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독-워크라이, 권토중래를 꿈꾸다

많은 시행착오, 성공의 발판 될 듯

등록일 2010년12월08일 19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온라인 게임 2종이 권토중래를 다짐하며,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스틸독과 워크라이로 2008년의 신작으로 소개된 이후 2년 만에 정식 클베와 오픈을 앞두고 있다.

비록 테스트 버전은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어 테스트를 진행했고, 색다른 소재와 이종 장르의 결합으로 주목을 받았던 2008년의 신작이라는 점과 2010년 겨울에 등장한 중고 신인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이처럼 통하는 구석이 많은 스틸독과 워크라이. 이들이 겪었던 희로애락을 정리해본다.

스틸독 히스토리
2008년 7월 31일, 엔씨 미디어데이 2008에서 첫 선
2008년 10월 22일, 알파 테스트
2009년 5월 28일, 프런티어 테스트
2010년 4월 15일, 스틸독 인비테이셔널 진행
2010년 12월 8일, 1차 테스트

워크라이 히스토리
2008년 11월 13일, 1차 테스트
2009년 9월 24일, 2차 테스트
2010년 6월 18일, 판타스틱 테스트
2010년 11월 12일, 파이널 그라운드 테스트
2010년 12월 13일, 프리 오픈



2008년 희(喜), 신선함으로 다가서다
스틸독과 워크라이가 공개될 당시 게임업계는 MMORPG, FPS, 액션 RPG만 살아남는 상황이었다. 일종의 검증된 상품들만 흥행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뛰어든 스틸독과 워크라이는 파격에 가까운 신선함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스틸독은 SD나 8등신 캐릭터가 싸우는 대전 게임이 아닌 차량을 소재로 한 차량 격투 장르, 워크라이는 총과 마법으로 싸우는 이색적인 소재로 한 액션을 강조한 격투 장르를 표방했다. 기존 온라인 대전 장르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소재와 액션으로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스틸독은 블레이드앤소울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는데, 이유는 게임에 등장하는 기체들의 이름이 리니지의 몬스터와 같았기 때문이다. 워크라이도 마찬가지로 백뷰로 즐기는 카오스(워크래프트3의 인기 유즈맵)로 인식되며,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는 정형화된 장르에 부적합 혹은 금기시되는 소재를 과감히 사용, 파격과 신선함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개발자나 유저들이나 색다른 게임을 만들고 즐기고 싶어 했던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2009년 노(怒), 퓨전이 독약으로 변하다
초반 등장과 달리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진 해였다. 신선함은 사라지고 특이한 게임으로 불리는 매니아 게임의 기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틸독의 테스터들은 '차와 탱크 운전까지 배워서 이 게임을 해야 하느냐?'라고 말할 정도로 조작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워크라이 테스터들은 '칼, 마법, 총기의 밸런스가 엉망이다. 적어도 카오스는 이렇지 않다'며 판타지 소재 자체를 부정하려고 했다. 이에 개발팀도 질세라 기획 의도를 알리고자 토론이나 홍보 활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호응을 해주는 유저들은 매니아 내지 팬덤 현상을 즐기려는 이들 뿐이었다.

* 팬덤 현상,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이다. '퍼내틱'은 라틴어 '파나티쿠스(fanaticus)'에서 유래한 말로, 교회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후에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여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유저들끼리 편이 갈려 테스터 vs 팬덤의 양상이 지속되자, 개발팀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테스터 모집 후 테스트 진행이라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에 PC방에서 같이 게임을 즐기는 '랜파티' 개념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스틸독의 황규민 팀장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야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알았다. 왜 내 차량은 가고 싶은 곳으로 못 가는지를 직접 보고서야 알았다. 그제서야 유저가 원하는 재미와 우리가 생각하는 재미의 틈을 알게 됐다."며 회고한다.

당시 스틸독과 워크라이의 팬덤 현상은 '개발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고자 한 유저들의 움직임과 개발팀의 굳은 의지에서 나온 산물이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유저들이 화조차 내지 않았다면 사업부 차원에서 과감히 정리했으리라고 말할 정도다.


2010년 애(哀), 대세와 흐름을 따르다
생존을 위해 이들은 대세를 따르기로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에어로너츠나 배틀스타처럼 오픈을 하더라도 서비스 중단이라는 참혹한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의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피드백과 소규모 유저 간담회를 통해 게임의 면모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스틸독은 UI 개선과 보스 모드, 기체 성장 요소 등을 도입하며, 게임 동기 부여에 역점을 뒀다. 또 워크라이는 직업 간 밸런스 조절을 최우선으로 팀 데스매치와 주문각인전을 강화했고, 다른 온라인 FPS게임의 인기 모드인 '호위 모드'까지 추가했다.

이를 두고 이전의 테스트에 참여했던 유저들은 최근 공개된 모습을 보며 희비가 엇갈렸다. 풋풋했던 첫 느낌과 달리 어디선가 풍기는 익숙한 느낌이 어색했다는 의견과 신선함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뒷받침해줄 재미의 완성도가 부족했다면 개선해야만 했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결국 개발 중단이나 서비스 중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약육강식의 논리는 스틸독과 워크라이도 예외일 수 없었던 것이다.



2011년 락(樂), 만반의 준비 즐길 일만 남았다
스틸독은 정식 1차 클베, 워크라이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클베와 오베 게임이 등장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이 빛을 보려면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담금질해온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내년에는 희망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2011년에는 대작보다 중소 신작들이 대거 등장, 폭풍에 휩쓸릴 일도 없다. 또 참신한 소재와 시도로 무장한 게임들이 등장하더라도 2년이라는 시간을 헛되어 버리지 않았다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인 경쟁력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확실한 경쟁력은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알랭 드 보통, <불안> 인용)'라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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