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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애니메이션으로 삶을 상상하라

2015년09월22일 17시20분
게임포커스 편집부 (desk@gamefocus.co.kr)
 
글 제공 : 착선의 독서실(http://newidea.egloos.com/2126307) / 애니포스트(www.anypost.co.kr) 제공


일본의 평론가 오쓰카 에이지는 라이트 노벨에 대해 평하면서 순수문학과는 다른 논리가 있음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라이트 노벨과 순수문학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광주대단지사건과 같은 도시 재개발이라는 현실을 논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순수문학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문학작품을 놓고 라이트노벨적인 작품과 순수문학적인 작품이라는 구별을 한다면, 현대의 많은 이야기 장르는 대체로 라이트노벨적입니다. 영화 '변호인'이 실제 있었던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것처럼 여전히 순수문학적인 이야기 장르는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현대의 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들은 메타 이야기적인 구조 하에 단순한 이야기의 소비에 그치고 맙니다.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며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SBS의 드라마 '상속자들'을 보면 재벌가의 남자 주인공과 가정부의 딸인 여자 주인공이 사랑으로 맺어진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드라마는 현대인들의 라이트노벨적인 소비를 보여줍니다. 이렇듯 주류 문화 작품들에서 라이트노벨적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면, 서브 문화 작품들에서 순수문학적 구성을 찾아볼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저자 정지우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런 관점을 모색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행하는 드라마, 소설, 영화, 연극보다 만화, 애니메이션이 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현상은 장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18세기부터 시작된 근대사회에서는 국가를 중심으로 규범의식이나 전통의 공유와 같은 '큰 이야기'가 존재했습니다. 근대사회에선 국가가 중요했고, 민족이 중요했고, 전체를 중요시했습니다. 근대사회는 국가와 민족, 사회를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것을 이상향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근대적 인간상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으로 저자는 '그렌라간'을 주목합니다. '그렌라간'에서는 나선력이라는 에너지로 대표되는 인간의 가능성, 진보, 해방이 긍정되며 인류는 끝없이 전진하고, 진화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동시에 이 근대적 인간상은 중세적 인간상과의 결별을 의미하는데, 주인공 시몬이 "나는 나다"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렌라간에서 그렌단이 하는 것, 그들이 긍정하는 것, 그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요소의 핵심에는 결국 무엇이 있는가? 그건 인류를 위한 '역사적 행위'이다. - p.47 

1970년대 이후 포스트모던의 상대주의적, 다문화주의적, 다원화라는 특징에 따라 거의 대중 모두가 공유하든 설령 공유하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공유해야 했던 큰 이야기라는 개념이 쇠퇴하고 근대부터 시작된 '개인'이라는 관점이 더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근대의 개인은 국가에 귀속된 개인이었지만, 현대의 개인은 국가라는 틀에서 해방됩니다. 이러한 현대적 개인상을 묘사한 작품으로 저자는 '원피스'를 주목합니다. '원피스'의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은 근대의 인간상과는 전혀 다릅니다. 국가의 발전, 인류의 진보라는 대의명분보다 개인의 욕망, 개인의 꿈을 긍정합니다. 루피의 해적단은 각자가 다른 꿈을 추구하며, 같이 나아가는것도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 공통점이 있어서 동료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원피스'가 보여주는 현대성은 순수한 물과 같은 정제된 현대성입니다.

국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은 드디어 홀로 대지에 섰지만, 동시에 그것은 불확정성과 불안감을 가져다줍니다. 개인과 개인간이 가져다주는 친밀성의 부재, 생존의 추구는 현대인들에게 집단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렇듯 불안과 자존감의 상실이라는 실제 현대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주는 작품으로 저자는 '강철의 연금술사'와 '충사' 그리고 '진격의 거인'을 지목합니다. '강철의 연금술사'가 보여주는 인간상은 근대적 인간상을 탈피한 현대인의 관점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우정과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충사'는 현실에서 한발짝 물러서 삶을 상상할 것을 사람들에게 권유합니다. '진격의 거인'은 현대인적인 개인의 욕망을 바탕으로 근대인적인 사회적으로 책임감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다원주의적 세계는 재미있게도 '과거의 사람들' 역시 수용한다. 즉, 중세인이나 근대인으로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 역시 받아들이는 것이다. - p.62 

저자는 이 외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나 '초속 5cm'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을 통해 삶을 상상할것을, 세상을 응시해볼것을, 시간의 단절을 상상해볼 것을 권유합니다. 이 외에도 최근 '은수저', '논논비요리' 등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서브컬처물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도 삶을 상상해보고자 하는 트렌드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현실과 상상이라는 세계를 살아갑니다. 어렸을 때는 상상의 세계를 더 살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현실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현대인들은 어른이 되면서 모두 리얼리스트가 됩니다. 문제는 우리들 모두가 너무나 순수한 리얼리스트가 되어서 현실밖에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자가 이렇듯 애니메이션을 통해 삶을 바라볼 것을 종용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삶을 상상해볼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꿈을 가지고 삶을 상상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본 리뷰는 애니포스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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