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GTA 시리즈를 스토리 기반의 범죄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GTA 2, 3까지만 하더라도 GTA 시리즈는 샌드박스 게임의 정체성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게임이었다.
기자와 비슷한 또래라면 GTA 2나 3에서 메인 스토리보다는 치트를 사용해 날아다니거나 경찰의 추격을 피해 일탈을 즐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메인 스토리의 분량도 길어지고 게임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GTA 시리즈는 샌드박스 게임보다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전형적인 싱글 플레이 게임의 양상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과거 시리즈의 자유로운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고전 GTA 시리즈의 감성이 그립다면 에이치투 인터렉티브가 플레이스테이션4와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한 어드벤처 게임 '아메리칸 퓨지티브(American Fugitive)'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전 게임을 의식한 듯한 탑 뷰 시점이나 자유로운 플레이 동선에서 과거 GTA 시리즈가 추구하던 재미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퓨지티브(Fugitive, 도망자)'라는 게임의 이름에 걸맞게 플레이어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지만 탈출에 성공한 주인공이 되어 미국의 시골 변두리에서 생활하게 된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메인 퀘스트를 통해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경찰과 범죄조직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게 된다.
물론 고전 GTA 시리즈의 감성을 계승한 만큼, 메인 퀘스트를 따르지 않고 플레이어가 마음 가는 대로 게임을 즐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차가 있으면 빼앗아 탑승할 수 있으며,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금품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범죄 행위에는 경찰의 추격이 뒤따르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다가는 경찰 특공대와 헬기에 포위되어 체포 당하는 결말 역시 고전 GTA 시리즈와 똑같다.
고전 범죄물의 클리셰를 따라가는 메인 퀘스트나 다양한 도전과제들도 준비되어 있다.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된 주인공은 점차 거대한 음모에 다가가고, 이와 함께 미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범죄 조직과 부패 경찰 간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롭다. 퀘스트 역시 파괴, 강탈 등 다양한 미션들로 구성되어 있어 메인 퀘스트만 즐겨도 충분한 수준. 이 밖에도 시간 내에 코스를 돌파하는 과제 등의 도전 요소들도 준비되어 있으니 풍성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할 수는 있지만, 경찰의 추격을 피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은 구매 이전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건물 안에 사람이 없더라도 일단 침입하면 경보가 울려 경찰이 출동 준비를 하는데, 1분 내외의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주어져 경찰 추격을 따돌리는 것이 까다로운 편이다. 게임 내에서는 옷을 갈아입거나 차를 바꿔타면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지만, 옷을 얻을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샌드박스 게임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
게임은 한국어 번역판으로 플레이스테이션4와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되었다. 한국어 현지화 수준은 준수한 편으로,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경찰의 무전 내용 등에 대해서도 별도의 한국어 자막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미국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범죄 드라마를 감상하기에는 큰 불편함은 없는 정도.
언제나 불안한 이식 및 최적화 수준을 보여주는 닌텐도 스위치지만, '아메리칸 퓨지티브'를 플레이하면서 특별한 문제는 겪지 못했다. 조작 체계도 콘솔에 잘 맞게 구현되어 있으며,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게임 구성상 플레이스테이션4 보다는 닌텐도 스위치 등의 휴대용 기기로 즐기는 것이 더욱 좋겠다.
'아메리칸 퓨지티브'를 플레이하면서 어린시절 GTA 2와 3를 즐겼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게임이 시키는 메인 퀘스트보다는 그냥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차를 타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겁던 당시의 감성이 '아메리칸 퓨지티브'에 그대로 담겨있다. 가격도 2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니, 기대작들을 기다리면서 남는 시간에 가볍게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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