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전세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2020년 상반기도 어느새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세계인의 외부활동이 뜸해지면서 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비대면 접촉으로 진행되고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가 문화로 각광받으면서 2020년 상반기 국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치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 기존의 게임 개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유독 신작의 수가 적었다. 이에 기존 흥행작들이 순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등 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게임들이 주춤한 틈을 타 국산 모바일 게임들이 다시금 차트 상위권을 되찾은 것.
기세를 몰아 국내 게임사들은 제2의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리니지M'을 필두로 시작된 PC 온라인 게임 IP의 모바일 이식은 그대로이지만, 단순히 게임의 이름만을 따오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핵심 콘텐츠와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한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모바일 게임들이 앞다투어 출시를 예고한 것. PC 원작의 고유한 재미를 살린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나 웹젠의 '뮤 아크엔젤'이 앞서 출시되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며, 하반기에도 원작을 계승한 모바일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다.
'명일방주', 'AFK 아레나' 등 중국 게임 강세 여전했던 겨울, 코로나19가 판도 바꿨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20년 1월과 2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여전히 중국 게임사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요스타가 1월 16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디펜스 RPG '명일방주'는 출시 첫 주에만 양대 앱 마켓 최고 매출 순위 TOP10에 이름을 올렸으며, 릴리스 게임즈가 2월 12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방치형 RPG 'AFK 아레나' 역시 TOP5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장기 흥행에 돌입한 상황이다.
'명일방주'는 중국의 개발사 하이포그리프가 개발하고 요스타가 국내에 서비스 중인 게임으로, 자원을 두고 각기 다른 세력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어반 판타지물이다. 기존의 모바일 게임과 달리 완성도 높은 스테이지로 게임을 구성하고 게임 내 시스템을 학습하고 응용하는 재미를 극대화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비슷한 세계관의 어반 판타지물을 지향하는 넥슨의 '카운터사이드'가 경쟁작으로 꼽혔지만, 출시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에는 고전하는 모양새다. 단, '명일방주' 역시 중국에서 한차례 지적되었던 느린 업데이트 속도와 콘텐츠 부족 문제가 국내에서도 그대로 제기되고 있어 향후 장기 흥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로 한차례 흥행작을 선보였던 릴리스 게임즈의 신작 'AFK 아레나' 역시 잘 만들어진 BM과 중독성 높은 콘텐츠로 최고 매출 순위 TOP5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게임은 방치형 게임의 기본 틀에 수집형 RPG 특유의 캐릭터 육성 요소를 더해 짧은 시간 접속해 자주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여기에 기간 한정으로 제공하는 특가 상품이나 다양한 VIP 정책 등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게임 내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BM을 통해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예년처럼 중국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고 국내 게임사들이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던 경직된 분위기에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다름아닌 코로나19였다. 2월 말을 기점으로 코로나19의 여파가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질병 확산의 근원지인 중국 내부에 위치한 게임사들의 업무가 다소 지연된 틈을 타 국내 게임사들이 반격에 나선 것.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 한달이 지난 4월 중순에는 TOP10 중 국산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3월부터 4월까지는 신작보다는 기존 흥행작들의 역주행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넥슨이 2019년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MMORPG 'V4'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가 본격화된 기간 동안 온라인 생방송으로 유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을 보여 'AFK 아레나'를 누르고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3위로 다시 올라선 바 있다. 여기에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역시 작년 여름의 논란을 딛고 다시금 매출 순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역주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뮤 아크엔젤' 등 오리지널리티 살린 모바일 게임의 공세 본격화
중국 게임사들이 주춤한 틈을 타 안방을 되찾은 국내 게임사들의 전략은 '오리지널리티'다. 그동안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리니지M'의 기록적인 흥행을 목격한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과거 인기있었던 PC 온라인 게임 IP를 모바일 플랫폼에 이식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검은사막'부터 '테라', '로한' 등 대부분의 PC 게임 IP가 모바일로 이식되었지만, 원작의 인기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게임의 이름이나 캐릭터 만을 가져다 사용해 아쉬운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게이머들의 동향을 포착한 국내 게임사들이 원작의 이름만이 아닌 핵심 콘텐츠와 시스템을 그대로 모바일 플랫폼에 가져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정식 서비스 이후 캐주얼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인 성적을 보이며 흥행 질주 중인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원작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의 핵심 시스템은 '드리프트'를 완벽하게 구현했으며, 인기 트랙과 카트 바디 등 콘텐츠도 그대로 가져와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원작의 코스와 주행 기술 등을 그대로 구현해 PC 원작의 코스 공략법을 그대로 대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과금이 게임 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폭 넓은 이용자 층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상품을 구매하고 게임만 열심히 즐겨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즌패스'를 적극 도입해 캐주얼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 1천만 명을 돌파하고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자리잡았다.
