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IP 저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PC 온라인 게임을 가져오는 시대를 거쳐 이제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 태동기로부터 10년 동안 쌓아 올린 모바일 게임 IP를 통해 시장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장수 모바일 게임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를 서비스 중인 데브시스터즈 역시 마찬가지다.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자사의 모바일 게임 브랜드를 '쿠키런'으로 통일해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IP를 활용한 여러 게임들을 선보이면서 캐주얼 게임을 넘어 보다 넓은 장르 개발사로서의 발돋움을 준비 중인 상황.
21일부터 글로벌 동시 서비스에 돌입한 모바일 게임 '쿠키런: 킹덤'은 데브시스터즈의 이러한 영역 확장 계획의 일환이다. 마녀에게서 탈출한 쿠키들이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다양한 쿠키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한편 왕국을 건설하는 SNG 장르의 요소들도 결합했다.
부단히 성장을 거듭하며 순위 경쟁에 뛰어드는 여타 모바일 게임과 달리 '쿠키런: 킹덤'은 특유의 라이트함이 돋보인다. 다만, 장점은 곧 약점으로 최근 출시되는 게임과 비교하면 콘텐츠 볼륨이 조금은 소박한 편이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서는 취향이 조금 갈릴 것으로 보인다.
SNG와 도탑전기의 만남, 병렬 배치가 아닌 유기적 연결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기에 유행했던 SNG 장르에 '도탑전기'로 대표되는 수집형 RPG의 요소를 결합했다. 게임 전반에 풍기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도탑전기'에 세련됨을 더한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와도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플레이어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왕국을 가꾸는 것과 상위 스테이지에 도전하는 것이다. 소위 '팜(Farm)'이나 '타이쿤' 류 게임과 마찬가지로, 각 건물들은 시간에 따라 특정 재화를 생산하고 이들을 조합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골드를 확보하거나 왕국 확장에 사용할 수 있다. 꾸준히 플레이하면 재화와 경험치가 쌓이지만, 기다리기 지겹다면 별도의 아이템을 사용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도 SNG 장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게임의 또다른 축인 쿠키는 수집과 육성을 책임지고 있다. 하나의 팀에는 최대 5명의 쿠키를 배치할 수 있으며, 저마다 돌격이나 공격 등 특수한 역할로 구분되어 있다. 뽑기를 제외하면 쿠키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처음 게임을 플레이하고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넉넉하게 재화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도 높은 등급의 캐릭터들을 어느정도 갖출 수 있다.
게임 초반부에는 캐릭터의 육성 만으로도 스테이지를 돌파할 수 있어 얼핏 보면 RPG 요소와 SNG 요소가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쿠키런: 킹덤'은 이 두 가지 요소들을 적절하게 조합해냈다.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중간마다 SNG 모드에서 만들 수 있는 재화를 사용해야 길을 열 수 있으며, 쿠키의 레벨 업에 필요한 아이템도 SNG 모드에서 주로 수급해야한다. SNG 모드를 등한시한 채로 RPG 모드만 이용하거나, 또는 반대로 SNG에만 집중해서도 안되는 독특한 구조가 형성된 것.
서비스 초반부를 기준으로 게임의 무게는 SNG에 조금 더쏠려있는 모습이다. PvP 콘텐츠인 '아레나'를 제외하면 아직은 플레이어가 육성한 쿠키들을 제대로 활용할 곳이 적다. 대신 왕국 육성의 경우, 비교적 초반부터 자유로운 건물 배치가 가능해 나만의 왕국을 만들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라이트한 게임성, 장점은 곧 단점
최근 출시되는 경쟁작들과 비교하면 '쿠키런: 킹덤'은 상당히 라이트한 게임성을 자랑한다. SNG 장르 자체도 타 게임과 비교하면 가볍게 즐기기 좋지만, RPG 모드에서의 육성 요소 역시 간결하게 구성한 것. '쿠키런' IP가 저연령층에서 선호도 및 인지도가 높기에 '쿠키런: 킹덤' 역시 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육성 난이도는 수집형 RPG 중에서는 가장 쉬운 편에 속한다. 쿠키의 전투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크게 레벨과 등급, 그리고 스킬 레벨 및 토핑 정도. 여타 게임처럼 복잡하게 세트 아이템이나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으며, 스킬 레벨이나 토핑 등도 게임을 꾸준히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게 된다. 동일한 쿠키를 얻으면 획득할 수 있는 영혼석으로 등급을 올릴 수 있지만, 등급에 따른 능력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명함(처음으로 얻은 캐릭터)'만으로도 콘텐츠를 돌파할 수 있다.
