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커스는 지난 2010년 창간 이후 게임뿐만 만화, 애니메이션, 피규어 등 각종 서브컬쳐 산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게임포커스의 자매지이자 서브컬쳐 전문 매체인 '애니포스트'(www.anypost.co.kr)를 창간해 서브컬쳐를 포함한 각종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전문적인 소식들을 독자들에게 더 자세히 전달하고 있다.
게임포커스는 창간 5주년을 맞아 게임포커스가 창간된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어떤 문화콘텐츠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고 문화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그 두 번째 시간은 미국편으로 지난 5년간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미국 마블사의 영웅들이다.
[순서]
1. 지난 5년, 어떤 문화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나 #1 - 일본편
2. 지난 5년, 어떤 문화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나 #2 - 미국편
3. 지난 5년, 어떤 문화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나 #3 - 한국편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이 미국 슈퍼 히어로의 전부라고 여겼던 시절이 아득할 정도로 최근의 '히어로 무비' 열풍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영웅 캐릭터들과 제법 친근해졌다.
특히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2015년 ‘앤트맨’까지 총 12편의 히어로 무비를 제작한 마블 스튜디오는 10조 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매년 마블의 히어로 무비를 기다리는 팬들이 전세계에 셀 수 없이 존재하며 이제는 이 캐릭터가 ‘마블 코믹스’ 캐릭터인가 ‘디씨 코믹스’ 캐릭터인가를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미국 코믹스, 혹은 히어로 무비 마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게임포커스는 마블 코믹스의 지면을 뛰어넘어 영상물을 통해 더 널리 활약하게 된 마블의 영웅들, 그들이 존재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어떻게 2010년대의 트렌드를 점령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았다.
나치 잡는 영웅부터 먼 우주의 신까지 탄생시킨 美 대표 만화 출판사 ‘마블 코믹스’
미국을 대표하는 만화책 출판사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시초는 1939년 ‘타임리 코믹스(Timely Comics)’로 마블 코믹스는 타임리가 운영한 만화 부서이자 첫 레이블의 이름이었다. 이후 타임리는 ‘아틀라스 코믹스(Atlas Comics)’라는 명칭을 거쳐 1960년 대 초 현재의 이름인 마블 코믹스로 자리잡게 되었다.
미국 만화계가 슈퍼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은 세계대전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은 영웅이 등장하는 만화보다 서부활극이나 로맨스물을 원했고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SF만화가 유행하게 되며, 나라를 구하고 공공의 적을 무찔렀던 영웅들은 한동안 평화 속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1950년대 또 다른 미국의 대표 만화 출판사인 ‘디씨 코믹스(DC Comics)’가 왕년의 슈퍼히어로 만화를 다시 출간해 재부흥기를 맞게 되자, 라이벌인 마블 코믹스(당시 아틀라스 코믹스) 역시 이 트렌드를 따라 3~40년대 슈퍼히어로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작품 ‘판타스틱 포’를 선보였다. 당시 주요 집필진인 스탠 리(Stan Lee)와 잭 커비(Jack Kirby), 스티브 딧코(Steve Ditko) 등은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응답해 ‘스파이더 맨’, ‘헐크’, ‘토르’, ‘아이언맨’, ‘엑스맨’ 등 지금까지도 인기를 얻고 있는 마블의 대표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마블 코믹스는 슈퍼히어로 만화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한편, 미국 코믹스 계의 양대 산맥인 디씨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는 자사의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실사 영화 혹은 드라마 제작에 관심을 가졌는데, 워너 브라더스를 모회사로 둔 디씨 코믹스는 영화 제작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반면, 80년대 경영난으로 영상물 판권을 조각조각 팔았던 마블 코믹스는 사정이 달랐다. 마블 코믹스 원작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역대 가장 흥행한 히어로 무비로 꼽히지만 이미 영상 판권을 헐값에 소니픽쳐스에 넘겼던 마블 코믹스는 스파이더맨의 흥행에 따른 수익이 전무했다.
하지만 2010년 직전 그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2008년 마블 스튜디오는 직접 영화 제작에 뛰어들어 ‘아이언맨’을 공개, 미국에서만 약 3600억 원, 해외에서 약 3천 억 원을 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이에 더해 2009년 디즈니의 마블 코믹스 인수는 마블의 본격적인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개에 있어서 더없이 호재가 되었다.
마블 스튜디오, 영화 제작에 직접 뛰어들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줄여서 MCU라고도 불리는 이 용어는 마블 코믹스의 만화책을 기반으로 만든 영상물(영화, 드라마 등)들이 공유하는 일종의 가상 세계관이자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뜻한다. 해당 세계관을 바탕으로 나오는 작품들은 서로 연관성을 갖거나 영향을 주며 서로의 작품에서 캐릭터를 공유하기도 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그동안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포’, ‘엑스맨 시리즈’ 등 자사의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유수의 영화를 선보여왔다. 다만 이는 폭스나 소니 등 타 영화 제작사에게 해당 작품의 라이선스를 판매해 만들었던 것.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 많은 히어로들이 영화에서 활약하고, 또 크게 성공하는 모습을 본 마블은 영화 제작에 직접 뛰어들게 된다.
