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리뷰]'덩케르크', '놀란'다운 연출과 극사실적인 영상... 내가 지금 '거기'에

등록일 2017년07월20일 18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음 도전한 '실제 역사' 기반 영화 '덩케르크'를 보고왔다.

영화를 보기 전 덩케르크의 시놉시스를 보고 영국판 '명량'이 아닐까 하는 기대(?)반 우려(?)반의 심경으로 영화를 봤다. 실제 확인한 덩케르크는 영웅주의에 함몰되어 전쟁에 로망을 투영하지도 않고 특정한 주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워 불편함을 주는 영화도 아닌 굉장히 신선한 전쟁영화였다.

전쟁영화에서 우리가 흔히 보던 그런 영웅적인 군인은 이 영화에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영웅적인 군인도 등장하지만, 때로는 겁을 내고 비겁해지기도 하고,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군인들이 그려진다.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총기와 군장도 너무나 쉽게 버려버리고, 동료와 민간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군인도 나온다. 하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이해되게 묘사되고 있다.

굳이 정리하자면 '전쟁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 했다'고 해야 하려나.


놀란 감독은 개봉 전 한국 기자들과 화상 컨퍼런스에서 이 영화의 목적은 관객들을 그 때 그 장소로 데려가 '내 체험'인 것처럼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감독의 의도는 100% 성공한 것 같다. 어뢰가 구축함을 때릴 때, 총알이 벽을 뚫고 날아들 때, 스핏파이어가 공중전을 벌일 때 관객들에게 지금 거기 있는 나를 느끼게 만드는 영화가 덩케르크였다.

CG를 기피하는 감독의 성향 상 '실제 가동 가능한' 스핏파이어를 띄워 촬영하다보니 공중전 규모 등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작게 느껴지지만 긴장감을 조율하는 감독의 연출력과 전체의 75%를 아이맥스로 촬영한 덩케르크의 영상미가 그런 느낌을 압도해 제대로 된 전쟁영화라는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능하다면 아이맥스 상영관을 찾기를 권하고 싶다. 감독 본인도 아이맥스 관람을 권한 바 있다.

'인터스텔라'나 '다크나이트'의 주제의식과 스토리를 생각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놀란 감독의 영상미와 연출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120% 만족할 것이다.

한가지, 놀란 감독은 영화 시작 지점에서 자막을 통해 이 영화가 3가지 시간축으로 각기 전개되는 이야기를 이어붙인 것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영화가 하나의 시간축으로 전개된다는 오해를 하게될 것 같다. 그만큼 연출을 잘 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기자 역시 첫 관람에서 시간축을 생각하지 않고 봤는데, 재관람에서는 시간축을 고려하며 영화를 볼 생각이다.

놀란 감독이 다음에도 이런 실제 역사에 기반한 영화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픽션과 미래의 세계로 다시 우리를 데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그런 한편으로 CG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2차 세계대전보다 더 과거를 그려내기는 쉽지 않을테니, 덩케르크 정도가 놀란 감독의 과거로의 시간이동의 한계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GF평점: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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