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회 도서관에는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게임업계 주요 인사들과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실효성 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한 강화된 개선안이 발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개선안은 정계에서 입법을 준비 중인 다수의 게임관련 규제법안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문화 콘텐츠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산업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던 만큼 이번 개선안에는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게임전문 기자들은 물론 게임 외 언론들의 이목까지 집중됐다.
발표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큰 맥락에서 본다면 분명 이전보다 강화됐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개선해 나가기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측면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에 '꽝'을 없애거나 '필수 아이템 판매 금지'와 같은 조항에 대한 문제나 사후 관리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업계의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장에서도 '이상론'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게임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가 소비자의 이해와 동떨어진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산 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사실상 그 영향력이 미비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7월 1일 시행이라는 점도 우려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세부 규정이 만들어지고 세부 규정에 대한 주요 게임사들 간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2008년과 2015년도와 같은 실패 사례를 반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책 초기단계부터 언급되었던 아이템 강화에 대한 자율규제안이 이번 개선안에서 발표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1년 가까이 협회가 주도해온 자율규제안이 보여주기식 탁상 행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발표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사후 관리 역시 사후 관리 조직의 권한이나 영향력에 대해서 명확한 세부지침이 공개되지 않았던 점도 문제다. 게임트릭스와 게볼루션을 기준으로 상위권 게임에 대한 감독에 나선다는 기본 지침은 정해져 있지만 단순히 감독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인지, 실제로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게임사의 운영이나 영업에 대한 시정 권한을 가지는 감사 기능을 가지게 될지도 미지수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도 살아있는 생물과 다름없는 게임 시장에 대한 감독과 감사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후 관리 기구에 들어가는 금전적인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도 즐비한다.
물론 이번 개선안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실효성 논란이 여전히 문제가 되긴 하지만 결국 게임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리딩 기업이 솔선수범하고 이를 소비자가 충분히 납득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자율규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자율규제로 인한 이익이나 매출의 감소도 감수하면서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방향으로 자율규제를 실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게임사에게 불리해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기업과 소비자가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성장방식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고 이런 논리를 과연 게임사들이 받아들이냐가 문제일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대한 배부르게 만들어야 되는 것이 지금 협회가 당면한 과제다. 업계는 계속되는 정부의 흔들기에 지쳐가고 있고 소비자들의 불신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다. 부디 협회가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소비자와 기업의 중간 지점에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