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찾아온 게임 격변기, 공룡들만 살아남는 시대 오나

등록일 2017년04월05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컨퍼런스(Game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GDC) 2017의 주제를 크게 네가지로 정리하면 1. VR 포스트모템 2. AAA 스튜디오들의 강연들 3.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강연들, 그리고 4. 모바일게임의 현재 정도가 될 듯 하다.

'소니와 블리자드가 아주 잘 하고 있고 VR게임이 아직은 돈을 많이 못 버는구나' 정도로 정리될 앞의 세가지 주제보다는 역시 네번째 주제가 한국 게임업계엔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번 GDC에서 나타난 현재의 글로벌 모바일게임 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1.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의 모바일게임 과금체계에 대한 비판 2. 대규모 마케팅 등 물량 공세와 병행해 중견 게임사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의 업계 재편 3. 닌텐도, 소니 등 팬덤과 IP를 모두 갖춘 게임사들의 진입으로 사다리가 치워지고 고착화되어가는 모바일게임 업계에 대한 우려 등이다.

한중일 대형 게임사들이 대규모 마케팅(이건 서구권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지만)으로 물량공세를 펴고 북미, 유럽의 중견 모바일게임사를 인수하며 모바일게임 시장이 규모의 경제에 진입한 것이나 소니, 닌텐도가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에 뛰어들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글로벌 단위로 진행되어 불공정한 경쟁으로 접어들었다는 인식을 많은 이들이 하고 있는 듯 하다.

유저들에게 여유 이상의 돈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뽑기'(가챠)로 대표되는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과금제에 대해서는 '유저 착취'로 바라보는 시각도 느껴진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과금체계에 대해서는 이번만이 아니라 전부터 꾸준히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번 GDC에 다녀온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라면 그런 비판이 앞으로 더 거세지겠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시각에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말도 안 된다'고 화를 낼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과금모델과 관련해 이런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비슷한 내용의 비판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에서 단순히 게임을 만들고 BM을 돈이 잘 벌리도록 설계해서 돈을 많이 벌어보자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과금체계가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그런 과금체계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뜬금없게 느껴질 사람도 있겠지만 국내에서도 덩치가 큰 회사들은 작년부터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 왔던 게 사실이다.


넥슨이 비공식적으로 그룹 차원의 원칙이라 강조해 온 '부분유료화'에서 벗어난 게임을 출시하고, 새로운 과금모델을 선보이겠다며 사내에 과금모델 개발조직을 설치해 연구를 거듭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넷마블 역시 단일 과금제로 세계 시장에 서비스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결론을 일찌감치 내린 상태. 올해 열린 NTP에서 방준혁 의장이 천명한 '각 나라에 맞는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말에는 각 나라에서 수용 가능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과금모델을 적용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넥슨, 넷마블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엔씨소프트에서도 김택진 대표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해 사내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문제는 위에 언급한 빅3를 제외한 중견 게임사들에게 이런 변화에 대처할 여력이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겨우 모바일게임 시장에 맞게 체질을 바꿔놓은, 혹은 아직도 과도기에 있는 많은 게임사들에게 '이제는 새로운 과금체계, 공정성이 담보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까? 그야말로 뜬구름잡는 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내수시장이 충분히 커서 해외시장 공략에 대한 절박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중국, 일본 게임사들보다 한국 게임사들에게 이 문제는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가장 먼저 '해결책'을 제시한 넷마블의 길은 충분한 규모(인력, 자금)를 갖춘 회사만 갈 수 있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선택지이다. 그렇다면 넥슨이 준비해 하반기쯤 선보인다는 '새로운 과금모델'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또 다시 격동의 시기가 오고 있고 게임회사들에게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확실한 건 여유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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