전투에서도 복잡한 상성이나 수 싸움, 패시브 연구보다는 직관적인 시스템을 선택했다. 플레이어의 개입 여지는 스킬 뿐이며 이마저도 자동 전투를 사용하면 그냥 구경만 해도 충분하다. 기존에 수집형 모바일 게임을 주로 즐겨왔다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며, 이런 부류의 게임을 처음 접하더라도 큰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러모로 고일 대로 고인 헤비 이용자 층보다는 라이트 이용자들을 여럿 보유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특유의 라이트한 게임성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전투 시스템이 단순해 변화의 여지가 적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 상황이나 전략에 따라서는 낮은 희귀도의 캐릭터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다른 게임과 달리, '쿠키런: 킹덤'에서는 전투 상에서의 변수가 적어 결국 높은 희귀도의 쿠키들을 전투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 낮은 희귀도 쿠키에게 특별한 능력치가 부여되어 있다면 연구의 여지가 있겠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결국 마을을 지키게 되더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쿠키의 조합도 금세 고착화되는 모양새인데, 향후 업데이트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콘텐츠 역시 이용자들의 기대에 비하면 부족하다. 스테이지 진행이 막혀 행동력이 쌓일 경우, 이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파밍 존'이 필요하지만, '쿠키런: 킹덤'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반복 콘텐츠가 없다. 일일 던전 개념의 '현상수배'는 입장 횟수가 정해져 있으며, 행동력을 소모할 수 있는 파견도 대기 시간이 꽤 긴 편. 반복 전투를 눌러 두고 스마트폰을 방치하는 기존 게임의 사이클에 익숙했다면 '쿠키런: 킹덤'은 조금 심심한 게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만족감 한가득에 아쉬움 조금
게임을 길게 플레이하면서 보이는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SNG 모드인 '왕국'에서는 아이템의 생성 주기가 너무 빠른 것이 문제다. 하루에 한두 번 시간이 날 때마다 접속해 생산을 관리하는 일반적인 SNG와 달리 '쿠키런: 킹덤'은 모험 모드를 플레이하다가 메인 화면으로 넘어와 재화를 얻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 때문에 일과 시간 중에는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는 동안 쌓여서 버려지는 재화들이 꽤나 많은 편. 어느정도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면 시간 격차가 해소되지만, 그 전까지는 손이 너무 바쁘고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왕국에서는 꾸미기 요소를 통해 나만의 왕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커스터마이징의 선택지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랜드마크를 건설하면 추가 공격력이나 방어력 등의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데, 이들의 디자인이 통일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건물의 바닥이 녹색으로 고정되어 있어 자유도가 떨어지거나 크기가 큰 건물을 설치하면 뒤에 위치한 건물과 상호작용이 불가능해지는 등의 문제 역시 원활환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들.
여기에 재화 생산을 위한 건물만으로도 왕국의 영토가 좁게 느껴지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왕국을 꾸미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완성한 왕국에서 쿠키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도, 이들이 건물에서 재화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면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커스터마이징 게임 측면에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앞으로 더 많은 테마의 건물이 업데이트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꾸미기 게임다운 내실을 갖출 필요가 있겠다.
쿠키들의 유쾌한 반란 '쿠키런: 킹덤',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
한편, '쿠키런: 킹덤'은 출시 3일만에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6위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현재도 구글 플레이 매출 TOP5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쿠키런' IP의 저력을 과시하면서 그야말로 “쿠키들의 유쾌한 반란”을 보여주는 셈. 간결한 게임 구성과 원초적인 재미,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저렴한 패키지를 연속으로 선보이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BM을 탑재했기에 초반의 성적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겠다.
물론 지금의 성과에 만족할 수는 없기에 앞으로도 게임에서 부단한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인 라이트한 게임성을 유지하면서도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앞으로의 최우선 과제. 에픽 희귀도의 쿠키와 그 이하 희귀도 쿠키 간의 성능 격차를 줄여 조합 연구에 다양성을 더하는 한편, 더 많은 PvE 콘텐츠들을 선보여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안정성을 논할 수 있겠다.
1월 출시된 게임 중에서는 '쿠키런: 킹덤'을 가장 재미있게, 그리고 집중해서 즐기고 있다. 끊임없는 순위 경쟁, 전투력 경쟁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라면 기자처럼 '쿠키런: 킹덤' 특유의 라이트한 맛에 매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자의 최애 쿠키인 '용사맛 쿠키'를 활용해보고 싶은데, 빠른 시일 내에 전반적인 밸런싱 작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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