 2.0'이란 이름으로 개편됐지만 오히려 다양성이 죽은 아이템 빌드, 파훼법으로 찾아낸 아이템에 대한 지속적인 너프, 커뮤니티가 전부가 아니라며 자신들의 게임을 플레이 해주는 유저들을 부정하는 발언, 심지어 대규모 밴 웨이브 이후 몇몇 유저들이 체감할 정도로 내린 아이템 드랍율까지 매시브가 보여주는 모든 행보가 너무나도 아쉽기만 하다.

 

'디비전' 시리즈는 유독 골수 팬들이 많다. 현대 배경의 택티컬 파밍슈터라는 독보적인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 또한 이러한 게임의 매력 때문에 1편과 2편 누적으로 천 시간 이상을 플레이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솔직히 말해서 '디비전' 시리즈를 다시 플레이 하게 될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확장팩 발매 전에도 그랬고 발매 후에도 결국 돌아오기는 했지만 지금은 재차 떠나는 입장이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디비전 2'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 사고들이 단순히 한 게임에서 일어난 해프닝에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와 '디비전 2' 유저 평점 하락의 공통적인 이유는 게임, 그리고 그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게임사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 표출이다.

 

자신의 의견을 직접 커뮤니티에 게재할 정도로 열성적인 코어 팬 유저들마저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그 누가 게임에 남아있을 것이며 지속적인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겠는가? 하다 못해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에 대한 크게 불만이 일자 환불을 진행하며 불을 끄려는 시늉이라도 했다.

 

몇몇 유저들이 '디비전 1'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미처 게임을 떠나지 못하는 유저들의 한과 아쉬움이 섞인 비극처럼 보인다. '디비전 2'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이번 사건은 왜 팬덤의 목소리가 중요한지,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피드백과 의견들이 (모든 의견이 다 옳지 않은 것은 둘째 치더라도) 무시되어서는 안되는지 배울 수 있는 반면교사가 될만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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