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보니 앤 클라이드'의 시대, 범죄자들이 아닌 진짜 영웅들의 이야기... 넷플릭스 '하이웨이맨'

등록일 2019년04월02일 01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범죄자 커플의 대명사로 불리는 '보니'와 '클라이드'는 193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활동했던 실존 인물이다. 당시 대공황으로 시름하던 미국의 암울한 시대상황과 맞물려 '보니 앤 클라이드' 콤비는 사람을 실제로 죽이기도 한 흉악범임에도 불구하고 영웅으로 비춰지기도 했고 특히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범죄가 다뤄지면서 그들의 행적이 미화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3월 29일 공개한 오리지널 영화 '하이웨이맨' 역시 '보니 앤 클라이드' 일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한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면, '보니 앤 클라이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달리 '하이웨이맨'의 주인공은 이들을 검거한 미국 텍사스 주의 수사기관 '텍사스 레인저'다. '보니 앤 클라이드'의 유명세에 가려져 이들의 범죄에 맞서 민중의 치안을 위해 노력했던 역사 속의 숨은 영웅들을 새로운 각도로 재조명한 독특한 시도가 돋보인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들을 한데 어우르고 있다. 예고편에서는 화끈한 총격전을 통해 액션 추리물을 지향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뚜껑을 열고 살펴본 '하이웨이맨'은 그보다 훨씬 정적인 정서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때문에 영화 러닝타임 내내 제대로 된 총격전은 단 한번, 그것도 굉장히 일방적인 구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액션물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하이웨이맨'은 미국의 암울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텍사스 레인저의 활약을 담은 수사물인 동시에, 시대가 외면하는 늙은 카우보이 둘의 이야기를 다룬 버디무비이자 '보니 앤 클라이드'의 행적을 따라 두 노인이 여행을 떠나는 일종의 로드무비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영화 전면에서 가장 부각되는 것은 두 늙은 카우보이의 이야기다.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프랭크'는 과거 이름을 날린 대위였지만, 이제는 공중에 날린 병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매니' 역시 과거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이 집안에서 손자와 빵을 두고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시대적으로도 리볼버는 비효율적인 무기가 되어버리고 기관총이 그 자리를 대신할 정도로 카우보이가 설 자리는 없는 상황.

 



 

이 두 노병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흉악범 '보니 앤 클라이드'의 검거를 위해 뭉쳤다. 세간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데, 이들에게 일을 맡긴 주지사는 물론 수사과정에서 마주하는 FBI 등의 젊은 세대들도 '무얼 알겠냐'는 투로 그들을 대한다. 수사에 임하는 이들 역시 세상의 시선에 위축되어 있는데, 둘의 검거를 위해 무기상에서 온갖 총기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프랭크'의 모습에서 자신들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은 '보니 앤 클라이드'의 흔적을 쫓아 미국을 떠돌면서 점차 성장한다. 매사에 진지한 '프랭크'와 까불거리지만 해야할 때는 제 역할을 해내는 '매니'의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사 과정도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시대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내고 '짬'에서 나오는 관록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짚어 나가는 것은 물론, 과거의 상처까지도 재조명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시대에 뒤쳐진 이들의 고뇌와 성장을 엿볼 수도 있다.

 

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사회의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보니 앤 클라이드'는 경찰을 수도 없이 죽인 것은 물론, 죄수들의 탈옥까지 돕는 흉악범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보니 앤 클라이드'는 시대의 빈부격차를 향해 정면으로 도전하는 영웅 그 자체이기 때문에, '보니 앤 클라이드'를 중심으로 대중과 텍사스 레인저는 계속해서 대립한다.

 

수사 기관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보니 앤 클라이드'를 추적하지만, 정작 '보니 앤 클라이드'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민들로부터 환영을 받는다.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영웅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증언을 회피할 정도. 작중 마지막 '보니 앤 클라이드'가 시체가 되어 끌려올 때 수많은 관중들이 애도를 표하는 장면에서는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대변하는 한편, 정의의 모순된 가치에 대해서도 질문을 건넨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한데 얽혀 흘러가다 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 두 카우보이의 우정을 다룬 버디무비로서는 갈등 구조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너무 간결하며, 수사물로서는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나 치밀한 심리전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쉬운 느낌이다.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많지만, 러닝타임이 2시간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매력적일 수 있는 소재들이 제대로 다가오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단편 영화보다는 드라마 등의 형식을 통해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져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지만 '하이웨이맨'은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다. 화끈한 액션 장면이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은 없지만, 두 노병을 중심으로 당시 미국의 암울한 시대상을 조명하는 한편 '보니 앤 클라이드'의 명성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텍사스 레인저의 검거 활약상에 대해서도 제대로 조명하고 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극적인 장면이나 대립 등의 MSG는 없지만 그동안 가려져있던 새로운 시각을 발굴해낸 것만으로도 살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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