웹젠이 5월 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뮤 아크엔젤' 역시 던전 구성, 퀘스트 동선 등 '뮤 온라인'의 게임 구성을 그대로 모바일에 담아내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3위까지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뮤 아크엔젤'은 로스트킹덤 등 과거 '뮤 온라인'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던전과 몬스터 등을 전부 구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웹젠이 그동안 '뮤 오리진'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빠른 성장속도와 짜임새 있는 MMORPG 시스템에 '뮤 오리진'의 인기 요인들을 더한 것이 '뮤 아크엔젤'의 초반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반기에도 PC 게임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계승한 모바일 게임들이 출격을 예고했다. 그라비티는 자사의 대표 PC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핵심 요소를 그대로 계승한 모바일 MMORPG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출시를 준비 중이며, 넷마블 역시 PC 온라인 게임 '스톤에이지'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모바일 게임 '스톤에이지 월드'를 6월 18일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지널리티를 계승한 모바일 게임 신작들의 공세에 맞서 기존 모바일 게임들이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4월 중순 매출 순위가 다소 하락했던 'AFK 아레나'는 다시금 TOP5의 성적을 회복했으며,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에픽세븐' 역시 매출 순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역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출시 이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역시 6월 중 공성전 업데이트를 예정하고 있어 기존 흥행작과 신작들의 대결 구도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빠르게 식어가는 2차원 게임 열기, 장르 흥행 가능성 다시 보여줄까
한편, 2019년 MMORPG 장르와 함께 모바일 게임 시장을 양분했던 2차원 게임의 열기는 빠르게 식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는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나 '라스트 오리진' 등 주목할 만한 2차원 게임들이 다수 출시되어 서브컬쳐 마니아 층을 사로잡았던 것과 달리, 2020년 상반기에는 '명일방주'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적을 기록한 2차원 게임이 전무한 상황.
'명일방주'와 대결 구도를 세웠던 넥슨의 야심작 '카운터사이드'는 출시 이후 이용자들의 의견에 반하는 업데이트나 부실한 운영으로 인해 아쉬운 평가를 받았으며, '라스트 오리진'과 비슷한 포지션을 노린 블루솜의 '야생소녀' 역시 출시 초반의 관심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중국 현지에서도 출시되는 신작이 줄어든 것은 물론, 2차원 게임 이용자 층의 전반적인 수준이 상승하면서 이들의 기준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게임이 등장하기 어려워진 것도 2차원 게임 시장이 침체된 이유로 풀이된다.
올 하반기까지도 2차원 게임 가뭄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붕괴3rd'로 이름을 알린 미호요는 올해 3분기 중 자사가 개발 중인 멀티플랫폼 MMORPG '원신'의 파이널 CBT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게임 출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올해 중 게임의 출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창유의 '일루전 커넥트'나 빌리빌리의 '걸카페건' 등 서브컬쳐 요소를 내세운 신작들도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게이머들의 주목도가 낮아 기존 흥행작들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느 때 보다 신작의 수가 적었던 2020년 상반기였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중국 게임사들의 부진을 틈타 안방을 되찾으려는 국내 게임사들의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특히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빠른 소통을 통해 기존 흥행작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역주행에 성공하고 있으며, PC 온라인 게임의 흥행 요소를 그대로 계승한 모바일 게임들이 출격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향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결 구도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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