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진의 게임노트]캡콤코리아 '몬스터헌터' 프로젝트의 시작과 현재

등록일 2016년09월15일 12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2014년 초로 기억한다. 누구라도 알만한 국내 유명 게임사에서 개발자 경력을 시작한 대학시절부터의 친구가 신년 모임에서 캡콤에 입사한다고 해 '거기서 뭘 하려고?'라고 반문했던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맡은 프로젝트는 얼마전 안 좋은 소식으로 화제가 된, 지금은 '몬스터헌터 프론티어2'로 알려진 '몬스터헌터'의 신작 프로젝트였다. 당시에는 이걸 오리지널 몬스터헌터로 갈지, 프론티어의 후속편으로 갈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사람들을 모으고 개발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그는 캡콤코리아를 떠났고 후임으로는 역시 그 친구와 같은 게임사 출신의 개발자가 부임했다. 일본에서 개발을 총괄하는 사람이 몬스터헌터 프론티어의 스기우라 카즈노리 프로듀서였다는 점에서 결국 몬스터헌터 프론티어2로 개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 되었다.

개발 책임자가 유명 게임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었는지 이 몬스터헌터 신규 프로젝트에는 같은 게임사 출신 개발자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 외에도 '몬스터헌터' 시리즈에 로망을 가진, 한국에서 대작 콘솔게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속속 합류했다.

하지만 알려졌듯 현재는 프로젝트가 이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캡콤이 공식적으로 개발을 발표하지 않았으니 이대로 다른 많은 사례들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프로젝트로 조용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아쉽다. 한국에서 만든 대작 콘솔게임의 출현을 기다려 온 기자도 최근 상황에는 많은 실망을 느꼈다. 이 시점에서 프로젝트 시작 당기의 목표와 본사가 요구한 것들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당시 기자가 이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1. 언리얼엔진4를 활용해 최고의 그래픽으로 무장한 몬스터헌터를 선보이려 한다는 점 2. 플레이스테이션4와 PC로 동시에 개발해 크로스 멀티플레이를 구현하는 걸 목표로 한다는 점이었다.

먼저 그래픽 부분을 보면 언리얼엔진4를 활용한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은 (앞으로 많이 나온다곤 하지만) 캡콤코리아의 몬스터헌터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4년에서 2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된 AAA급 타이틀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시점에서 언리얼4로 대작 온라인게임을 국내에서 개발하겠다는 이야기에 기대가 매우 컸던 게 사실이다.

실제 그래픽 퀄리티는 매우 뛰어난 수준으로 구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도쿄게임쇼 등에서 공개시기를 저울질했지만 중국에서 나온 몬스터헌터 온라인과 동시에 캡콤이 발표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미룬 것이 이제는 발표가 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크로스 멀티플레이는 2014년 시점에선 과연 가능할지 의심이 되는 내용이었던 게 사실이다. 아직 '스트리트파이터5'가 크로스 멀티플레이 적용을 발표하기 전 시점으로 크로스 멀티플레이를 시도하려는 회사조차 드문 상황이었다. 자사의 모든 IP를 온라인으로 옮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던 캡콤이 그리고 있던 큰 그림이 어떤 형태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뼈대 부분 외에 '몬스터헌터'로서 담아야할 게임 콘텐츠에 대해서는 본사의 간섭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본사가 강력히 요구한 '공중전투' 구현에 너무 많은 개발자원이 투입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캡콤은 좋은 스펙의 하드웨어에서 MMO 게임으로 개발하는만큼 날아다니는 몬스터들을 멀거니 쳐다보다가 땅에 내려온 다음에 전투를 벌이던 기존 방식이 아니라 유저들이 하늘에서 몬스터와 공중전을 벌이길 바랐다.

이 공중전 콘텐츠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캡콤은 개발팀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 바라던 방향이 아니라며 수정요구를 계속했고, 캡콤코리아 개발팀에서는 그런 작업들에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며 전체 일정이 지연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이 '투입한 자원에 비해 원하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와전되었지만 이걸 캡콤코리아 개발팀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캡콤코리아 개발팀은 본사 지시 하에 게임의 공개를 손꼽아 기다리며 대작 콘솔게임 개발을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 그 사이에 캡콤 본사에서는 개발 외적 이유로 개발 총괄 프로듀서가 교체되며 프로젝트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올해의 도쿄게임쇼에서야말로 한국에서 만든 몬스터헌터가 세계에 공개될 것이라 기대했던 기자의 실망도 크지만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의 실망은 더 클 것이다. 

현재 캡콤코리아 개발팀의 개발자들은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캡콤이 하루빨리 상황을 정리해 공식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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