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로 재편된 한국 FPS 시장, 한국 개발사가 오버워치를 만들었다면...

등록일 2016년06월14일 16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블리자드가 오랜만에 선보인 완전신작 '오버워치'가 국내에서 놀라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오버워치는 게임트릭스 기준 PC방 점유율에서 25%를 넘어서며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리그오브레전드'와 5%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오버워치가 출시 되면서 국내 FPS 게임 시장의 80~90%를 장악하고 있던 '서든어택'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PC방 점유율도 어느새 10% 밑으로 내려가버렸다.

오버워치는 서든어택의 점유율을 일정 부분 흡수하는 한편 FPS 게임을 하지 않던 유저들을 새롭게 끌어들였다. 서든어택이 FPS 게임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시절에는 국내 FPS 유저풀은 PC방 점유율 20% 정도가 한계일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오버워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저 기존 게임들이 바깥 유저들을 유혹할 매력적인 게임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버워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2014년 첫 공개 이후 게임내용, 판매형태까지 모든 면에서 한국의 기존 상식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행보를 보였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팀제 게임을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고 모든 영웅을 제공하며, 스킨(아바타)에 능력치를 붙인다거나 하는 과금요소를 일절 배제했다. 팀원들의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점 등 기존 온라인 FPS 게임들의 공통 문법을 깨는 요소도 당초 불안요소로 지목되었지만 게임 출시 후에는 유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넥슨지티다. 넥슨지티의 최대 기대작 '서든어택2'는 서든어택과 동일한 게임성에 그래픽만 발전한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 서든어택2의 그래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콘솔 수준의 압도적 그래픽과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서든어택2는 오버워치에 미치지 못하는 그래픽 퀄리티로 무장한 채 서든어택을 눌러버린 오버워치와 싸워야 하는 절망적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당초 넥슨은 오버워치의 게임모드가 적고 캐릭터 수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큰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버워치가 초반 기세를 올릴 때에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 예상했다.

아마 지금도 높은 분들은 서든어택2 개발팀에서 개발중인 다양한 모드로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은 두껑을 열어봐야하겠지만 전망이 그렇게 밝아보이진 않는다.

오버워치를 플레이할 때마다 한국 게임사가 오버워치를 만들었다면 이런 형태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넥슨이 오버워치를 만들었다면 '라인하르트', '메르시'만 무료 캐릭터로 풀고 나머지는 판매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곤 하는데, 스킨에 능력치를 붙이고 유료뽑기로 판매했을 거라는 등 부분유료화로 과금요소가 많이 붙은 게임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최고의 개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엔씨소프트가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위에 언급한 넥슨이 오버워치를 만들었다면 게임이 완성되어 출시까지는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개발기간은 좀 더 걸렸을 테고 좀 더 저예산, 작은 개발규모를 가져갔을 것이다. '사이퍼즈'의 그래픽 강화판 정도의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도 넥슨은 이렇게 계산이 서는 개발사지만 엔씨는 좀 다르다.

현재 엔씨의 장점은 기존 게임의 운영 및 이벤트 기획, 즉 사업 쪽 역량이다. 과거의 엔씨소프트는 개발력도 갖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엔씨소프트는 게임을 출시는 커녕 공개 테스트도 못하고 사내에서 돌려보고 새로 만들기만 반복하는 회사가 되었다.

엔씨소프트가 오버워치를 만들었다면 이런 연표로 진행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정리해 봤다.

2014년: 지스타에서 오버워치를 개발중이라며 플레이 영상과 캐릭터 일부를 공개

2015년: 사내 테스트 진행

2016년: 기존에 개발한 내용을 뒤집고 새롭게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짐

2018년: 상동

2019년: 연초 실적발표에서 올해 CBT를 진행하고 2020년 출시를 이루겠다고 밝힘

2019년: 사내테스트 진행

2023년: 실적발표에서 오버워치 IP를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개발중이라고 발표

2025년: 엔씨소프트는 오버워치 개발팀이 해체되었다는 루머를 일축하며 2026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중이라고 발표

...

공교롭게도 실제 엔씨소프트는 현재 FPS 게임을 개발중이다. 개발기간이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제목 외에는 공개된 게 없는 게임으로 사내 테스트만 진행한 상태다. 여러번 뜯어고쳤을 것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오버워치 태풍 속에서 넥슨지티는 기존 일정대로 7월에 서든어택2로 승부에 나설 것이라 발표했다. 기대보다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서든어택2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엔씨소프트의 FPS 게임은 서든어택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또 한번 개발방침에 큰 수정이 가해질 것이라는 슬픈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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