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우울한 스토리 속 내 웃음 장벽의 두께를 확인하는 아이러니한 게임 '비욘드 어 스틸 스카이'

등록일 2022년02월22일 09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리도 모르는 지지리도 모자란 녀석.”

 

이런 허무한 개그를 듣고 피식 웃는 순간 우리는 왠지 모르게 분함을 느낀다. 엄청 웃긴 개그가 아닌데 내 웃음 장벽이 이렇게 낮았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허무 개그 공격을 쉬지 않고 하는 게임이 등장했다. 게임 분위기는 정말 심각한데 주인공은 쉬지 않고 “이래도 웃지 않아?”라고 묻는 듯이 허무 개그를 하는 게임 Revolution Software가 개발하고 게임피아가 국내 출시한 '비욘드 어 스틸 스카이'가 그 주인공.

 


 

비욘드 어 스틸 스카이는 코믹 아티스트 데이브 기본스가 그린 코믹스 풍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스토리 속에서 지능적인 퍼즐들을 풀어나가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로버트 포스터가 되어 잔혹한 폭력 사태 중 납치된 한 아이를 찾기 위해 참혹한 전쟁 및 정치적인 재앙이 훑고 지나간 지구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거대 도시이자 지상 낙원으로 여겨지는 '유니온 시티'의 이면을 보게 된다.

 

플레이 하는 내내 유저들의 웃음 장벽 두께를 시험하는 듯한 허무 개그 잽을 쉴 새 없이 날리는 비욘드 어 스틸 스카이를 직접 즐겨보았다.

 

어두운 소재와 대비되는 허무 개그의 난입
비욘드 어 스틸 스카이는 외곽 지방인 Gap에서 주인공 로버트 포스터가 마일로 부자와 함께 낚시 도중 다리로 걸어 다니는 트럭에 무자비하게 공격당한 뒤 어린 마일로가 납치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 마일로를 찾기 위해 로버트는 자신이 만든 AI 'Joey'에게 지배를 맡긴 유니온 시티로 돌아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문화 콘텐츠의 다양한 소재 중에서 가장 무겁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납치와 폭력, 착취 등 나쁜 일에 엮인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스토리도 꽤나 무겁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그 걸어 다니는 트럭에 납치된 아이가 마일로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라는 증거가 나오는데다 잡혀간 곳도 하필이면 누가봐도 온갖 음모가 펼쳐질 것 같은 유니온 시티라는 점에서 펼쳐질 이야기들은 당연히 우중충한 느낌이었다.

 

유니온 시티는 시민을 위한다는 명목 같은 핑계 아래 엄격한 규율과 철저한 계급을 구분해 시민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억지로 행복하고 웃으라고 강요하는 전형적인 겉만 이상적인 도시로 등장한다.

 


 

특히 자신들이 정한 규율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Qdos 점수 패널티를 줘 생활을 통제하고 Qdos 점수가 낮으면 자연히 사회 생활에서 도태되게 된다. 심지어 등장 인물 중 한 명은 남편이 마음에 안들지만 이혼하면 Qdos 점수가 떨어져 이혼을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과연 저렇게 얻은 행복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런 내 생각과는 달리 이혼을 안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 NPC는 이렇게 얻은 행복에 대한 위화감을 못 느끼는 모습을 보여 조금 소름 돋기도 했다.

 

무거운 소재에 어두운 주제, 당연 이 게임에서는 웃을 수 있는 요소는 없어야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게임은 방심하고 있다 보면 주인공이 허무 개그로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게임이다.

 

비욘드 어 스틸 스카이는 카툰 렌더링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게임 속 캐릭터들의 생김새와 화풍은 DC나 마블 등의 미국식 코믹스 캐릭터와 많이 유사한 편이다. 그런 미국식 코믹스 속 히어로들은 온갖 음험한 음모가 도사리는 가운데에서도 미국식 유머를 담은 대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을 생각하고 제작한 것인지 게임 속 주인공도 쉴 새 없이 썰렁한 개그를 해 실제 스토리를 보다 보면 만화를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실제 미국식 개그를 하지만 게임을 하는 국내 유저 대부분은 그 모든 개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영어 네이티브라면 가능하다). 이를 고려해 게임피아가 한국어 자막으로 스토리랑 위화감도 없고 한국식 언어 유희가 더해진 허무 개그로 지환했다는 점에서 그 노고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플레이어가 대사 하나 하나를 읽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게임만큼은 대사 하나 하나 천천히 읽으며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만 이 게임에 졌다는 기분을 느끼기 싫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친절한 게임 시스템
이 게임은 현재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변 오브젝트와 NPC와의 대화를 통해 힌트를 얻고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어드벤처 게임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대부분은 플레이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상호작용 요소가 있어 못 보고 놓쳐서 문제 해결이 막힌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런 때 간단한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의 경우 상호 작용이 가능한 구역을 맵에 표시해주거나 힌트로 상호작용 가능한 오브젝트를 표시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어드벤처의 경우 게임 내에서 힌트 시스템을 두지 않아 많은 플레이어가 공략을 찾아보거나 다른 유저의 플레이 영상을 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했다.

 

개인적으로는 포인트 앤 클릭의 간편한 힌트 방식을 선호해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을 더 좋아하고 수집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은 힌트 시스템을 갖고 있어 매우 편하게 게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포인트 앤 클릭 게임처럼 대놓고 상호작용하는 위치를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플레이어가 해야하는 행동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힌트는 한 번 사용한 후 30초가 지나면 다시 충전되므로 팍팍 사용해도 부담되지 않았다.

 


 

비욘드 어 스틸 스카이를 즐기면서 정말 아쉬웠던 점은 내가 영어 네이티브가 아니어서 주인공의 모든 개그를 100%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한국어 번역이 소위 말하는 초월 번역 수준이기는 했지만 원래 원본의 재미도 즐기고 싶은 게이머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능력 밖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잘 짜여진 스토리 그리고 그를 100% 즐길 수 있는 번역은 스토리가 강점인 어드벤처 장르의 특징을 생각하면 생각하면 비욘드 어 스틸 스카이가 가진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한편의 미국 코믹스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게임 이번 주말 커피 한 잔과 함께 즐기며 내 웃음 장벽의 한계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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