현 마블 스튜디오의 회장인 ‘케빈 파이기(Kevin Feige)’는 마블 만의 영화 제작을 위해 별도의 제작자를 영입하지 않고 원작 코믹스 작가진과 편집자들을 모아 제작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2005년부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번째 단계(Phase 1)’의 문을 열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성공, 전세계를 뒤흔든 영웅들
최첨단 과학 기술로 무장한 현대의 수퍼 히어로 아이언맨은 대중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마블은 아이언맨의 성공에 힘입어 ‘헐크’와 ‘토르’, ‘캡틴 아메리카’를 차례로 선보였으나 이들 누구도 아이언맨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마블은 아이언맨의 독보적인 인기에 개의치 않았으니, 그동안의 작품들에 교묘하게 혹은 드러내놓고 흩뿌려 놓은 연결점을 한 데 묶은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바로 2012년에 공개한 ‘어벤져스’.
‘어벤져스’는 MCU의 첫 단계를 매듭지으며 히어로들을 집결시켰다. 영웅보다는 공학도에 가까운 사업가, 잘못된 과학 실험으로 변해버린 괴물, 미(美) 애국주의의 상징, 우주에서 온 다른 세계의 신 등, 제각각이었던 캐릭터들은 “어벤져스 집합!(Avengers Assemble!)”이라는 구호 아래 하나로 뭉쳤다. ‘어벤져스’의 폭발적인 흥행으로 미국 현지에서만 6천억 원(623,357,910 달러)을 벌어들였으며, 여기에 해외 수익 9천억 원(896,200,000달러)을 더하면 총 수익은 1조 5천억 원이 넘는다.
마블은 그 이후 어벤져스에서 뭉쳤던 개별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두 번째 단계(Phase 2)’를 밟았다. 2013년 아이언맨3로 가장 인기 있던 히어로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며 ‘토르2: 다크월드’,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를 통해 이들이 다시금 뭉칠 발판을 만들어 2015년 ‘어벤져스2: 에이지오브울트론’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어벤져스2’의 해외 매출(943,800,000달러)이 미국 현지에서의 매출(459,005,868달러)의 두 배를 훌쩍 넘으며, 마블의 콘텐츠의 파워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됐다.
물론 새로운 캐릭터들을 영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블은 2014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스케일의 히어로를 보여준 ‘앤트맨’을 2015년의 마지막 마블 영화로 선보이며 두 번째 단계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마블 스튜디오는 마블 히어로 영화들을 세계적으로 흥행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상위 조직인 마블 엔터테인먼트로부터 독립, 모기업인 디즈니 스튜디오와 직접 계약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혹은 개별 히어로 작품이나 어벤져스를 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뛰어들게 된 전세계의 팬들은, 케빈 파이기가 이끄는 마블 스튜디오의 2019년까지의 영화 라인업을 펼쳐두고 매년 즐겁게 보내는 일만 남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확산, 미디어를 넘다
MCU 작품들의 성공은 다양한 파장을 낳았는데, 각 작품에 등장한 배우들이 스타덤에 오른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 ‘에이전트 오브 쉴드(Agents of S.H.I.E.L.D.)’, ‘에이전트 카터(Agent Carter)’ 등 영화와 영화의 사이를 채워주는 다양한 MCU의 드라마 시리즈가 기획되어 세계관에 깊이를 더했으며, MCU를 기반으로 한 각종 파생 상품들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다.
특히 MCU 작품들의 흥행으로 영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었다. 그 중 각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의 게임은 MCU 이전, 혹은 다른 라이선스 작품을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 익히 보던 형태의 작품들로 형식상 장기적인 흥행이 힘들었다.
또 다양한 히어로들이 한 작품에 모인 ‘마블 수퍼 히어로 스쿼드(Marvel Super Hero Squad)’ 시리즈나 ‘마블 히어로즈’, ‘마블: 콘테스트오브챔피언’ 등 각종 게임들이 다양한 기기로 나왔지만 이들은 철저하게 코믹스 시리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히어로가 생겼다 해도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영화 속의 인물들과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원작 코믹스 디자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외면 받기도 쉬웠다.
그러나 지난 4월 넷마블게임즈가 야심차게 전세계 148개국에 동시에 선보인 ‘마블 퓨처파이트’는 지금까지의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마블 유니버스의 히어로들이 모두 모인 이 작품은 다차원 우주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마블의 온갖 세계관이 뒤섞여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강력한 설정을 무기로 삼고 있다. 즉, 원작 코믹스 디자인의 캐릭터와 MCU의 캐릭터가 공존할 수 있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마블 퓨처파이트’는 원작의 팬과 영화의 팬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었다.
‘마블 퓨처파이트’는 출시 2주일 만에 글로벌 1천만 다운로드, 최근 글로벌 3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최신 마블 영화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앤트맨’ 뿐만 아니라 코믹스 ‘시크릿 워즈’ 이슈, 드라마 시리즈인 ‘에이전트 오브 쉴드’의 캐릭터를 게임에 적용시켜 다양한 마블 캐릭터 팬들에게 어필했다.
2010년대 마블 스튜디오는 ‘어벤져스’라는 강력한 히어로 집단으로 미디어를 장악했다. 이들의 행보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당연히 팬들은 이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
한편 마블 코믹스의 영원한 맞수 디씨 코믹스도 ‘배트맨 vs 슈퍼맨’,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저스티스 리그’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2010년대에는 마블 코믹스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나 그 이후는 어떨까? 2016년부터 치열하게 전개될 미국 히어로 무비 열전에 기대가 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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