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소녀전선' 콜라보에 앞서 즐겨본 '발할라: 사이버펑크 바텐더 액션'

인생 이야기와 야한 농담, 그리고 사이버펑크의 조화

등록일 2019년06월12일 11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 사이의 콜라보레이션이 장르와 플랫폼, 심지어 국가와 언어까지 초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최근 들었던 이색 콜라보레이션은 펄어비스와 해태제과의 '껌' 콜라보레이션이었는데, '검은사막' 캐릭터가 프린트된 '해태은단' 껌을 보고 있자니 재미있는 콜라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껌은사막' 콜라보레이션 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색다른 콜라보레이션 소식이 올해 1월 전해졌다. 우중 PD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소녀전선' 스트리밍 방송에서 베네수엘라의 비주얼 노벨 게임 '발할라: 사이버펑크 바텐더 액션(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 이하 발할라)'와의 콜라보레이션이 계획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소녀전선'은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인 '디제이맥스', '길티기어', '블레이블루'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기에, 이색적인 장르라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 것이 사실. 특히나 '디제이맥스' 콜라보레이션의 경우, 상황에 맞는 적절한 OST 선곡과 게임 내 전자전 설정을 '디제이맥스'와 연결해 활용하는 등 미카팀의 '디제이맥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2년 째 지휘관 노릇을 하고 있는 터라, 콜라보레이션 하는 게임을 해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전술인형 및 요정이 된 '발할라' 속 캐릭터들의 일러스트가 속속 공개되고 동시에 '발할라 출석 체크'가 진행되며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름만 봐서는 도저히 어떤 게임인지 감이 오지 않는 '발할라'를 '소녀전선' 콜라보레이션에 앞서 즐겨봤다. 이번 '발할라' 본편 체험기와 함께, 정식으로 '소녀전선'에 콜라보레이션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 다시 한번 체험기를 작성할 계획이다.

 



 

술 한잔 마시며 편안하게 즐기는 사람 사는 이야기
사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대체 무슨 게임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단순히 '발할라'라는 독특한 이름만 들어봤을 뿐,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인지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해보니, 상호작용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말 그대로 '게임'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영화나 소설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왔다.

 



 

게임을 구성하는 것은 극히 단순화된 도트 그래픽 몇몇 일러스트, 그리고 텍스트뿐이지만, 사이버펑크 느낌이 물씬 나는 분위기와 개성 만점의 수많은 캐릭터들은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금세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레시피는 종류가 많고 들어가는 재료 숫자도 제각각이라 헷갈리긴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이 손님(캐릭터)이 어떤 술을 선호 했었는지 기억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게임은 가사가 없는 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면서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임을 실행했을 때 등장하는, 먹을 거리를 가져다 놓고 편안하게 즐기라는 문구가 참으로 와 닿는다. 특히나 게임 특성상 고사양이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또 느긋하게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게임보다는 '비주얼 노벨', '발할라'가 자아내는 분위기는 만족스러워
물론 이러한 플레이 방식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게임'이라기 보다는 비주얼 노벨에 가까우며, 느긋함은 누군가에게는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하는 조작은 사실상 크게 어려움이 없고, 여러 엔딩을 보기 위해 약간의 공략이 필요할 뿐 진행도 난해하지 않다. 극적인 전개나 어떠한 '액션'을 바란다면, 이 게임은 그다지 재미가 없는 소설책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바텐더 액션'이라는 부제목이 흔히 게임에서의 '액션'이 아닌, '바텐더'가 '바(Bar)'에서 하는 행위(Action)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옳을 것 같다.

 



 

게임으로서의 '발할라'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사이버펑크 세계관 속을 살아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바텐더가 되어 들어주는 것이 상당히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심지어 기자는 게임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실제로 '발할라' 바(Bar)에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혹은 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오고 가는 진솔한 이야기의 장(場)이라고 해야 할까? 다만 인터넷 상에서의 '밈(Meme)'이나 다소 수위가 높은 야한 농담 그리고 욕설은 감안하고 플레이하길 권하고 싶다.

 

'보스'는 신비주의 콘셉트를 철저하게 유지한다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캐릭터들의 대사들
비주얼 노벨 류 게임들이 흔히 그렇듯이 미리 짜인 스크립트대로, 또 술을 제조하는 방법과 특정 조건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뿐이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실제로 플레이 타입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관계가 어느 정도 드러나고 술을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면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도로시'가 또 '섹드립'을 하겠구나, '도노반'은 또 인턴과 업무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겠구나 하고 말이다.

 

이 게임의 수위를 높이는 주범 '도로시'
 

하지만 이러한 지루한 느낌을 줄 때마다, 캐릭터들의 몇몇 대사들은 깊게 생각할만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캐릭터들이 개성 넘치고 매력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설정이 독특하거나 세계관과 잘 어울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도 '글리치 시티'를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고, 흔히 사람들이 하는 고민을 늘어놓기에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공감대의 형성은 몰입도를 높여주는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심리 상담사들이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돕고 있듯이, 바텐더도 나름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물자보급 출석체크 이벤트가 이번 주에 끝나고 나면 곧 콜라보레이션 이벤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발할라'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미카팀의 콜라보레이션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벤트 전역을 플레이하기 전에 한 번쯤 가볍게 즐겨볼 만한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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