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플레이스테이션4용 퍼스트파티 타이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The Last of Us Part II)를 클리어했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낄 요소들을 잔뜩 담고 불편하고 의문을 느끼게 하는 스토리 전개에도 도중에 게임을 중단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게임이었다. 처음부터 시종일관 플레이어의 머리를 망치로 쾅쾅 때려대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할 말을 잃고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도중에 게임을 중단하고 플레이스테이션4의 전원을 끄는 게 너무 힘들었다. 꼼꼼하게 탐색을 하며 진행한 기자는 엔딩을 보기까지 30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스토리만 쭉 진행한다면 20시간 조금 넘게 걸릴 것 같다. 전작에 비해서는 확실히 볼륨이 늘었으며, 각 맵들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탐색, 전투 배치가 잘 되어 있고 연출을 굉장히 잘 해둬서 엄청 넓은 지역을 탐색하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였다.
전투와 탐색 파트는 전작에 비해 한층 풍부한 경험을 주며, 특히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스토리는 논쟁적이며 플레이하는 대부분 유저에게 큰 충격을 줄 것 같다.
진화한 전투와 탐색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전투와 탐색 부분은 훌륭했던 전작에서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적의 종류, 구성이 다양해지며 패턴이 다양해졌고 보스전은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긴장감과 스케일을 보여준다. 여전히 잠입 액션으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지만 강제 전투 파트의 긴장감이 굉장하며 보스전에서는 난이도를 높여 플레이한 유저들은 그야말로 '벽'을 마주하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노멀 난이도에서 적을 모두 처리하고 지나간다면 탄약이 빠듯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난이도를 높여서 플레이한다면 전작의 황무지 수준으로 가능한 한 전투를 피하며 플레이해야 간신히 진행될 수준이다.
특히 보스전이 굉장히 어렵고 개성적이면서 때로는 많은 자원을 요구하므로 탄약, 회복수단 확보는 필수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에는 게이머들(이라기보다 기자가)이 상상도 못한 성격의 보스전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인간관계, 캐릭터들의 전말, 스토리 묘사에 대해 SIE가 신경질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누출을 막으려 노력하는 이유에는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더 놀라고 긴장하며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 같다.
아무런 정보 없이 상대하게 된 주요 보스전(강제전투)들이 하나같이 기자를 당황시키며 긴장 속에서 플레이하게 만들었는데, 이런 경험을 모든 플레이어가 하길 바라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나.
감염체 적의 종류도 늘어났고 인간형 적들에게도 흔적을 추적하는 '개'가 추가되어 숨어다니기가 어려워졌다. 감염체들은 전작과 비슷하게 상대하면 되지만 인간들은 좀 더 영리하게 움직이고 개가 출연하면 생각해야 할 게 더 많아진다. 전투 자체로도 꽤 재미있어진 것 아닐까 싶다.
탐색 파트에서는 자원 수급과 함께 수집 요소가 굉장히 많아졌다. 30시간 동안 꼼꼼하게 맵을 뒤졌음에도 전체 수집물의 60% 정도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챕터 선택으로 수집은 가능하니 일단 스토리를 온전히 즐기는데 집중하길 권하고 싶다.
아포칼립스 시대의 윤리관,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스토리
전작에도 처참한 상황, 잔인한 묘사가 가득 담겨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 수위(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특정 상황 혹은 묘사)가 높아졌다.
잔인성, 그리고 엘리나 작중 인물들이 보여주는 잔혹함은 아포칼립스 시대의 뉴 노멀을 보여주는 것일 텐데, 현대인인 우리에겐 지나치게 끔찍하다. 문화 상품에서 이런 묘사까지 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스토리는 전개, 구성, 설정에서 닐 드럭만의 광기를 느끼게 한다. '닐 드럭만의 위대함, 대단함' 같은 식으로 순화해 표현하는 언론, 기자가 많을 것 같은데, 기자가 느낀 것은 (천재적) 광기에 가까웠다.
닐 드럭만에게 쌍욕을 하며 플레이하다 끝나고 나면 닐 드럭만의 광기에 접촉하고 몸을 떨며 '내가 뭘 플레이한 거지'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기자는 리뷰 NDA를 쓰며 '뭘 이렇게 신경질적으로 단속하나'라고 불평을 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이래서 스토리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말라고 한 거구나~ 라고 플레이한 기자들은 대부분 이해하게 되었을 것 같다.
방송으로 보고 때우지 말고, 요약본을 읽고 넘기지 말고 꼭 직접 플레이해 보시기 바란다.
참고로 기자는 스포일러에 비교적 무덤덤한 편이라 플레이 전 유출되었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플레이했는데, 유출된 내용을 보고 이 게임을 플레이하겠다, 안 하겠다 결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보고 실망(?)했다면 그건 잊고 플레이해도 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매우 쉬운 트로피 난이도, 의도가 이해된다
세계구 트로피 헌터(세계랭킹 40위)인 기자는 라스트 오브 어스2를 플레이하며 트로피 구성부터 확인했는데, 트로피 난이도는 너티 독 역대 게임 중 가장 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난이도 관련 트로피나 킬 수와 같은 '작업'이 필요한 트로피도 없으며, 1편에 있었던 '엘리의 대사 듣기' 트로피와 같은 게임 전체를 신경쓰며 진행해야 하는 조건도 싹 사라졌다. 멀티플레이도 없고 오직 스토리를 클리어해 나가며 몇 가지 캐릭터들의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만 하면 대부분 트로피가 채워진다.
나머지는 스킬 및 무기 업그레이드와 수집 뿐으로, 1회차+업그레이드를 위한 2회차 플레이 및 챕터 선택을 통한 수집만 마무리하면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다.
유저들이 잡다한 것에 신경쓰지 않고 온전히 스토리를 즐기길 바라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으로, 기자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플레이하며 닐 드럭만이 귓가에서 '내 이야기를 봐! 어때?'라고 계속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거부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마스터피스
패턴이 다양해진 적들과 긴장이 잘 유지되는 전투, 압도적인 보스전까지 전투가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어졌다. 현 시점에서 흠잡을 데 없는,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그래픽과 음악, 완벽한 탐색, 전투와 컷신 구성과 연출. 그야말로 플레이스테이션4의 황혼기를 장식하기에 걸맞는 '마스터피스'였다.
아마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평론가들에게도, 유저들에게도 정말 많은 논쟁을 끌어낼 작품일 것 같다. 1주일 뒤 게임이 출시되면 독자 여러분도 꼭 플레이하고 그 논쟁에 뛰어드시기 바란다.
점수를 매기기 힘든 게임이었다. 게임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100점 만점에 99점, 스토리와 설정, 잔인한 묘사는 쉽게 평가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으로 평가하는 리뷰어가 많을 거라고 예상한다. 걸리는 부분이 많았지만 낮은 점수를 주는 건 더 크게 걸리는, 그런 게임이었다. 98점 정도로 잠정 점수를 매겨두고 다시 한번 플레이하며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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